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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than Bond

MEN

대니얼 크레이그가 이상적인 제임스 본드인 이유. 그리고 본드를 벗어나서도 진짜 남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

1968년 영국 체스터에서 태어나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 스타급 배우라면 으레 그렇듯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게 한 수많은 필모그래피, 그리고 현재 부인인 배우 레이철 와이즈와 딸을 아끼는 한 집안의 가장 등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이력과 생활까지.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면 알 수 있는 대니얼 크레이그의 바이오그래피다. 하지만 우리가 그에게 열광하는 건 스크린 속 모습이다. 박진감 넘치는 연기력과 그에 필적하는 완벽한 스타일! 특히 그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인 제임스 본드는 그에게 억만금을 줘도 내주고 싶지 않은 최고의 캐릭터다. 2006년 <007 카지노 로얄>을 통해 6대 제임스 본드가 된 크레이그는 2008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2012년 <007 스카이폴>을 통해 본드 본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그런데 분명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기존의 본드와는 달랐다. 생김새도 숀 코너리,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돌턴, 피어스 브로스넌처럼 전형적 미남형이 아니라 어찌 보면 링 위에 선 파이터 같았다. 키도 작고, 익살스러운 면도 없고, 기존의 본드처럼 기름진 미소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특히 금발 머리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 속 모습과 거리가 멀다(이전의 본드 5명은 모두 어두운 머리카락). 그러니 본드에 열광하던 팬들이 그의 등장에 반기를 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를 이상적 본드라 여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본드의 모습도 점차 바뀐 것이다.
<007 스카이폴>이 개봉한 2012년, 패션계는 본드의 패션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그가 입은 슈트가 다름 아닌 톰 포드였기 때문. 이전의 모든 본드가 새빌로에서 옷을 맞춰 입은 건 아니지만 (피어스 브로스넌은 브리오니를 그의 슈트로 선택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슈트를 입고 나온 건 파격에 가까운 행보였다.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낸 섹시한 슈트는 그를 여자들에겐 섹시의 심벌로, 남자들에겐 동경의 대상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짧은 금발 머리와 짙고 푸른 눈, 무표정한 그의 얼굴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아닌 본드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스크린 밖 그의 모습은 어떨까? 물론 턱시도와 테일러링 슈트 등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선 본드 이상의 화려한 모습을 보이지만, 평소에는 여느 할리우드 스타와 마찬가지로 데님을 즐기고, 블랙·네이비·그레이의 단정한 컬러에 심플한 디자인의 옷을 입는다. 재미있는 건 우리 남자들의 옷장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임에도 특별해 보인다는 사실. 그건 크레이그 본인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알고,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꾸준한 운동으로 다진 그의 탄탄한 몸이 8할을 차지하지만. 10년이 지나도 아마 그의 스타일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과거에도 그랬듯 말이다.
<007>의 새 시리즈 <007 스펙터(Spectre)>가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고를 쓰는 지금 아직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짧은 트레일러 영상과 사진을 통해 새 제임스 본드를 만났다. 톰 포드의 섹시한 슈트는 여전하고, 오메가의 씨마스터도 여전히 그의 손목 위에 얹혀 있다. 개봉 전인 만큼 어떤 매력으로 전 세계 본드 마니아를 열광시킬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만은 알 것 같다. 스타일만큼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상적 남성상을 제대로 그렸을 거라는 사실 말이다. 그것이 데님이든, 잘빠진 슈트든.

핀스트라이프 스리피스 슈트 Dolce & Gabbana, 블루 셔츠와 블랙 타이 Ralph Lauren Black Label, 포켓스퀘어 Simonnot Godard by Unipair, 레이스업 슈즈 Berluti

스트레이트 피트 데님 팬츠 Brunello Cucinelli

플란넬 셔츠 Bagutta by Lansmere, 네이비 니트 재킷 Roberto Collina by Lansmere

와이드 스프레드 칼라 셔츠 Kiton, 캐시미어가 섞인 네이비 니트 Brioni

실버 링 모두 Bulletto by Unipair

브라운 렌즈 보잉 선글라스 Tom Ford Eyewear, 레드 포인트 컬러가 들어간 블랙 프레임 선글라스 Dior Homme by Safilo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제임스 본드 리미티드 에디션 Omega

스타워커 어반 스피드 만년필 Montblanc

스웨이드 처커 부츠 Alden by Unipair

A SUIT MAN, JAMES BOND

개봉을 앞둔 <007 스펙터>를 제외하고 지난 50년간 23편의 <007> 시리즈에 등장한 6명의 본드. 그중에서도 굵직한 활약을 보인 본드 4인의 슈트 스타일을 정리했다. 같은 주인공도 영화마다 다채로운 모습으로 등장했기에 관통하는 단 하나의 스타일을 말할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시대를 풍미한 날 선 감각을 유지한 채 본드 특유의 젠틀함을 품고 있다는 것.

폭이 좁고 길이가 짧은 라펠이 특징인 그레이 슈트, 블루 셔츠, 퍼플 타이, 화이트 포켓스퀘어 모두
​Ermenegildo Zegna Couture by Stefano Pilati, 블랙 캡토 슈즈 John Lobb

 

SEAN CONNERY

TV와 연극 무대를 전전하던 그를 스타덤에 올린 건 <007> 시리즈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도 있지만, 그의 눈부신 외모가 한몫했다. 그리고 그에게 어울리는 멋진 슈트. 그의 풍채에 걸맞게 슈트의 재킷은 넓고 각진 어깨와 낙낙한 피트를 살린 반면 미국 슈트를 연상시키는 좁은 라펠을 선택했다. 만약 라펠과 타이의 폭이 넓었다면 화려한 그의 이목구비와 부딪쳐 남성적이긴 해도 자칫 과한 이미지를 창출했을지 모른다. 1964년 <007골드핑거>에 입고 나온 앤서니 싱클레어(Anthony Sinclair)의 그레이 글렌 체크 슈트는 본드의 상징적 옷 중 하나가 됐다.

그레이 더블브레스트 슈트, 화이트 셔츠, 페이즐리 타이와 포켓스퀘어 모두 Stefano Ricci,
​각진 라스트가 돋보이는 레이스업 슈즈 Berluti

ROGER MOORE

1973년 <007 죽느냐 사느냐>와 이듬해 <007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에 등장한 로저 무어는 라펠의 폭이 매우 넓은 더블브레스트 재킷을 입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어깨 실루엣과 소매에 단추를 하나만 단 것도 그의 슈트가 보인 특징. 사실 그는 잘생긴 얼굴이지만 숀 코너리에 비하면 이렇다 할 특징이 눈에 띄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본드보다 개성 넘치는 옷을 입었다. 칼라가 긴 셔츠나 매듭을 크게 지은 넓은 타이, 곡선에서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 라펠까지! 부츠컷 팬츠와 터틀넥도 그를 특징짓는 아이템 중 하나다.

브라운이 감도는 체크 슈트, 화이트 셔츠, 블루 타이, 포켓스퀘어 모두 Brioni,
브라운 윙팁 슈즈 Edward Green by Unipair

PIERCE BROSNAN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 가장 가까운 외모는 바로 피어스 브로스넌 아닐까? 재미있는 건 이전의 본드와 달리 브로스넌은 이탈리아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를 선택했다는 거다. 단, 브리오니 특유의 강건한 어깨 실루엣은 유지하되, 중간 너비의 라펠과 긴 재킷 길이를 선택해 귀족적인 느낌을 더했다. 사실 그는 외모 자체가 조각 같은 데다 귀족적이어서 튀는 디자인의 슈트보다는 금장 버튼이나 실크 소재 포켓스퀘어 등 다양한 변화를 주어 우아한 첩보 요원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원작과 달리 브로스넌 시절부터 롤렉스 대신 오메가를 손목 위의 시계로 택했다는 거다.

높은 고지 라인에 라펠 폭이 넓은 그레이 슈트 Lansmere,
스트라이프 셔츠 Orian by Sanfrancisco Market,
실크 타이 Drakes by Unipair,
​블랙 로퍼 Ermenegildo Zegna Couture by Stefano Pilati

DANIEL CRAIG

우아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브리오니는 크레이그의 다부진 몸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007 스카이폴>을 통해 본드의 슈트는 변화한다. 섹시한 톰 포드를 택한 것. 쉼없는 움직임에도 펄럭임 없이 몸에 밀착되는 그레이 컬러 슈트는 분명 기존 본드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21세기에 맞춰 변화한 본드의 이미지를 반영한 것. <007 스펙터>에서도 톰 포드의 손길로 완성한 슈트를 걸친다고 하니 크레이그의 옹골찬 실루엣을 다시 감상할 수 있을 듯. 참고로 톰 포드의 슈트는 이탈리아에서 만들지만 디자이너는 사실 영국 슈트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인물이다.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사진 기성율(제품), Getty Images 도움말 김창규(<비즈니스 웨어, 남자의 옷> 저자) 어시스턴트 이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