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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차 줄게, 새 차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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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헤닉 게라지스에서는 갤로퍼가 새로 태어난다. 낡은 갤로퍼가 들어가면 팔팔한 갤로퍼로 바뀌어 나온다. 그렇고 그런 수리나 정비가 아니다. ‘회춘’이거나, ‘부활’이거나, 혹은 ‘환생’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여기는 ‘말도 안 되는’ 곳이다.

새롭게 환골탈태한 갤로퍼의 위풍당당한 모습

맞다. 이 차는 헌 차다. 1992년에 생산한 현대정공 갤로퍼다. 23년이 지난 고물차인데, 새 차보다 멋지다. 그리고 말끔하다. 울퉁불퉁한 길을 마구 달려도 덜컹거리지 않는다. 새 차보다 더 새 차 같은 ‘헌 차’를 몰면서 이만저만 궁금한 게 아니었다. 24년 된 고물차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경기도 파주에 있는 모헤닉 게라지스(Mohenic Garages)를 보면서 계속 감탄사만 내보냈다.
모헤닉 게라지스 앞마당에는 쓰러져가는 갤로퍼가 늘어서 있다. 고객이 사서 ‘환생’을 부탁한 것도 있고, 모헤닉에서 미리 사놓은 것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달릴 수 있는 차는 아닌 것 같은데, 모두 번호판이 붙어 있다. “폐차되기 전에 사놔야 해요. 일단 번호판이 말소되면 다시 살릴 방법이 거의 없거든요.” 모헤닉 게라지스의 김태성 대표는 완전히 박살난 갤로퍼라도 번호판만 있으면 새 차보다 더 새 차처럼 살려낼 수 있다고 했다.

캐빈 복원 작업

V6 350 DOHC 엔진을 장착해 보다 강력한 성능으로 되살아난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오더 메이드할 수 있다.

‘진상’ 소리 들으며 ‘옥신각신’
김태성 대표가 갤로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2년 여름이다. 캠핑을 위해 큼직한 SUV를 구하다 깔끔한 갤로퍼를 찾았고, 그걸 제대로 고쳐 타기로 했다. 5개월에 걸쳐 자신만의 갤로퍼로 수리하면서 정비업체의 ‘안일함’에 적잖이 실망했다고 한다. 대부분 보험 수리 차고, 빠른 시간에 ‘적당히’ 고쳐내는 게 목적인 곳이라, 16년 된 고물차를 가져와 이것저것 참견하는 이를 좋아할 리 없었다. 그래서 ‘진상’ 소리도 들었고, 심지어 쫓겨난 적도 있다. 그가 모헤닉 게라지스를 만든 목적 중 하나가 그 때문이다. “자존심을 갖고 제대로 고쳐주는 곳이 있었으면 했는데, 아직 못 만났어요. 더 찾아볼까 하다가 직접 차린 겁니다.”
김 대표는 원래 자동차 정비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았다. 대학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꽤 큰 가구 회사를 운영하다 인터넷 저가 가구에 밀려 쓴맛을 보기도 했다. 이후 패션 매거진을 만들기도 했고, 패션 사업에 손을 댄 적도 있다. 그러다 모헤닉 게라지스를 열어 ‘특제’ 갤로퍼를 만든 지 거의 3년이 되어간다.

새 차보다 위대한 ‘특제’ 차
“다 뜯어서 다시 조립한 갤로퍼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그냥 조립하는 게 아니죠. 완벽한 차를 만들기 위해 다 뜯어서 조립하는 거예요. 웬만한 건 새걸로 바꾸고, 부식이나 진동, 소음 등을 방지하기 위해 꼼꼼한 처리를 합니다.” 실제로 모헤닉 게라지스 갤로퍼의 철판엔 방음 패드가 촘촘하게 붙어 있다. 철판을 두드리면 보통 ‘통! 통!’ 소리가 나는데, 방음 패드를 붙여서 (마치 스티로폼 덩어리를 두드리는 것처럼) ‘턱! 턱!’ 소리가 난다.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프레임은 안쪽까지 녹 방지 코팅을 한다. 서스펜션과 부싱, 새로운 스프링에 엔진과 변속기도 새것으로 바꾼다. 핸들이나 계기반, 각종 버튼은 물론, 그 뒤에 엉킨 배선도 새것을 집어넣는다. 새 차보다 완벽한 ‘특제’ 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대량생산 시스템에서는 할 수 없던 일이 여기선 다 돼요. 1년에 딱 10대만 만드는데 뭔들 못하겠어요?”

몸체 조립을 기다리는 프레임

모헤닉 게라지스의 김태성 대표

수제 자동창의 멋을 살린 고급스러운실내 디자인

가구 디자이너가 자동차를 만들면?
모헤닉 게라지스 갤로퍼에는 매우 특별한 계기반이 들어간다. 당초 계기반과 대시보드(계기반과 오디오, 콘솔박스 등이 붙은 선반)를 새로 사 넣으려 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에서 아직도 갤로퍼 부품을 대부분 팔고 있지만, 대시보드처럼 커다란 부품은 팔지 않는단다. 오래된 대시보드를 여러 번 닦고, 칠하고, 가죽까지 씌워봤지만 원하는 느낌이 나지 않아 ‘소싯적’ 실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나무를 깎아 휘고 붙이면서 대시보드와 계기반, 햇빛 가리개는 물론, 바닥과 문짝 안쪽까지 모두 나무로 꾸민 것이다. 가구 디자이너와 자동차 디자이너를 오간 김태성 대표만이 할 수 있는 일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모헤닉 게라지스의 ‘자랑’이기도 하다. “고물차를 새 차로 둔갑시키는 걸 ‘리스토어’라고 하는데, 미국의 ‘아이콘’이라는 회사가 대표적이에요. 제 갤로퍼를 ‘리스토어’할 때부터 ‘아이콘’의 작업을 눈여겨봤는데, 지난해에 그곳 대표님과 이메일을 주고받았어요. 저희 나무 인테리어에 관심이 아주 많으시더라고요.”

“5000만 원이 비싼가요?”
모헤닉에서 ‘환생’한 갤로퍼는 대략 5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테라칸에 쓰이던 2.9리터 인터쿨러 터보 디젤엔진과 3.5리터 V6 가솔린엔진을 새것으로 집어넣어 제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모든 유리와 고무 부품도 별도 제작해 새로 집어넣었다. 적지 않은 가격이고, 웬만한 수입차를 살 수도 있는 가격이다. “가격을 정해놓고 원가를 따져가며 만든 차가 아니에요. 최선을 다해 만드니 그 정도 가격이 된 겁니다.” 김 대표는 “비싸지긴 했지만, 그간 노하우를 모두 모아 제대로 만들었기 때문일 뿐, 원하는 분이 많아서 가격을 올린 건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5000만 원이 전부는 아니다. 실내 바닥을 나무로 꾸미거나, 카 오디오를 더하거나, 자동으로 펼쳐지는 발 받침대 등을 추가하면 8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항간에선 “무슨 놈의 갤로퍼가 그렇게 비싸냐?”는 말도 하지만, 모헤닉 게라지스에서 ‘환생’한 갤로퍼는 그냥 갤로퍼가 아니다. 새 차보다 더 새 차 같은 특제 ‘갤로퍼’다 .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윤현식 장진택(카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