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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날마다 탐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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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과 혁신이라는 양날의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몽블랑의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컬렉션과 유승호 작가가 만났다. 문자와 이미지가 어우러진 적절한 조화에서 우리는 탐험가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유승호 작가
문자와 이미지를 사용해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다. 문자 작업은 단어나 문장을 통해 어떤 풍경의 이미지나 상황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승호 작가 특유의 위트가 언어 유희적인 성격으로 드러나는 작업이다. 이미지 작업은 이번 협업 작품에도 활용한 방식으로 점이나 텍스트 등을 겹쳐쓰거나 단독으로 사용해 하나의 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 작업에서도 그는 관람객을 미소 짓게 하는 말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이렇듯 늘 유쾌한 어느 지점에 존재한다.

작품명 쏟아지네 흐르네 흐르네 흐흐흐흐흐 Epistrophe,
Ink on paper, 122×84.4cm, 2015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다부지게 말하는 유승호 작가는 이번에 몽블랑과 협업을 시작하며 “몽블랑과 나, 모두에게 어색하지 않은 최선의 작업을 위해 내가 늘 해온 작업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고백했다. 한 달이 넘는 작업 시간 동안 유승호 작가의 작업실 벽 한편에 걸려 작품에 대한 영감을 준 시계는 다름 아닌 ‘몽블랑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엑소 투르비용 미닛 크로노그래프 바스쿠 다 가마 리미티드 에디션 60(The Montblanc Heritage Chronometrie Exo Tourbillon Minute Chronograph Vasco da Gama Limited Edition 60)’.
엑소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는 바스쿠 다 가마 리미티드 에디션의 대표 모델로 오직 60개의 크로노그래프만 제작하는, 숙련된 장인의 솜씨를 자랑하는 컬렉션이다.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는 포르투갈 탐험가로 1497년 4척의 함선을 이끌고 리스본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남단을 지나 뱃길로 인도에 도착한 첫 번째 항해사다. 이 항해의 성공으로 포르투갈은 아라비아나 페르시아, 터키 등의 중간상인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후추 등 귀한 향신료와 보석류를 유럽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발판 삼아 무역 강국으로 우뚝 섰다. 항해 지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당시 바스쿠 다 가마가 바다 한가운데서 의지한 것은 오직 별자리뿐. 별자리 하나에 자신과 선원들의 목숨을 맡긴 채 긴 여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탐험에 대한 목마름, 위험을 감수하는 의지 덕분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몽블랑이 바스쿠 다 가마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건 그가 기나긴 항해에서 보여준 ‘정확성에 대한 집념’ 때문이다. 그 집념은 바스쿠 다 가마의 기함 상가브리엘(Sao Gabriel)을 연상시키는 이 워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바스쿠 다 가마의 항해를 안내한 남반구의 밤하늘을 본떠 다이얼에 수많은 점으로 별을 수놓은 것, 워치 가운데 위치한 핸드 타입 날짜 디스플레이가 상가브리엘호의 중요한 항해 도구 중 하나인 별시계(nocturlabium)를 연상 시키는 것, 6시 방향에 보이는 엑소 투르비용의 정교한 구조 등은 몽블랑이 바스쿠 다 가마가 중요시한 정확성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 보여준다. 파편화된 이미지나 단어를 그려내며 우리 내면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유승호 작가는 이번 협업 작품에서 그 부분을 그만의 언어로 완벽히 녹여냈다. “항해사의 업적과 그 선원들을 기리는 시계라 제가 즐겨 그리는 산수화에 작은 배를 함께 배치했어요. 하늘에 그린 몽블랑 로고는 태양이나 달같은 절대적 존재를 의미합니다. 동시에 ‘눈’을 뜻하기도 하죠. 눈이란 바라보는 동시에 인지하는 것을 뜻하잖아요. 그것이 워치라는 아이템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몽블랑의 로고 주변에서 반짝거리는 점을 가까이 들여 다보니 알파벳이 보인다. 그가 늘 작품에 사용하는 문자의 겹쳐 쓰기 기법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S와 T를 겹쳐 밤하늘의 은하수를 형상화한 것. 여기서 유승호 작가가 숨겨진 비밀을 하나 알려준다.
“제가 그린 별을 세어보면 정확히 60개예요. 상가브리엘호에 탑승한 60명의 선원을 기리면서 60개의 시계를 제작한 거잖아요. 물론 사람들이 그 별을 다 세어보진 않겠지만 저만이 알 수 있는 의미를 곳곳에 숨겨놓은 것이 이 작품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별빛을 연장한 듯 보이는 긴 선에는 배에 승선 한 사람들의 이름과 배 이름, 그들이 나누었을 법한 대화 속 문장이 영어와 한글로 빼곡히 적혀 있다. 물론 작품의 바탕인 산수 역시 그가 즐겨 사용하는 ‘야’와 ‘호’가 때론 겹쳐진 채로, 때론 하나의 단독 글자로 모이고 모여 멋진 산수화를 만들어낸다. “그동안 몽블랑을 보면서 로고의 생김새나 이름에서 뭔가 말랑말랑한 느낌을 주로 받았어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몽블랑에 관해 리서치했는데, 몽블랑이 부드럽고 심플하지만 이지적이면서 동시에 남성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디테일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과연 하이엔드적 면모가 강하더군요.”
유승호 작가는 이번 협업을 통해 몽블랑의 브랜드 가치와 명품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몽블랑같이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들여다보면 마치 작품 같다는 생각을 해요. 작가가 좋은 작품을 탄생 시키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디테일까지 얼마나 완성도가 있느냐, 그리고 또 하나는 제품이든 작품이든 그 완성도에 과연 특별한 독창성이 깃들어 있느냐 하는 거죠. 바로 그 독창성이 있어야 진정한 명품이 된다고 생각합니 다.“ 이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장인정신으로 스위스 최고급 시계의 자리에 선 몽블랑 워치, 기본기를 중시하며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늘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유승호 작가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반갑고 박수 칠 만하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김정근 진행 협조 아리리오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