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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vor of Busan

LIFESTYLE

수 많은 이야기와 맛이 엮인 부산 음식. 그래서 알고 보면 더욱 맛있다.

돼지국밥과 밀면에 대한 소고(小考)
바다, 낙동강 하구, 그리고 크고 작은 산을 품은 부산은 삼포지향(三抱之鄕)의 도시다. 부산 음식의 원형은 이러한 환경에서 잉태되었다. 여기에 부산항 개항, 한국전쟁, 경제개 발, 도시화 등 시간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환경이라는 씨줄과 시간이라는 날줄을 엮어 만들어낸 부산 음식의 결은 촘촘하고 다채롭다.
글┃박상현(맛 칼럼니스트)

부산의 전통과 관서 지방의 솜씨가 만난 돼지국밥
농경사회에서 소는 농업의 중요한 생산 기반이다. 평생 동안 일하고,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을 남긴다. 하지만 돼지는 달랐다. 사람이 먹는 것을 나눠야 했다. 정작 그렇게 키워봐 야 농사일을 돕는 것도 아니다. 살아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한반도 남해안은 논밭의 규모가 작아 소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고 귀했다. 대신 집집마다 돼지 한두 마리씩 을 키웠다. 검은 털이 난 ‘재래 돼지’는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연하며 향미가 우수했다. 하지만 성장이 더뎌 부산물을 제외하면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은 고작 25kg 내외. 그 정도 양으로는 경조사를 찾은 손님을 접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하다못해 고깃국물이라도 대접해야 했다. 머리, 내장, 뼈를 우려낸 국물에 밥을 말아냈으니 그것이 곧 돼지국 밥의 탄생이다. 이를 두고 돼지국밥의 원조가 어딘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반도 남해안의 환경이 낳은 식문화의 보편성이다.
그런데 부산의 돼지국밥은 사정이 달랐다. 한국전쟁 발발 후 평안남·북도를 아우르는 관서 지방 사람들이 대거 피란을 왔다. 예로부터 관서 사람들은 소, 꿩, 닭 등을 이용해 국 물을 내는 솜씨가 탁월했다. 복잡한 재료를 사용해 식어도 담담하고 깊은 맛을 내는 평양냉면만 봐도 그 솜씨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눈에 돼지국밥이 들어왔다. 고깃국 물 내는 솜씨가 돼지인들 오죽하랴. 전쟁이 끝나고 부산의 돼지국밥은 일취월장했다. 장터 국밥에서 벗어나 노동자와 서민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으로 거듭났다. 부산의 돼지 국밥은 대중적일 뿐 아니라 다양하다. 국물을 내는 방식도, 맛도 집집마다 개성이 넘친다. 부산의 전통과 관서 지방의 솜씨가 만난 합작품다운 스펙트럼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 함경도의 농마국수 부산에서 밀면이 되다
한국전쟁 발발 후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연합군과 한국군은 맥아더 장군의 지휘하에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다. 하지만 중공군의 개입과 혹독한 추위로 전세 는 역전됐다. 연합군은 고민 끝에 ‘흥남철수작전’을 실시한다. 이때 고향을 떠나온 피란민들은 각각 부산과 거제에 닿았다. 당시 부산에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금의 남구 우 암동과 진구 당감동에 임시 수용소를 설치했다.
함경도에서는 예로부터 감자 전분과 메밀가루를 섞어 만든 면을 고깃국물에 말고 명태나 가자미로 만든 식해를 고명으로 올린 국수를 즐겨 먹었는데 이를 ‘농마국수’라 했다. 일 제강점기 구포국수로 시작된 부산의 소면 문화는 농마국수를 받아들이기에 더할 나위 없는 배경이었다. 감자 전분과 메밀가루는 귀했지만 미국의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는 풍부했다. 강남에 심은 귤이 강북에서는 탱자가 되듯(橘化爲枳), 함경도의 농마국수는 부산에 닿아 그렇게 밀면이 되었다. 부산에서 유명한 밀면집 대부분이 우암동과 당감동 주변에서 시작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부산은 용광로와 같은 도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부산다운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묘한 잠재력을 지녔다. 이것은 1876년 부산항 개항으로 시작된 이 도시의 숙명이다 . 돼지국밥과 밀면 역시 그 숙명의 갈래에 놓여 있다. 부산에서는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돼지국밥과 밀면이 다른 지역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돼지국밥도 밀면도 부산의 환경과 시간 속에 놓일 때 비로소 제맛을 낸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돼지국밥과 밀면 정도는 부산에 직접 와서 맛볼 것을 권한다.

1 자가 로스팅 한 커피만을 선보이는 인얼스커피 2 옵스의 대표 메뉴들 3 삼진어묵 어묵고로케

부산을 떠난 맛
삼진어묵, 베이커리 옵스 등 부산을 벗어난 푸드 브랜드들이 특색 있는 메뉴를 무기로 전국 백화점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하지만 각 매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 혹은 성향에 따라 인기 메뉴가 조금씩 바뀐다는 흥미로운 사실.

매년 많은 국내 관광객이 방문해 전국적으로 입소문 난 맛집이 포진한 부산은 백화점을 포함한 대형 유통 브랜드가 주목하는 곳이다. 특히 지역 명물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 는 삼진어묵은 3대째 이어온 어묵 사업을 지난 2013년 고급화 전략을 통해 어묵 베이커리로 재정비했다. 부산역점을 통해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알렸고,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 로 증가해 현재 부산에 일곱 곳,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포함한 9개의 수도권 매장을 운영 중이다. 대표 메뉴는 새우, 치즈, 감자, 카레, 청양고추, 고구마를 넣은 어묵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어묵고로케. 전 매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는 어묵고로케만 살펴봐도 지역 간 입맛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 고객은 새우, 감자 등 순한 맛 의 어묵을 즐겨 찾고 부산 고객은 청양고추를 넣은 매콤한 어묵고로케를 선호한다. 최근 삼진어묵은 매콤한 맛의 반달깻잎어묵과 햄, 치즈가 들어간 부드러운 맛의 어묵토스트 를 출시했다.
부산의 맛집 브랜드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베이커리 옵스는 2012년 롯데백화점 평촌점을 시작으로 유명 베이커리와 경쟁해왔다. 롯데백화점 본점을 비롯한 수도권 옵스 매 장에서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텔라 학원전과 바삭한 아몬드가 씹히는 튈아멍드, 코코넛 파우더를 넣은 튈코코 등 구운 과자의 인기가 높다. 수도권 고객이 옵스 하면 떠오르 는 대표 메뉴를 선택하는 것에 반해 부산은 새로운 메뉴에 호의적이다. 30년간 지역에서 사랑받은 베이커리인 만큼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이 시즌 메뉴와 신메뉴를 즐겨 찾는다 는 것이 마케팅 관계자의 분석. 지난 6월에 출시한 블루베리치즈타르트가 유독 부산에서 높은 판매율을 보이는 현상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지방색보다는 주 고객층의 연령에 따라 선호도가 나뉘는 경우도 있다. 송정에 위치한 인얼스커피는 2014년 현대백화점 부산점 식품관에 입점한 후 현대백화점 신촌점, 판 교점에 차례로 들어섰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콜드 브루의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트렌드를 좇는 젊은 고객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많이 모이기 때문. 인얼스커피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경우 주 고객층인 40~50대 주부는 주로 원두를 구매한다. 그렇다면 부산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블루베리식빵 이 20~30대 여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지역마다 선호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산 브랜드들은 전국적으로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들의 선전과 함께 부 산 역시 미식의 도시로 변모 중이다.

인얼스커피 송정점

롯데백화점 본점의 옵스 매장

삼진어묵 동부산점

셰프의 식당
셰프의 깐깐한 입맛도 만족시키는 숨은 맛집을 찾았다.
사진 ┃옥수동

동백삼계탕

“사실 각자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음식점을 추천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만, 동백삼계탕은 해운대의 수많은 삼계탕 전문점 중에서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곳입니다. 기본 메뉴인 동백삼계탕의 육수만 맛봐도 이곳의 진가를 느낄 수 있어요.” by 메르씨엘 윤화영 셰프

이미 인근 주민에게는 입소문 난 삼계탕 전문점이다.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바쁜 점심시간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예약은 필수다.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육 수는 닭발을 12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우려내 뽀얀 빛을 띤다. 특히 윤화영 셰프가 극찬한 이곳의 찹쌀은 전남 영암에서 직송한 것으로 궁극의 맛을 찾기 위해 그동안 네 번의 변 화를 거쳤다. 입안에 넣었을 때 쫀쫀하게 씹히는 찹쌀의 식감이 일품. 옻삼계탕은 먹은 후 옻이 오르지 않고 속이 편안해 마니아층이 많다. 활전복을 넣은 전복삼계탕과 구수한 육수가 중독성 있는 녹두삼계탕도 인기 메뉴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마린시티3로 23 벽산E오렌지프라자 3층
INQUIRY 051-900-9933

이태리부부

“오픈 초기부터 자주 방문한 곳으로, 특히 판체타 피자를 추천합니다.” by 파크 하얏트 부산 숀 키난 총주방장 “맛있는 식당은 음식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죠. 마르게리타 피자가 가장 인상깊습니다.” by 웨스틴 조선 부산 오킴스 현재국 셰프

‘이태리부부’라는 상호명처럼 부부이자 동료인 정종선·김혜미 셰프가 운영하는 아담한 피체리아다. 이곳의 나폴리 피자는 씹을수록 차진데, 400℃가 넘는 화덕에서 재빨리 구워내는 것이 비결이다. 또한 어린 루콜라 잎을 곁들여 쓴맛이 적고 풍미가 진한 것이 특징이다. 오레가노, 바질 등 각종 허브와 함께 숙성한 후 구운 이탤리언 베이컨을 올린 매콤한 판체타 피자는 하우스 와인과 함께하길 추천한다. 이외에 바삭한 새우튀김을 올린 시오리 피자, 매콤한 소스와 함께 구운 소고기에 각종 치즈와 채소를 넣은 후 말아낸 롤로 피자도 최근 호응을 얻고 있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동백로 29
INQUIRY 051-741-3340

티하우스

티하우스

“가끔씩 입맛이 없는 날 보리굴비정식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엔 얼음을 띄운 말차에 만 쌀밥을 한 술 떠 따끈한 보리굴비와 함께 먹으면 더위가 싹 달아나죠.” by 벨 프롬나드 강희영 셰프

티하우스는 앤티크한 테이블웨어와 고풍스러운 백자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를 보는 것만으로 눈이 즐거운 공간이다. 애프터눈 티와 코스 요리로 이름을 알린 곳으로 식사 메 뉴 역시 이에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런치 박스가 그 주인공. 도자기로 만든 도시락 안에 따끈한 쌀밥과 짭조름한 깻잎장어조림, 채끝등심견과류구이와 우엉잡채를 포함한 반찬을 넣고 소반 위에 정갈하게 담아낸다. 보리굴비정식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다. 요리에 사용하는 영광 법성포 굴비는 레드 와인에 재운 후 찜솥에 쪄내 촉촉한 속살을 자랑한다. 식사는 예약제로 운영하니 최소 1시간 전에 미리 주문할 것을 권한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5
INQUIRY 051-747-4471

해산물 토마토 리소토

Art in Cuisine
부산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을 위해 에디터가 즐겨 찾는 공간을 소개한다. 개성 넘치는 갤러리가 곳곳에 있어 부산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달맞이언덕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 식과 예술이 공존하는 키친동백을 눈여겨보자.
사진 ┃옥수동(음식), 공정현(공간)

달맞이언덕의 고즈넉한 길가에 서 있는 문을 지나 낮은 계단을 따라 한 걸음씩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늘과 맞닿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4월에 문을 연 키친동 백은 유러피언 컨템퍼러리 퀴진을 표방하며 부산의 미식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넓은 잔디밭과 동백나무 숲 사이에 서 있는 이곳은 과거 동백아트센터라 는 미술관이었다. 그래서인지 화이트 큐브를 연상시키는 레스토랑 곳곳에 주목받는 신진 작가 이혁준, 이건영, 원범식의 작품을 층마다 배치했다. 주로 예술 사진을 전시하며 사 진 전문 갤러리에 비견할 만한 수준급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탁 트인 해운대 바다와 마린시티의 마천루를 전망하며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역시 이곳에서 주목해야 할 공간이다. 새하얀 캐노피가 바람에 흩날리는 이곳에서 달콤한 케이크 타임을 만끽해보길. 또한 3층의 가장 안쪽 테이블에서 보이는 풍광은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답다. 새하얀 벽을 따라 두른 유리창 너머 하얀 파도가 부서지 는 바다 풍경에 눈이 즐겁고, 맛있는 음식으로 미각을 충족할 수 있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 한편 키친동백의 유러피언 컨템퍼러리 퀴진은 기장과 대저 등 부산· 경남 인근에서 직송한 로컬 푸드로 구성했는데, 계절감을 살려 시즌마다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올여름 키친동백은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를 추천한다. 아이스버그 샐러드, 이베리코 하몽과 멜론, 해산물 토마토 리소토, 아귀튀김이 그것. 이 중 아이스버그 샐러드는 큼직하게 썬 양상추 위에 양파, 아보카도, 베이컨을 올린 요리로 샴페인과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룬다. 신선한 깻잎과 부추 그리고 식용 꽃에 상큼한 라임 비네그레트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숯에 살짝 구운 한우 안심과 즐기는 소고기 카르파 초, 호주산 양갈비를 그릴에 구워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양갈비 스테이크도 놓칠 수 없는 요리다. 단품 외에도 런치, 파스타, 스페셜 디너로 나뉘는 코스를 즐길 수 있으니 예술과 미식 그리고 눈부신 바다와 함께하는 부산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키친동백을 기억해두자.
문의 051-731-0022

양갈비 스테이크

해운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

에디터 | 신숙미(프리랜서) 박현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