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결한 뷰티, 그레이스 켈리
담백한 뉴욕풍 미니멀리즘을 감성적으로 해석해 고유의 영역을 확보한 앤디앤뎁(Andy & Debb)의 디자이너 김석원·윤원정 부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스타일 아이콘 혹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뮤즈가 누구냐 물으니, 그들은 동시에 그레이스 켈리라 대답했다.
1 레니에 공에게 약혼 선물로 받은 Van Cleef & Arpels 진주 네크리스
2 그녀의 결혼식을 위해 주문 제작한 플로럴 계열의 Creed 플러리시모
3 1966년 일러스트레이터 비토리오 아코르네로가 그녀를 위해 디자인한 Gucci 실크 플로라 스카프
4 우아한 레드 컬러가 오래 지속되는 Dior 루즈 디올 #999
진주 그 자체의 아이콘
Andy_ 나는 중성적이고 심플한 미니멀리즘, 아내는 여성적이고 화려한 로맨티시즘을 표방한다. 상반된 두 컨셉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레이스 켈리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우리의 공통분모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 우아함의 정수! 그녀의 모던한 우아함은 우리 부부를 매료시켰다. 1950년대 초에 활동한 여배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 그 당시 여배우들이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다소 통통한 몸매에 고전적인 얼굴인 반면 그녀는170cm에 이르는 훤칠한 보디라인을 자랑했다. 또한 그녀는 평상시 진주를 즐겨 착용했는데, 아마도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진주가 그녀를 닮아서가 아닐까. 자신에게 어울리는 보석을 정확하게 고른 그녀의 안목을 칭송하고 싶다.
블랙 앤 화이트 vs 그린
Debbie_ 남편은 블랙 앤 화이트를, 나는 풍성한 컬러군을 선호한다. 2014년 S/S 앤디앤뎁 컬렉션을 준비할 때도 남편은 모든 착장을 무채색으로 통일하자 하고, 나는 다른 컬러를 시도하자고 해서 애를 먹었다. 블랙 앤 화이트부터 비비드 컬러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것도 우리가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히치콕 영화 <이창>에서 블랙톱, 꽃잎처럼 퍼지는 화이트 튈 스커트가 이어진 드레스를 입은 그녀! 영화보다 이 의상이 더 유명하지 않은가. 또 그녀는 그린 컬러를 사랑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백악관에서 재키 케네디를 만날 때도 그녀는 그린을 택했다. 딸 캐럴라인에게도 행운과 젊음을 상징하는 그린 계열 의상을 주로 입혔다고 한다. 우리 부부에게 그녀가 입을 의상을 디자인할 기회가 생긴다면, 1950년대 레트로 블랙 앤 화이트에 비비드 컬러와 미니멀한 실루엣을 가미한 룩을 만들겠다. 가장 우아한 과거의 아이콘에서 현재 가장 트렌디한 여성으로 그녀를 변신시킨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다.
클래식 레드 립과 온화한 웨이브의 조화
Debbie_ 그녀에게서 닮고 싶은 뷰티 포인트를 꼽자면 끝도 없다. 먼저 긴 목선!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볼 때면 그녀의 목과 데콜테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무척이나 보드라워 보였다. 아마도 보석과도 같은 그 부위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청아한 푸른색 동공은 유난히 반짝이고 또렷해 별다른 아이 메이크업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 그 대신 그녀는 입술을 붉은색으로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즐겼다. 기교 없이 담담하게 채운 붉은 입술은 블랙이나 그린 드레스와 만나 클래식한 매력을 자아낸다.
Andy_ 윤기 나는 금발을 흐트러짐 없이 핀으로 고정하고, 손으로 머리를 넘기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 그녀에게 그 누가 반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아름답게 일렁이는 단발머리를 본 적이 있는가? 둥글지도 각지지도 않은, 적당히 완만한 각도의 턱선에서는 온화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도톰하고 단정한 눈썹은 또 어떻고. 현시대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브로 메이크업이다.
Andy Kim & Debbie Yoon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패션 디자인과를 함께 졸업한 김석원(Andy Kim)과 윤원정(Debbie Yoon)은 1999년 손잡고 앤디앤뎁을 런칭하는 동시에 부부가 됐다. 웹사이트(www.andyndebb.com)에서 앤디앤뎁의 2014년 S/S 컬렉션 룩북을 감상할 수 있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글 김석원, 윤원정 일러스트 김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