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letonized Shadow
과감하게 도려냈다. 그럼에도 시계의 심장은 쉴 새 없이 요동친다. 스켈레톤 워치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다.
왼쪽부터_
ROGER DUBUIS
Excalibur 42 Skeleton Flying Tourbillon
손목 위로 시계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로저드뷔에 브랜드를 이끄는 원동력이자 내세울 만한 기술이다. 뼈대만 남을 정도로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낸 후, 그를 별 모양으로 만들고 페를라주 장식을 더해 미적 요소까지 챙겼다. 어디 그뿐인가. 아서 왕의 명검인 엑스칼리버를 상징하는 시계 전반의 디테일은 무브먼트와 어우러져 강인한 모습을 선사한다. 힘차게 회전하는 플라잉 투르비용 정도는 ‘식은 죽 먹기’처럼 보인다(플라잉 투르비용 2개를 장착한 무브먼트로도 정평이 난 로저드뷔다!). 핑크 골드 소재에 케이스 지름은 42mm로 기존 엑스칼리버 모델(지름 45mm)보다 크기를 줄여 보통 남성의 손목이라면 소화 가능하다.
PIAGET
Altiplano Skeleton 1200S
알티플라노가 오랜 시간 사랑받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등장할 때마다 주목을 끄는 이유는 울트라 신에 대한 끝없는 열정 때문이다. 물론 그 열정은 결과가 증명한다. 시계에 탑재한 칼리버 1200S는 로터를 장착한 오토매틱 무브먼트임에도 그 두께가 2.4mm에 불과하다. 케이스를 씌운 시계 전체의 두께 역시 고작 5.34mm. 얇은 시계를 만드는 것이 자랑인 이들에게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부품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뼈대만 남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모던한 구조는 기계를 좋아하는 남성의 호기심도 자극한다. 그러니 이들의 스켈레톤은 특별할 수밖에. 지름은 38mm, 소재는 화이트 골드.
BREGUET
Classique Grande Complication Messidor Tourbillon 5335
무브먼트의 모든 부품을 스켈레톤 형태로 완성했지만 복잡해 보이기는커녕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6시 방향에서 우아하게 유영하는 플라잉 투르비용 덕분인데, 사파이어 크리스털 소재의 독립적 공간에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며, 여백의 아름다움까지 선사한다. 한편 속살을 드러내고도 클래식 컬렉션 고유의 드레시한 특징은 여전하다. 블루 컬러의 구멍 뚫린 ‘브레게’ 핸드, 로즈 골드의 동그란 케이스와 직선 형태의 러그, 고전적인 로고까지. 시계를 예술품이라 부를 수 있는 조건을 고루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쪽부터_
JAEGER-LECOULTRE
Master Grande Tradition a Quantieme Perpetuel 8 Days SQ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기술력과 예술적 역량이 한데 어우러진 예거 르쿨트르의 새 걸작이다. 워치메이킹 기술은 260개의 부품으로 완성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이, 예술적 감각은 수공으로 깎고 다듬고 장식한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대변한다. 이들의 예술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데, 정교한 기요셰 패턴 위에 반투명의 블루 에나멜을 덧입힌 가장자리 장식이 바로 그것! 스켈레톤 고유의 복잡한 구조와 이상하리만큼 조화를 이룬다. 기계를 넘어 아트 피스로 시계를 바라보는 예거 르쿨트르의 시선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모델의 탄생이다. 케이스 지름은 42mm, 소재는 화이트 골드.
BLANCPAIN
Villeret Squelette 8-day
장인은 칼리버 고유의 기능을 해치지 않은 채 미학적 측면을 살린 스켈레톤 시계 제작에 몰두한다. 블랑팡의 빌레레 스켈레톤 8 데이는 이러한 장인의 예술혼으로 완성한 결과물. 아치형으로 깎은 대담한 브리지와 작은 부품 하나하나에까지 미친 인그레이빙 장식에서 오트 오를로주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계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무려 8일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는데, 다이얼 위쪽에 자리한 3개의 배럴 덕에 가능한 일. 재미있는 건 배럴 속 메인스프링이 풀려나가는 모습까지 과감히 드러냈다는 사실. 스켈레톤의 미덕이다.

CARTIER
Santos-Dumont Skeleton Watch
이 시계가 스켈레톤 워치의 새 기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건 인덱스 역할을 하는 브리지 때문이다. 보통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다이얼을 탑재하거나 인덱스를 삽입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는 것으로 모자라 그 자체에 시계가 갖춰야 할 덕목을 얹었으니 독보적일 수밖에! 산토스-뒤몽 고유의 남성적인 케이스와도 잘 어울린다. 까르띠에 파인 워치메이킹의 진화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사진 박원태 스타일링 이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