직선의 아우성
갤러리데이트에서 부산 첫 개인전을 여는 윤상렬 작가. 그는 다양한 굵기의 샤프심으로 선을 긋고 화면을 채운다. 각기 다른 직선이 모여 마치 아우성치는 듯한 그의 작품을 만나보자.
Silence, sharp pencil on Paper and digital printing on acrylic, 147x92cm, 2016
다양한 굵기로 선을 그려 깊이를 더한 ‘Silence’ 시리즈
윤상렬 작가의 작업실 한편에는 작은 액자 위에 화살 하나가 걸려 있다. 액자 속에는 “나는 화살처럼 살고 싶다”라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적혀 있다. 작업을 하면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2007년 ‘두려움’ 시리즈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그는 샤프심이 만들어내는 직선에 천착해왔다. 2009년에 발표한 ‘옵티컬’ 시리즈는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안에 미세하게 변주한 직선을 배치한 후 여러 층의 레이어를 만들어 시각적 환영을 이끌어내는, 말 그대로 ‘옵아트’에 가까운 작품 형태로 발전했다. 하지만 2010년 개인전에서 발표한 ‘선율의 환영’ 시리즈에서는 샤프심으로 수평선이나 수직선을 긋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그가 샤프심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화살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형상을 좋아했던 기억에서 출발한 것.
이렇듯 올곧게 직선에 머무는 그는 지금의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갈지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무대 디자인과 섬유, 조명, 가구, 세트 제작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을 해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앞선 시간에서 비롯한 작업 방식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조명판 위에 컴퓨터로 계산해 3D 기법으로 선을 긁거나, 마치 무대 세트를 제작하듯 작품 활동을 할 때에도 스스로 고안한 제도판 위에서 섬세하게 작업하는 것이 바로 앞선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번에 갤러리데이트에서 소개할 작품은 신작 ‘침묵’ 시리즈다. 오로지 수직선과 수평선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두께가 다양한 샤프심을 사용해 직선을 그리고, 도저히 사람의 손으로 그을 수 없는 극도로 미세한 선은 아크릴판에 디지털 프린터로 출력한다. 그리고 여러 선을 층층이 올려 깊이를 더한다. 이렇게 작은 선이 모여 다시 하나의 선을 이루며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마치 ‘아우성치는 듯’ 그렇게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직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갤러리데이트를 방문해보자.
Gallery Date
해운대 팔레드시즈 2층에 위치한 갤러리데이트는 이동엽, 최만린, 김구림, 신성희, 최병소, 허황, 남춘모, 천광엽, 김춘수, 김택상을 비롯한 국내 작가와 티모테 탈라르, 스테판 보르다리에를 포함한 국외 작가의 전시 등 예술성 높은 전시를 기획해왔다. 올가을 첫 전시로는 8월 27일부터 9월 26일까지 윤상렬 개인전을 준비했다. 9월 2일 금요일 오후 5시에는 작가가 참여하는 오프닝 이벤트가 열릴 예정. 해설과 함께 더욱 심도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51-758-9845, www.gallery-date.com
에디터 신숙미(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