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Name of Beauty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어느새 그 대상을 닮게 된다. 정원 안에 앉은 가든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마치 그 일부가 된 듯 보인 것처럼. 자연과 열정이라는 겔랑 임페리얼 우먼의 색깔을 지닌 그녀를 초여름의 정원에서 만났다.

이번 달 소개하는 겔랑 임페리얼 우먼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영국 첼시 플라워 쇼 수상으로 잘 알려진 가든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쉼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도시인은 일부러 찾는 자연이 곧 일상이기 때문일까, 스스로 ‘일중독’이라 말하는 그녀에게선 소위 일에 빠져 지내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조급함과는 다른 여유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가끔은 스스로 왜 이렇게 힘들고 험난한 직업을 택했을까 싶지만 심어놓은 초목이 제대로 자리 잡고, 꽃을 피우고, 그 위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고된 작업으로 인한 피로가 한순간에 씻길 정도로 감동을 느낀다는 그녀. 흙과 풀을 보고 만지며 살아가는 그녀의 촉촉한 감성은 ‘황지해’라는 한 사람뿐 아니라 그녀가 만들어낸 공간에도 스토리를 부여하는 듯했다. 이번에 인터뷰를 위해 선택한 장소는 상암동 월드컵공원 안에 자리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우리 국민의 아픈 응어리인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아담한 정원으로, 본디 이름은 ‘모퉁이에 비추인 태양’이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모두에게 동등한 빛을 비추는 태양처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까지 보듬어 안고 싶은 의미를 담았다고. 아무리 자연을 재료로 하는 직업이라지만 그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저 힘든 노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겔랑 오키드 임페리얼의 주성분인 오키드(난초)는 동양에서도 사랑받는 꽃이다. 그녀는 많은 옛 문인이 난초를 작품의 주제로 삼은 것은 그 고고한 자태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녀 역시 직접 그려낸 평화로운 정원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모습, 그 일에 몰입해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조차 모르는 집중력, 그녀가 정의한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미 그렇게 정원에 선 그녀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오키드의 생명력을 담은 겔랑 골드 오키드 임페리얼 크림.황지해 작가는 이 크림에 대해 고고한 난초의 자태를 형상화한 것 같다고 표현했다.
겔랑 임페리얼 우먼으로 가든 디자이너는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임페리얼 우먼이 된 소감은 어떤가요?
사실 매일 흙과 풀에 파묻혀 지내느라 제대로 가꿀 시간도 없는 저와 겔랑 임페리얼 우먼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겔랑은 한마디로 품위와 격조가 느껴지는 브랜드니까요. 그런 브랜드에서 저를 임페리얼 우먼으로 선정했다니 그 의도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부담감도 컸죠. 겔랑, 그중에서도 오키드 임페리얼 라인은 자연, 식물과 밀접한 라인인 만큼 저를 생각해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품격 있는 브랜드’라고만 여기다 임페리얼 우먼으로서 브랜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된 후 뭔가 생각이 달라졌나요?
겔랑의 대표적 향수 샬리마를 오랜 시간 즐겨 사용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오키드 임페리얼 라인을 사용하게 됐죠. 제품이 제 앞에 놓이기까지 겔랑의 스토리를 듣고 직접 사용해보니 드는 생각은 브랜드가 ‘치밀하게 정직하다’는 거예요. 마치 이 제품을 바르면 착해질 것 같다고 할까요. 오키드는 난초예요. 우리 선조가 어딘가로 유배를 가고, 낯선 곳으로 떠나더라도 술 한잔과 책 한 권, 난 두 척만 있으면 부족할 게 없다고 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식물이죠.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지만 사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고, 3개월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꽃을 피울 만큼 놀라운 생명력이 특징이에요. 그런 난초의 성품을 화장품으로 형상화했다고 생각해요. 제품의 원료를 얻는 생태계 보존 사업을 통한 겔랑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높이 사고요. 자연에서 얻은 혜택을 다시 돌려주는 건 아주 영리한 투자니까요.
야외 작업이 많은 일의 특성상 피부가 상하기도 쉬울 텐데, 평소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사실 스킨케어에 많은 투자를 하진 않아요. 햇빛이 피부를 자극하지 않도록 자외선 차단에 신경 쓰고, 무향의 제품을 사용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은은한 향이 일품인 오키드 임페리얼 크림을 사용하면서 왜 뷰티 브랜드가 향이나 질감에 신경을 쓰는지 몸소 느끼고 있어요. 체력 소모가 큰 일을 하다 보니 늘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가요. 그런데 세안을 하고, 크림을 바를 때 그 향기와 감촉에 힐링이 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제품의 효과는 나중 일로 두더라도 제품을 바르는 순간 숲 속을 찾은 듯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정원 디자이너’의 일에 대해 듣고 싶어요. 어떤 계기로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하게 됐나요?
환경 미술을 전공했어요. 조형물을 만들고, 거리를 디자인하고, 좁은 골목에 벽화도 그렸죠. 그런 일은 모든 조경 공사의 마지막 터치라 할 수 있고, 그래서 공간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동시에 인공적인 것을 재료로 하는 작업에 조금씩 한계를 느낀 것 같아요. 어느 날 낮참을 먹고 풀썩 누웠는데, ‘바랭이’라는 잡초가 눈에 들어왔죠.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풀 한 포기가 품은 엄청난 생명력과 자연의 질서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 후 조형물을 만들면 그 옆에 꼭 나무 한 그루를 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해 결국 풀과 나무를 재료로 하는 일로 완전히 옮겨온 거죠. 가드닝은 할수록 재미있고 감동도 커요. 사람은 녹색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예요. 녹색을 보는 게 곧 일인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대중에게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첼시 플라워 쇼 수상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그때 출품한 작품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요? 2011년 금상과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해우소’는 우리 선조가 터득한 삶의 지혜인 생명의 순환, 비움의 철학을 그냥 옮겨 전달한 작품이에요. 생명에 대한 순리적인 이야기를 풀어냈을 뿐인데 그 점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 그다음 해에 출품해 초대 회장상을 받은 ‘DMZ’를 통해서는 잿더미 속에서 스스로 재생한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마 사람이 계획을 세워 그 땅을 되살리려 했다면 그렇게 되지 못했을 거예요. DMZ는 우리의 상처이자 반드시 알아야 할 교훈을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점에 유럽의 전문가들도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정원 문화가 상당히 뿌리 깊은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유럽은 세계대전 이후 땅과 자연, 정서의 결핍 때문에 그 척박한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 국가적 정책으로 정원 문화가 자리 잡았죠. 반면 산천초목이 둘러싼 우리나라는 따로 정책이 필요 없었어요. 우리 옛 어머님들이 텃밭 옆에 심어둔 봉숭아꽃 몇 그루도 다 정원이 됐으니까요. 우리는 그저 자연 안에 정자 하나만 두면 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온 거죠.
프로젝트가 아닌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정원 스타일도 우리나라 정원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흔히 정원 문화가 뿌리 깊다는 런던에서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이유는 자연주의 플랜팅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자연도, 사람도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해요. 다른 말로 하면 무심하고 게으르다는 거죠.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정원 스타일, 사람이 아닌 생태계가 그려낸 우리나라 정원 스타일이 곧 제 스타일이에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 외에 인생의 가치관이 있다면요?
누구나 내면에 어릴 적 소녀가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애써 자신을 꾸미고 연출하는 일이 없죠. 그때의 정직한 본성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쟁이나 상처에 휩쓸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에도 설렐 줄 아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순수한 감성이 예뻐 보여요.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아름다움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정직한 본성 외에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몰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을 좋아하고, 일중독이라는 말도 많이 듣는데, 그런 몰입의 상태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내가 지금 몰입한 상태인 것도 모르는 상태,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모르는 그런 상태요. 그런 모습이 왜 아름다운지 아세요? 바로 마음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