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열전
<노블레스>가 소개하는 한국의 전통 음식 두 번째. 우리네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반찬이자 ‘발효 과학’이라 불리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음식, 김치다. 배추, 무 등의 재료에 갖가지 양념을 더해 차곡차곡 눌러 담고 자연과 시간이 맛을 내주길 기다려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오묘한 맛의 신비. 그 안에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무기질, 칼슘이 그득해 영양의 보고가 따로 없다. 지금 담가 익히면 겨우내 입맛을 돋워줄, 우리 조상의 솜씨와 지혜가 녹아든 김치를 만나보자.
궁중젓국지
통배추김치는 김장 김치의 기본이다. 그런데 배추를 통째로 절여 잎 사이에 소를 채우는 같은 방식이라 해도 스타일 면에서 지역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보인다. 추운 북쪽 지방에서는 양념을 줄여 싱겁게 담그며, 상대적으로 남쪽 지방은 젓갈과 양념을 풍부하게 넣어 짜고 농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서울·경기식은 중도주의적으로 새우젓과 액젓만 사용해 맛이 깔끔하다. 궁중젓국지는 궁중에서 담그던 통배추김치를 말한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멸치젓이나 갈치젓 대신 황석어젓을 주로 쓰며 생새우나 신선한 해물을 넣기도 한다. 오래 묵히지 않을 김치는 김칫소에 배를 채썰어 넣으면 단맛과 시원한 맛을 더할 수 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비늘김치
무에 생선 비늘처럼 칼집을 넣어 소를 채운 김치다. 훌훌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섬세한 장식이 돋보이는 김치로 궁중 김치답게 그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채썬 무, 배, 밤, 대추, 파, 마늘, 석이버섯 등으로 속을 채우는데 고춧가루 대신 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맞춰 정갈한 백김치 스타일로도 가능하다. 여름에는 무 대신 오이를 사용하기도 하며 가을에는 대추가 아닌 홍옥으로 더 깊고 달콤한 향을 낸다. 언뜻 샐러드처럼 보이지만 반나절 상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충분히 숙성시켜야 아삭하면서 알싸한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해물보김치
보김치는 배춧잎에 속을 넣어 보자기처럼 싼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보김치를 예쁘게 만들려면 적당한 사이즈의 밥공기를 골라 배춧잎을 가지런히 펼치고 소담하게 속을 채운 후 데친 미나리 줄기로 정성스럽게 묶어야 한다. 손이 많이 가 예부터 잔치나 명절 때 귀한 손님상에 올렸다. 해물보는 낙지와 새우, 전복 등의 해물에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버무려 넣고 고명으로 밤, 대추, 은행을 얹는다. 본래 개성 지방의 향토 음식이었으나 요즘은 지역에 상관없이 즐기고 있다. 작은 크기로 1인분씩 만들어내는 것도 색다르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굴깍두기
무는 사시사철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지만 김장철에 나오는 무가 특히 달고 단단해 맛이 좋다. 굴깍두기는 무의 시원한 맛에 쪽파, 미나리, 액젓 등의 양념과 싱싱한 생굴의 바다 향기가 배어들어 담백함이 배가된다. 굴은 양질의 단백질과 무기질, 칼슘과 철분, 비타민 등이 풍부해 영양까지 챙길 수 있다. 충남 서산 지역의 굴이 알이 작아 양념이 잘 배어들어서 김치 담그기에 좋다. 단, 굴이 들어가 빨리 익으므로 오래 두고 먹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저장성을 생각한다면 굴 대신 새우젓과 소금으로 깔끔하게 감칠맛을 내도록 한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총각무김치
총각무는 기다란 무청이 총각의 댕기머리 같다하여 붙은 이름. 우리나라 토종 무의 하나로 살이 단단하고 톡 쏘는 특유의 향이 강하지만 익었을 때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모든 지방에서 다 담그지만 젓국의 종류, 고춧가루의 양, 풀국의 사용 여부 등이 저마다 다르다. 충청도에서는 새우젓만 넣어 슴슴하게 간을 맞추거나, 고춧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물김치 스타일로 총각무동치미를 담가 먹기도 한다. 전라도에서는 풀국을 섞은 젓갈김치를 담근다. 멸치젓 대신 새우젓이나 조기젓을 쓰면 오래 두어도 색이 덜 변한다. 고추씨를 넣으면 칼칼함을 더하고 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동치미
사이다처럼 톡 쏘는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겨울 물김치다. 작고 단단한 조선무를 골라 아기 엉덩이처럼 매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게 절인 후 배와 쪽파, 삭힌 고추 등을 넣어 국물이 흥건하게 담근다. 조선시대 조리서 <규합총서>에선 “동치미 만들 때 어린 오이 절인 것과 배, 유자를 넣고 익으면 국물에 석류와 잣을 넣었다”고 소개하는데 유자와 석류를 넣으면 더 향긋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대추는 청량감을 오랫동안 유지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동치미는 한 달 정도 충분히 숙성시켜야 발효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우리 조상은 곰팡이 같은 흰색 막인 골마지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댓잎이나 청갓으로 덮어두는 지혜를 발휘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해물반지
반지는 국물이 자작한 배추김치다. 젓국과 고춧가루를 일반 김치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 말간 색이 난다. 이른바 전라도 스타일 백김치로 ‘백지’라 부르기도 한다. 절인 배추에 낙지, 새우, 전복, 오징어 등 해산물을 갖은 양념에 버무린 소를 채워 넣고 큰 겉잎으로 소가 빠지지 않게 감싼 후 양지머리(또는 사태)를 삶아 식힌 물에 소금을 타서 삼삼하게 간한 국물을 부어 만든다. 맑은 쇠고기 육수 대신 낙지 삶은 물과 다시마 물을 섞어 쓰면 한층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고들빼기김치
전라도, 특히 전주에서 즐겨 먹는 별미 김치다. 약간 쌉쌀한 맛과 향기가 일품으로 인삼 맛과 유사해 인삼김치라고도 한다. 손질한 고들빼기를 물에 담가 푹 삭혀서 쓴맛을 우려낸 다음 고춧가루와 멸치젓국 등의 양념을 버무려 만드는데 실파, 납작하게 썬 밤과 채썬 단감 등 다양한 부재료를 곁들인다. 씻은 무말랭이를 꼭 짜서 넣어도 좋고 마른 북어를 불려서 작게 토막 내어 넣어도 별미다. 풋고추를 삭혀서 넣으면 더 향긋하다. 약간 맵고 짠 편이지만 겨울철 식욕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고들빼기는 피를 맑게 하고 위를 건강하게 보호해주니 이만한 보양 반찬도 없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
백김치
배추에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무채, 배, 밤, 대추, 실고추 등으로 속을 채운 후 양지머리 육수를 부어 익힌 깨끗하고 시원한 김치다. 갈치액젓과 소금으로만 맑게 간해 담백한 맛을 즐긴다. 일반 김치보다 빨리 쉬기 때문에 작은 배추로 만들어 한 끼에 한 포기씩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요령. 고춧가루나 젓갈류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자칫 군내가 나기 쉬우므로 배와 밤으로 청량감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물용 육수로 양지머리 대신 북어, 다시마 등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여기에 매실청이나 유자청을 첨가하면 그 향이 일품이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요리 이하연 참고 서적 <이하연의 발효 음식>(이하연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그릇 협찬 이도, 정소영의 식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