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좀 하십니까?
이제 너무나 익숙한 ‘해외 직접 구매’의 줄임말, 직구는 지난 한 해 동안 1000만 건을 넘어섰다. 어느새 하나의 쇼핑 패턴으로 자리 잡은 직구. 하지만 이쯤에서 이 직구의 속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달콤한 유혹이 될 수도, 쓰디쓴 독이 될 수도 있는 직구에 대하여.
왼쪽부터_ Tarte 플러쉬 치크 스테인, Fresh 엄브리안 클레이 앱솔루트 컨실러, Smashbox 포토 피니시 프라이머
“결제 후 제품을 손에 넣기까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일종의 불안 증세에 시달려요. 결제 금액이 크면 클수록 불안감은 가중되죠. 그래도 아이템의 희소성과 더불어 매력적인 가격을 포기하기 힘들어 결국 한 달에 한두 번은 클릭, 클릭을 연발하게 돼요.” 뷰티 브랜드 홍보 담당자 A씨는 뷰티 브랜드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직구 여왕이 되었다. 직구 좀 한다는 업계의 직구 고수들. 그들은 어떤 쇼핑 유형을 보일까? 먼저 쿠폰을 활용해 국내 매장에서 파는 것과 같은 제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손에 넣는 ‘알뜰 쇼퍼’ 유형이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쿠폰에 인색하지 않아요. 가입하면 얼마, 재구매 시 또 얼마를 할인해줘 제값 주고 사면 억울할 정도로 쿠폰 사용이 일상화돼 있죠.” 직구 마니아인 A씨는 덧붙인다. 배송비를 주더라도 몇몇 고가의 크림이나 에센스는 10만 원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왼쪽부터_ La Mer 하이드레이팅 페이셜 마스크, Urban Decay 네이키드 3 아이섀도 팔레트, Givenchy 르 수앵 누와 이으 아이 트리트먼트, Givenchy 뉘 셀레스트 아이섀도 팔레트
그다음은 국내 미상륙 제품을 공략하는 ‘얼리어답터’ 유형이다. 요즘 뷰티 블로그에서는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는 브랜드 어번 디케이(Urban Decay)의 네이키드 팔레트가 No.1 인기 직구 제품. 미국 대형 뷰티 편집 매장인 세포라(Sephora)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는 그 제품이다. “미국의 온·오프라인 매장 모두 품절이어서 구할 수 없던 이 제품이 재입고되자마자 바로 클릭 신공을 보여 손에 넣었죠. 평범한 섀도 팔레트 같지만 실용적인 12가지 컬러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뤄 괜한 입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뷰티 블로거 B씨는 말한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인데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제품도 있게 마련. 프레쉬의 컨실러나 데오도런트, 라 메르의 수분 시트 마스크 등은 에디터의 위시 리스트에도 랭크된 제품이다. 국내에서 판매해 쭉 사용해오다 돌연 단종되어 해외에서만 구할 수 있게 된 ‘비운의 희귀 아이템 공략형’도 해외 직구 쇼퍼의 유형 중 하나다. “스매쉬박스의 포토 피니쉬 프라이머를 5통 이상 써온 마니아인데 어느 날 갑자기 한국 시장에서 사라져버렸죠. 다행히 해외에선 아직 건재한 제품이라 직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어요. 귀찮긴 해도 이렇게라도 손에 넣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C씨는 하소연한다. 하지만 구매 전 쇼핑의 신세계일 것 같은 직구의 어두운 단면도 반드시 숙지하길 당부한다. 교환과 환불이 쉽지 않을뿐더러 운송 과정에서 제품이 파손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 특히 충격에 약한 프레스트 파우더나 섀도 팔레트를 구입할 땐 마음 단단히 먹으시길. 또 언제 도착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문한 제품이 도착하지 않아 애를 태운 경험이 있어요. 구매한 사이트는 제품을 발송했다고 증빙 자료까지 보냈는데, 제품이 배송 과정에서 공중분해된 거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요. 그 후 직구에서 손을 뗐어요.” 패션 에디터 D씨는 손사래를 치며 ‘직구는 복불복’이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직구가 국내 유통시장의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정부도 마침내 레드 카드를 뽑아들었다. 3개월 동안 5000달러 이상 신용카드로 해외 결제를 하는 경우 관세청의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 이처럼 몇 가지 주의 사항에 유의한다면 직구는 당신 곁에 의외로 가까이 있다. 성격이 급하고, 안전 지향적이라면? 여러모로 백화점에서 편하게 쇼핑하길 권한다. 알뜰함에 목숨 걸고, 기다림에 익숙하다면? 직구 쇼퍼의 자격 요건을 이미 갖춘 셈이니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시길.
에디터 박세미(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