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gant Spirits
막스마라, 시상식, 셀레브러티, 행사스케치

막스마라가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애정을 쏟아온 대상이 있다. 바로 예술과 여성. 마라모티(Maramotti) 가문은 3대째 이어지는 예술 사랑으로 본사가 위치한 레조넬에밀리아(Reggio nell’Emilia) 지역에 전시 공간 콜레치오네 마라모티(Collezione Maramotti)를 마련했고, 지난해엔 휘트니 미술관 개관식 파티를 후원하기도 했다. 한 편 여성을 지지하는 일에도 늘 앞장선다. 2007년부터 화이트채플 갤러리와 협업으로 매년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Max Mara Art Prize for Women)’을 시상해 젊은 여성 예술가를 지원하며 브랜드 내부에선 여성 패션 디자이너 발굴에 힘쓴다. 이처럼 스폰서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는 막스마라가 ‘우먼인필름(WIF, Women in Film)’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단체를 14년째 후원하고 이들이 주최하는 연례행사 ‘크리스털+루시 어워즈(Crystal+Lucy Awards)’에서 특별한 상을 시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 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하나의 단체와 그토록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화려한 시상식을 제치고 특정 업계의 여성을 위한 시 상식을 후원하는 까닭은?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LA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배우 나탈리 도머와 니콜라 마라모티 여사
막스마라가 주최한 전야 파티에 참석한 여배우 제시카 조어(Jessica Szohr)
Max Mara & Women in Film
목적지에 도착한 날 저녁, 막스마라가 전 세계에서 모인 프레스와 관계자를 환영하는 웰컴 디너를 주최했다. 브랜드 홍보대사이자 유럽 리테일 디렉터인 니콜라 마라모티(Nicola Maramotti) 여사, 막스마라 그룹의 WW 커뮤니케이션과 크리에이티브 개발 총괄 디렉터인 조르조 귀도티(Giorgio Guidotti) 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막스 마라와 WIF의 관계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WIF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여성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목표로 1973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영화 와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고 창의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이 진행하는 일련의 활동 중 하나가 매년 6월 중순, 할리우드에서 열 리는 ‘크리스털+루시 어워즈’다. 남성 위주의 업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재능을 펼치는 여성을 기리고 서로를 독려하는 자리로 영화 부문에 해당하는 ‘크리스털 어워 즈’, TV 부문의 ‘루시 어워즈’를 통합한 형태다. 막스마라는 2003년부터 이들을 꾸준히 후원해왔고, 오랜 시간 맺은 관계가 증명하듯 이는 단발적인 마케팅 활동이나 기업 이미 지 제고 효과를 위한 것이 아니다. 조르조 귀도티 회장이 밝혔듯 여성 개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을 존중해온 브랜드의 DNA가 단체의 취지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2006년에 는 브랜드의 이름을 내건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Max Mara Face of the Future)’ 부문 상을 신설, 스크린을 통해 빼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은 젊은 여배우를 시상한다. 그간 엘리자베스 뱅크스, 클로이 모레츠, 케이티 홈스 등이 상을 받았는데, 올해의 주인공은 할리우드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영국 출신 배우 나탈 리 도머(Natalie Dormer)가 될 것이라는 귀띔을 들었다. 어렴풋이 상상하던 행사의 분위기가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곧이어 한 공간에 모일 당당하고 재능 넘치는 여성들을 마주할 생각에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WIF 로스앤젤레스 대표 캐시 슐먼(Cathy Schulman)
크리스털 어워즈에서 수상한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트 힐다 퀄리(Hilda Queally)와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
막스마라가 주최한 전야 파티에 참석한 모델 제시카 스탐(Jessica Stam)

웨스트 할리우드에 위치한 샤토 마몽(Chateau Marmont)에서 열린 전야 파티 풍경
2016 Crystal+Lucy Awards
6월 15일,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힐튼 호텔에서 ‘변화를 고안하다(designing change)’라는 주제로 ‘2016 크리스털+루시 어워즈’가 성대한 막을 올렸다. 올해 시상식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크리스털 어워즈’ 부문에서 8명에 달하는 영화 제작자 그룹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 <작은 아씨들>, <가위손>, <배트맨 리턴즈>의 데니스 디 노비(Denise Di Novi), <게이샤의 추억>, <위대한 개츠비> 시리즈를 제작한 루시 피셔(Lucy Fisher) 등 거물급 여성 프로듀서가 무대 위에 올랐다. 이들 모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단지 여성 이라는 이유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명작을 만들었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 클레어 데인스, 케이트 베킨세일 등이 시상자로 나서 진심 어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고, 수상자 모두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수상자를 발표하던 순간! 브랜드를 대표해 니콜라 마라모티 여사가 시상자로 나섰다. “지난 65년간 막스마라가 변치 않고 지켜온 가치는 바로 여성이 서로를 도와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우리 가 WIF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막스마라는 WIF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아낌없이 노력을 쏟아왔으며, 여성들이 진입 장벽을 실감할 때 우리가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곧이어 올해의 얼굴로 선정된 나탈리 도머가 수상 소감을 전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성적 평등을 이뤄낼 터닝 포인트가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커리어의 전환점과 맥락을 함께한다니 더욱 감동입니다. 오늘 이곳에 모인 모든 얼굴이야말로 그 변화를 일궈낼 주인공입니 다.” 이처럼 막스마라는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일에 앞장서왔다. 이것이 브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자 세상과 소통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마음으로 모인 여성들을 바라보며 막스마라의 후원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지 떠올리니 하나의 패션 브랜드가 세상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 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만큼 공적 이익을 위한 의무를 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막스마라가 표방하는 우아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은 이들 이 지켜온 도덕적 기업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털+루시 어워즈가 열린 행사장 풍경

Exclusive Interview with Cathy Schulman, the President of WIF Los Angeles
할리우드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조차 성차별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일반적으로 이 업계는 매우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성적 평등에 대한 고질적 문제는 늘 존재했으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해왔습니다. TV 쇼, 영화, 디지털 콘텐츠 모두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활동이 아니기에 철저히 상 업적일 수밖에 없죠. 그 ‘상업적 테이블’에서 의사 결정의 몫은 온전히 남성에게 돌아갔습니다. 따라서 WIF는 시장의 현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수치화한 통계를 바탕으로 문 제를 제시, 이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올해 ‘크리스털+루시 어워즈’의 테마는 ‘변화를 고안하다’라고요.지난 3년간 여성의 진입이 차단된 분야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일을 했고, 모두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그 덕분에 상황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많은 사람이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1년 전만 해도 뉴스에서 성차별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기 힘 들었는데, 이제는 거의 매일, 적어도 매주 한 번씩은 관련 이슈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변화예요. 지금이야말로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계세요. 일련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당신을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자극하는 동기가 궁금합니다.공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늘 공격을 받기 마련입니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아요. 제 목표가 그보다 훨씬 중대하기 때문입니 다. 젊은 시절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사회 속 모든 장벽, 다시 말해 성별·인종·계급 등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허물고자 노력하는 건 쉽지 않았 지만 제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때 큰 힘을 얻었어요. 젊은 여성이 간절히 원하던 기회를 잡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저도 커리어 전반에서 여성으 로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고, 그것이 얼마나 불공평한 대우인지 알고 있습니다. 제 딸이나 다음 세대 여성이 같은 고통을 겪길 원치 않기에 계속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말씀해주세요.먼저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순간입니다. 늘 작은 메모지에 꿈을 적 어 서랍장에 보관하곤 하는데, 거기에 적은 그대로 이뤄졌거든요. 더욱 특별한 것은 인종, 계급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독립 영화 <크래쉬(Crash)>로 상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문제를 많은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해주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최근에는 UN 본부에서 미디어업계의 성차별 문제에 대해 연설할 기회도 있었어요. TV에서만 보던 둥글게 배열된 테이블 앞에 실제로 서게 되다니요! 할리우드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표하는 이들이 모두 모인 그 자리에서 여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당신 같은 여성 리더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당신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하세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적 태도는 필요하지만 외부의 힘에 의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더불어 늘 당당하게 여성을 위한 변화를 요구하세요. 그것이야말로 리더십을 가진 여성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WIF를 통한 당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이 업계에 속한 모든 직업군에서 성적 평등을 이루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 회를 얻기 위해 힘을 쏟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흥미롭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에디터 | 이혜미 (hmlee@noblesse.com)
사진 제공 | 막스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