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함이 이룬 창대함
살면서 쉽게 잊고 지내는 진실 하나는 소소한 행동과 습관이 반복될 때 놀라운 결과를 이끈다는 사실. 창대한 인생을 만드는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명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주고받는 리액션에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감탄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 노장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도 그랬다. 미세한 몸짓과 짧 은 눈빛을 통해 캐릭터의 깊숙한 내면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며 디테일이 발휘하는 큰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일상에서도 이런 사소한 것의 힘을 실감할 때가 많다. 나무 보다 숲을 조망하는 것이 넓은 시야를 갖는 방법일지는 모르나, 우리는 종종 숲 속의 나무와 새, 그리고 그곳에서 느끼는 공기를 통해 감동을 받지 않던가.
일과 사랑에 대해 작은 것의 힘을 강조한 책도 있다. 아라이 나오유키가 지은 <부자의 집사>는 재물운을 끌어당기는 부자의 DNA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일본에서 최초로 세계적 부호들에게 ‘집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책은 그가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알게 된 돈을 부르는 철학과 그들의 공통된 작은 습관을 기록한 것.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그들에게 어떤 투자 비결과 소비 원칙이 있는지 조목조목 짚는다. 가 장 흥미로운 부분은 부자의 인간관계를 다룬 섹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만한 사람이나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알아보는 안목, 사람 사이에서 명심해야 할 가치 등을 상세하게 풀어낸다.
조직에서 좋은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도 디테일이 중요하긴 마찬가지. <훌륭한 관리자의 평범한 습관들>은 특별하진 않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관리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필립 델브스 브러턴이 <파이낸셜 타임스>에 연재할 당시 많은 경영자에게 찬사를 받은 칼럼을 엮은 이 책은 ‘혁신’이나 ‘리더 십’ 같은 화려한 단어 뒤에 숨은 평범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기 관리, 프로세스 관리, 숫자 관리, 전략 관리 등 갖가지 상황에서 필요한 습관과 구체적 사례를 제 시한다.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관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부자가 되는 것과 좋은 관리자가 되는 것만큼 절실한 게 또 하나 있다. 사랑을 잘하는 것. 리처드 칼슨과 크리스틴 칼슨 부부가 쓴 <잘 하고 싶다, 사랑>은 사랑을 잘하는 사람에겐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자이자 카운슬러로 수백만 명의 연인을 상담해온 리처드 칼슨은 ‘왜 내 사랑은 이 렇게 어려울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관계가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 노력은 하나의 전략이지만 이미 수많은 연애 지침서에서 내놓은 스킬과 는 다르다. 상대의 유난스러운 면과 부딪치지 않는 법, 독심술을 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소통법 등은 그리 비범한 것이 아니다. 사랑할 때 기 억해야 할 기본자세를 지킨다면 매번 같은 문제로 싸우며 느끼던 답답함이 의외로 간단히 해소되기도 한다.
살면서 누구나 큰 사건에 맞닥뜨리게 되지만 그것은 어느 한때의 일일 뿐 삶은 대체로 사소한 것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이 곧 시시한 것인가? 책장을 덮을 때쯤엔 이런 확신이 생긴다. 작은 마음가짐과 습관이야말로 견고한 삶을 이루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요소라는.
에디터 |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