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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elry meets Earth

FASHION

수려하고 섬세한 주얼리를 소개해온 반클리프 아펠은 다른 어떤 주얼러보다 ‘과학적’ 제작 방식을 채택하는 브랜드다. 원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면서도 착용하는 사람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하는 점은 반클리프 아펠이 오랜 기간 사랑받는 요인이기도 하다. 반클리프 아펠의 예술성과 과학기술에 대한 경의, 더불어 원석의 형성 과정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전시가 그것이다.

빠스 빠뚜, 1939년
자연은 메종을 대표하는 테마로 브랜드에 활력과 상상력을 불어넣어왔다. 꽃을 모티브로 한 빠스 빠뚜는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에 메종의 가장 유명한 피스로 각광받았다. 2개의 플라워 클립으로 가린 메탈 레일 시스템은 유연한 골드 스네이크 체인이 들어가거나 나올 수 있게 해 네크리스, 초커, 브레이슬릿 또는 벨트로도 변형이 가능하다. 1939년부터 플라워는 매우 중요한 모티브였으며 이 작품에서도 반클리프 아펠만의 변형 가능한 기발함이 묻어난다.

부케 클립, 1940년
잘 알려졌다시피 반클리프 아펠의 시작은 러브 스토리다. 1885년 보석 딜러 가문의 딸 에스텔 아펠은 다이아몬드 브로커이자 보석공 가문의 아들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결혼했다. 1906년, 부부는 에스텔의 동생 샤를과 함께 파리의 방돔 광장에 최초의 반클리프 아펠 부티크를 오픈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이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된 계기 중 하나는 1925년 파리에서 개최한 현대 장식미술·산업미술 국제박람회에 참가한 것이다. 당시 박람회는 세계 각국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는 일종의 ‘트렌드 페어’ 같은 역할을 했으므로 많은 브랜드가 갖가지 신제품과 기술을 앞다투어 발표하는 각축장이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특히 설립 후 첫 반세기 동안 메종의 기념비적 기술을 개발했다. 메탈이 보이지 않게 스톤을 세팅해 원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미스터리 세팅(Mystery SettingTM) 기법(1933년 특허 출원)이 대표적이다. 독창적인 고급 베니티 케이스인 미노디에르(MinaudiereTM)와 지퍼에서 영감을 받은 혁신적인 지프 네크리스도 반클리프 아펠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1968년의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한 피에르 드 케렉테르(Pierres de CaractereTM) 셀렉션 그리고 장인의 손길도 여전히 메종을 빛나게 하는 요인이다.

전시가 열린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전시 관람 중인 케이트 블란쳇

전시가 열리는 싱가포르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관장 오너 하거(Honor Harger)는 전시 오프닝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주얼리를 창조하는 데 필요한 미학적 기술, 광물과 스톤의 형성 과정을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컬렉션과 컬렉터들이 소장한 400여 점의 작품, 그리고 주얼리 스쿨인 레콜 반클리프 아펠이 초청한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과학 유물을 아울러 선보입니다. 관람객은 땅속 깊은 곳에서 진화를 통해 지구의 표면으로 드러나는 광물의 역사적 기원을 따르는 여정과 희귀한 원석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반클리프 아펠의 장인정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마리나베이 샌즈에 위치한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은 예술과 과학기술, 문화 간 교류를 장려하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이다. 연꽃에서 영감을 받은 4700㎡ 규모의 총 21개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전시를 개최해왔다.
좀처럼 보기 힘든 미네랄을 제공한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역사는 16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국왕인 루이 13세는 자신과 다음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미네랄, 식물 그리고 동물 의약품을 수집했다. 점차 귀중한 재료가 모이자 루이 13세는 학자들에게 이 재료를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아버지에 이어 왕위에 오른 루이 14세 역시 광물과 원석 그리고 고고학이나 민속학적으로 가치 있는 물품을 사들여 전문 기관으로 보냈고, 자연스레 18세기에 킹스 캐비닛 자연사박물관을 설립했다. 프랑스 혁명 중 킹스 캐비닛은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후 400년이 지나는 동안 지구의 보물뿐 아니라 지질, 생명, 다양성과 관련한 인간의 활동에 대한 연구에 힘을 쏟아왔다.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소개하는 다양한 광물은 지구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4540만 년 전 태양이 생긴 후 탄생한 지구는 이후 운석 충돌, 지각변동, 화산 활동, 침식 등으로 행성의 지도를 바꾸고 다채로운 광물을 생산해냈다. 크리스털, 다이아몬드, 진주, 금, 토파즈, 에메랄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미네랄과 원석은 자연의 고귀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4월 22일 열린 전시 오프닝에는 반클리프 아펠의 CEO 니콜라 보스, 영화배우 케이트 블란쳇, 각국의 프레스와 VIP를 초청해 단순한 보석 전시를 넘어 지구에서 탄생한 원석과 다듬어진 주얼리의 연관 관계를 알아가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More than Masterpieces
4월 23일부터 8월 14일까지 총 9개의 주제를 통해 소개하는 전시. 그중에서도 특히 다음에 소개하는 주얼리는 주얼리와 원석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음미하게 한다.

버드 클립과 펜던트, 1971~1972년
전시회 포스터에 우아하게 자리 잡은 작품. 가장 아름다운 스페셜 오더 작품 중 하나인 96.62캐럿의 브리올레트 컷 옐로 다이아몬드를 물고 날아가는 우아한 새. 유니크한 원석을 소장하고 있던 사람은 1930년대 오페라 가수이자 사교계 명사인 가나 왈스카다. 그녀는 원석을 펜던트로 사용했으며, 이 다이아몬드는 1971년 소더비에 등장했다. 1972년 원석의 새로운 주인은 아들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옐로 골드, 에메랄드, 사파이어로 만든 새에 이 특별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주얼리를 메종에 요청했다. 반클리프 아펠은 이 주얼리를 한 쌍의 날개가 달린 이어링과 브로치로 변형하고, 옐로 다이아몬드는 분리해 펜던트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집션 인스퍼레이션 브레이슬릿, 1924년
1920년대 파리의 주얼리 산업에는 극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특히 1922년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장식미술에서 이집트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도 마하라자의 보물도 방돔 광장의 주얼러들을 매혹시켰다. 반클리프 아펠은 1922년부터 1925년까지 이집트풍 주얼리를 제작했으며 각각의 주얼리에 재물 봉헌 장면, 풍뎅이, 스핑크스, 암포라 항아리, 상형문자 등을 장식했다.

와일드 로즈 미노디에르, 1938년
반클리프 아펠은 초창기부터 실용적인 제품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증명해왔다. 대표적 제품이 우아한 여성을 위해 제작한 베니티 케이스인 미노디에르로 화장품, 빗, 거울, 시가렛 홀더, 미니어처 워치까지 담을 수 있는 창의적이며 고급스러운 제품이다. 미스터리 세팅의 와일드 로즈 미노디에르 프레셔스 케이스는 금으로 제작하고 클립으로도 착용할 수 있는 와일드 로즈 클래스프를 장식했다.

피오니 클립, 1937년
메종의 아름다운 가치를 먼저 눈치챈 사람은 당연히 각국의 왕실과 셀레브러티였다. 왕실의 대관식부터 세계적 커플의 결혼식에 등장한 것은 물론이고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리아 칼라스, 그레이스 켈리, 인도의 왕들, 이집트 파이자 공주, 영국의 윈저 공작부인 등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윈저 공작부인은 메종의 가장 열렬한 고객 중 한 명으로, 그녀가 소장한 다이아몬드와 12개의 터쿼이즈를 장식한 네크리스를 메종이 이 전시회를 통해 처음 소개한다. 이집트 파이자 공주가 이전에 소장한 피오니 클립은 중요한 모티브인 플라워와 시그너처 기술인 미스터리 세팅 기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클립에는 100캐럿에 달하는 루비와 30캐럿에 이르는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브레이슬릿으로 변형 가능한 지프 네크리스, 1954년
1930년대 후반 윈저 공작부인은 독창적인 제품 아이디어를 당시 메종의 아트 디렉터이던 르네 퓌샹에게 처음 제안했다. 1950년에야 완성한 이 특별한 작품은 지퍼처럼 열고 닫을 수 있게 디자인해 네크리스 혹은 브레이슬릿으로 착용이 가능하다.

아르데코 브레이슬릿, 1925년
반클리프 아펠은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 사조와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주얼리를 제작하기도 한다. 미니멀리스트, 모더니스트, 추상화와 아방가르드를 작품에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반클리프 아펠은 아르데코 주얼리의 선두에 있었다. 수직적 라인과 강한 대칭 그리고 추상적 형태가 특징인 아르데코 스타일이 잘 살아 있는 브레이슬릿이다. 플래티넘 소재에 스퀘어, 라운드 그리고 마키즈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스패니시 발레리나 클립, 1941년
댄스에 대한 루이 아펠의 열정에서 비롯된 발레리나 피겨는 처음 등장한 이래 많은 인기를 얻었다. 루이 아펠의 조카 클로드 아펠이 유명한 안무가이자 뉴욕 시 발레단의 공동 창립자인 게오르게 발란친을 만나면서 메종과 무용의 연결 고리는 더욱 강력해졌다. 발란친은 뉴욕에서 1967년 ‘보석’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발레리나 클립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주름진 드레스가 다이아몬드로 반짝이고 루비와 에메랄드로 악센트를 주었다.

에디터 | 이윤정 (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