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아라비안 라이프
두바이는 현대 아랍 부호의 꿈을 실현한 도시다. 하늘을 수놓은 초고층 빌딩과 아라비안 왕궁에 버금가는 화려한 호텔, 전 세계 미식이 집결한 레스토랑. 사막은 더 이상 고난의 땅이 아닌 모험의 현장이며, 세계 최대 몰에서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왕의 위스키 로얄 살루트와 귀족의 스포츠 폴로가 함께했다. 호사스러운 아라비안 라이프를 만끽하기 위해.
팜주메이라에 위치한 원앤온리 더 팜 리조트의 101 다이닝 라운지&바. 뒤로 두바이의 우뚝 솟은 빌딩 숲이 보인다.
마법의 땅, 두바이
두바이는 7개의 토후국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국가다. UAE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만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 두바이도 석유 수출로 부를 쌓았지만 다른 산유국에 비해 매장량이 적었다. 이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물류·항공업에 투자를 시작해 지금은 UAE 유일의 국제 무역항이 됐고, 두바이 공항은 동서양을 잇는 허브 공항으로 성장했다. 더불어 최고급 호텔을 비롯해 레저, 쇼핑, 휴양 시설 등 관광 인프라를 구축, 황량한 사막에 아라비안 나이트의 환상과 화려한 낭만을 꽃피웠다. 세계 최초·최고·최대라는 수식어는 이곳에서 흔하다.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부르즈 할리파는 총 162층, 828m 높이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두바이 몰은 축구장 50배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쇼핑몰로 유명 브랜드 숍뿐 아니라 아쿠아리움, 아이스링크, 실내 폭포도 그 안에 있다. 아라비아 만에는 해저면에 모래를 부어 만든 인공 섬이 떠 있다. 야자수 모양으로 펼쳐진 팜아일랜드가 그것. 여기에 한창 건설 중인 미국 올랜드 디즈니랜드의 8배 크기인 세계 최대 테마파크 두바이 랜드까지… 램프의 요정 지니의 마법처럼(하지만 실제로는 크레인의 힘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꿈의 도시. 세상에 둘도 없는 화려한 위용과 아랍 전통문화가 융합된 두바이의 모습은 21세기 아라비안 라이프의 특별판이 아닐는지.
1 두바이의 전통 향신료 시장
2 사막 투어의 큰 재미, 낙타 타기
3 사막 투어의 발이 되어준 1950년대형 랜드로버
1 왕관 모양의 로얄 살루트 입간판을 세운 리조트 로비 입구
2 데저트 팜 리트리트의 수영장
Day 1 두바이와 첫 인사
*이번 여행은 2014 로얄 살루트 아랍에미리트 네이션스 컵 폴로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두바이에 도착한 시각은 암흑 속 새벽이었다(우리나라보다 5시간 늦다). 이슬람교에서 유일신을 상징하는 초승달 모양의 가녀린 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하지만 시간상, 또 음력 설을 며칠 앞둔 시점이니 아마 그믐달이었을 거다. 리조트에 당도해 여장을 풀었지만 심야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쪽잠을 자느라 그 후 몇 시간은 두바이에 대한 어떤 감흥도 느낄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 베란다에 둘러친 두꺼운 커튼을 젖히자, 사막의 도시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하늘색 그리고 그 아래 모랫빛, 이어 발밑에는 초록색 폴로 필드가 겹겹이 펼쳐진 풍경! 여기는 데저트 팜 리트리트(Desert Palm Retreat) 리조트다. 야자수를 비롯한 푸른 수목이 병풍처럼 둘러싼 대지에 38개의 스위트가 있고, 정원·수영장·테니스 코트는 물론 너른 잔디밭에서 폴로와 승마 경기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내가 묵은 객실은 폴로 스위트, 또 다른 객실 타입인 팜 스위트에서는 폴로 필드와 함께 두바이 시내의 스카이라인도 감상할 수 있다.
두바이의 1월은 최저 기온이 15°C 내외, 한낮에는 23°C 이상으로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라 여행의 최적기다. 수온은 조금 낮아 해수욕을 즐기기엔 아직 이르지만 두바이에서 첫 번째 일정은 주메이라 비치에서 시작했다. 주메이라는 1990년 이후 개발한 두바이의 해안 주거 지역을 일컫는데, 외국인과 상류층이 모여 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했고 지금은 ‘최상위, 하이엔드’를 뜻하는 대명사로도 쓰인다. 행선지는 마디나트 주메이라(Madinat Jumeirah). 미나 아살람(Mina A’Salam), 알 카사르(Al Qasr), 달 알 마스야프(Dal Al Masyaf) 3개의 호텔과 쇼핑몰, 콘퍼런스 센터, 극장 등이 한데 자리한 복합 단지다. 각 호텔이 인공 운하를 통해 연결돼 있으며 ‘아브라’라 부르는 수상택시를 타고 오갈 수 있어 ‘두바이의 베니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마디나트 주메이라 안에는 40개가 넘는 세계적 수준의 레스토랑과 바, 라운지가 들어서 있다. 우리는 알 카사르 호텔에 속한 피에르시크(Pierchic)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를 즐겼다. 바다 위에 지은 목조 건물로 호텔 버기를 타고 아라비안풍 말 조각상이 늘어선 정원과 하얀 모래밭에 에메랄드빛 물결이 찰랑이는 주메이라 비치를 따라 한참 달려야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다. 작은 다리 위에선 두바이의 랜드마크 부르즈 알 아랍이 눈높이로 와 닿는다. 포근한 햇살이 드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런치 세트를 주문했다. 크랩 리소토에선 풍부한 사프란 풍미가, 농어구이에선 블랑 소스에 요구르트를 가미했는지 알싸한 신맛이 풍겼는데 이국적인 느낌이지만 감칠맛을 더해 좋았다. 여기에 곁들인 로얄 살루트 온더록스 한 잔. 일행은 눈빛을 교환하며 잔을 부딪쳤다. ‘로얄 살루트, 우리를 두바이로 데려와줘서 고마워!’
마디나트 주메이라 안에도 1000년 역사를 간직한 아랍의 재래시장을 재현한 수크(Souk, 시장)가 있어 카펫이나 장신구, 기념품 등을 사기 좋다. 하지만 좀 더 관광객의 행태를 즐기고 싶어 두바이 동쪽 데이라 지역에 위치한 금시장(Gold Souk)을 찾았다. 400여 개의 금은방이 밀집해 있으나, 미안하게도 종로 금은방의 느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게다가 21K, 22K를 주로 팔아 국내에서는 제 가치를 인정받기도 힘들다. 그 대신 금시장 인근에 위치한 향신료 시장(Spice Souk)이 더 호감이 갔다. 인도 커리, 말린 레몬, 계피, 커민 등 아랍과 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양념과 향신료를 판매한다. 현지의 진한 사프란 리소토를 방금 맛본 터라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라는 사프란에 먼저 손이 갔다. 요 빨간 꽃술이 샛노랗게 변하며 오묘한 맛을 낸다. 경이롭다
1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할리파
2 로얄 살루트 21년으로 스코틀랜드식 건배를 나누는 사람들
3 아르마니 호텔 내 리스토란테 레스토랑
4 행사장 리셉션 디스플레이
Day 2 사막을 지나 초현대의 가운데로
많은 이들이 두바이에 가면 반드시 사막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50여 년 전 낙타를 타고 향신료를 팔며 진주조개를 캐내 연명하던 시절의 사막은 저주받은 황무지였지만, 지금의 사막은 문명에 지친 우리가 몸을 내맡기고 평온을 얻는 쉼터가 되었다. 1950년대 빈티지 랜드로버를 타고 베두인족의 캠프를 찾아가는 것으로 모험을 시작했다. 머리에 레드 & 화이트 바둑판 모양의 케피예를 두르는 것으로 기분을 냈다. 엉클 하마드와 그의 식구들이 아라빅 커피와 달콤하게 조린 대추야자를 내오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어진 짧은 담소. 베두인족의 결혼(세 번째 부인까지 얻는 과정),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 첨단 세상에서 유목민의 풍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막에서 발이 되어주는 낙타를 타고, 베두인 전통 스타일로 아침식사도 즐겼다. 중동식 팬케이크와 삶은 병아리콩 같은 건강하고 담백한 식단이 인상적이다. 사막 근대화가 일어나기 전 유목 생활에 대해 조금 알아갈 무렵, 벌써 끝없이 이어진 모래언덕을 따라 사막의 야생 속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오픈 구조의 랜드로버로는 모래 속에 처박히고 구르는 곡예 주행이 힘들었지만 그 대신 유유히 사막을 내달리며 평생 처음 보는 생명들과 조우했다. 사슴보다 우아한 느낌의 가젤, 직선으로 길게 뻗은 뿔이 달린 오릭스. 오릭스의 피를 바르면 전갈에게 물리지 않는다, 아라비안 프림로즈라는 야생 풀은 뿌리와 잎에서 향내가 나 베두인 여성이 화장품으로 사용했다, 소담애플 트리 잎에는 독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등 가이드의 이야기가 함께해 더 흥미로웠다. 한겨울에 작렬하는 건조한 태양빛을 받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기분이 꽤 좋았지만, 디너타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별빛 아래 진정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일 테니.
오전 내내 두바이의 천연 자연(?)에서 뒹군 후 오후 시간에는 자연을 극복한 인간의 능력에 연신 감탄하며 두바이의 또 다른 매력을 만끽했다. 사람이 만든 섬 팜아일랜드, 그중 팜주메이라 한 자락에 세운 원앤온리 더 팜(One & Only The Palm)의 101 다이닝 라운지 & 바에서 지중해 스타일 3코스 런치를 즐겼다. 리조트 전용 선착장에 위치한 이곳은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로 저녁 시간에는 두바이의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DJ 음악을 들으며 타파스와 칵테일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윽고 찾아간 부르즈 할리파. 빌딩 바로 밑에 서서 올려다보다 까마득한 높이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빌딩 앞 분수의 물줄기조차 창대했다. 150m까지 치솟아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부르즈 할리파의 1~8층과 38~39층에는 아르마니 호텔이 자리한다. 아르마니 까사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공간이다. 이탤리언 레스토랑 리스토란테(Ristorante)에서 디너를 즐겼는데 분위기만큼이나 맛과 서비스도 품격이 넘쳐흘렀다. 관자구이에는 블랙 트러플을 아낌없이 뿌려냈고, 베네토식 크림 리소토에는 캐비아를 올려주었다. 새콤달콤한 베리 소스를 곁들인 사슴구이, 금을 왕관처럼 얹은 디저트 바바로 마무리하기까지 3시간이 편안하게 흘러갔다. 부르즈 할리파 122층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앳모스피어(At.mosphere)가 있다. 경이롭고 아름다운(그러나 아찔한) 야경을 굽어보며 로얄 살루트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1 폴로 경기를 관전하는 VIP의 모습
2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영국 팀의 기념 촬영
3 로얄 살루트 월드 폴로 홍보대사 맬콤 보위크
4 위풍 당당한 선수들의 모습
1 로얄 살루트 21년
2 로얄 살루트 폴로 에디션. 전 세계 7000병만 한정 생산한다.
Day 3 폴로 데이 그리고 로얄 살루트
1월 31일, 두바이의 데저트 팜 리트리트에서 2014 로얄 살루트 아랍에미리트 네이션스 컵 폴로 결승전이 열렸다. 두바이의 폴로 팬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온 VIP 등 수백 명이 운집해 패기의 인도 팀과 전통 강호 영국 팀의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를 관람했다. 한 골씩 주고받으며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지만 마지막 처커(chukker)에서 영국 팀이 두 골을 연속 성공시키며 8:6으로 승리를 거뒀다. 2013년도 우승에 이은 2연패다.
로얄 살루트 월드 폴로 시리즈는 5대륙 13개국에서 진행하는 국제적 경기다. 로얄 살루트는 2007년 중국 상하이의 나인 드래건 힐스에서 개최한 로얄 살루트 차이나 오픈을 시작으로 왕의 스포츠, 스포츠의 왕이라 불리는 폴로를 알리는 데 공헌해왔다(국내에서도 2012년부터 제주 KPCC에서 로얄 살루트 폴로 컵을 개최하고 있다). 로얄 살루트 아랍에미리트 네이션스 컵은 2009년부터 연간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로얄 살루트는 두바이가 중동의 폴로 문화를 선도하는(두바이에는 폴로 클럽이 이미 3개나 있다!) 동시에 각국의 폴로 팬이 한자리에 모여 폴로와 함께 두바이의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후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로얄 살루트는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대관식에 헌정하면서 탄생한 위스키다. 영국 해군이 군주와 왕실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21발의 축포를 쏘는 데서 영감을 받아 로얄 살루트라 이름 붙였다. 이 숫자 21은 최소 21년 이상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얄 살루트 병은 16세기 에든버러 성을 지키는 데 공헌한 거대한 대포 몽고 메그의 포신을 닮은 형태로 디자인했고, 그 위에 스코틀랜드의 가장 용감한 전사이자 왕인 로버트 더 브루스가 말을 타고 돌진하는 모습을 새겼다. 역사 속 용감한 말 탄 전사, 이것이 21세기 폴로 전사로 연결되는 것이 흥미롭다.
폴로는 본래 고대 페르시아에서 왕의 정예 기병대를 훈련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다 19세기 인도에 머무르던 영국 귀족이 경기 규칙과 용구를 정비해 국제 경기를 시작했고, 이후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남미, 아랍, 중국 등에 두루 퍼지며 상류층 인사와 리더의 사교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왜 로얄 살루트는 많은 스포츠 중 폴로를 선택했을까? “폴로에는 ‘프레스티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고귀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일반 대중이 아닌 선택된 소수를 위한 스포츠입니다. 그런 점에서 로얄 살루트의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죠.” 관중석에서 만난 로얄 살루트 브랜드 앰배서더인 스코틀랜드 제13대 아가일 공작 토크힐 이언 캠벨이 ‘극히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듯 대답했다.
폴로를 사랑하는 로얄 살루트가 최근 폴로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에디션을 출시했다. ‘로얄 살루트 폴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오리지널 로얄 살루트 21년과 동일하게 21년 이상 숙성한 원액을 사용하지만 ‘우아함’을 키워드로 해 보다 부드러운 풍미를 띤다. 그레인위스키의 비율이 높아 스모키하지만 한층 편안하게 마실 수 있으며, 은은한 바닐라 향, 복숭아 같은 신선한 과일 느낌이 혀끝에 오래도록 남아 기분 좋은 마무리를 선사한다. 시바스 브러더스 헤리티지 &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담당 디렉터 피터 프렌티스는 “로얄 살루트 21년은 남성적이고 힘이 있다. 이는 추운 스코틀랜드 기후를 견디는 데 적합하다. 식사를 끝낸 늦은 밤에 어울리는 술이다. 반면 폴로 에디션은 따뜻하고 화창한 날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듯 가볍게 마실 수 있다. 폴로 경기를 보면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위스키다”라고 표현했다.
듬직한 선수들이 폴로 전용 말인 폴로 포니와 한 몸이 되어 왼손엔 고삐를 쥐고 오른손으론 맬릿(mallet, 망치 모양의 타구봉이 달린 폴로 스틱)을 자유자재로 휘둘러 공을 쳐내고 이것이 득점으로 이어지는 짜릿한 순간마다 로얄 살루트 폴로 에디션으로 건배를 들었다. 두바이의 마지막 날은 태양빛과 모랫빛, 로얄 살루트의 금빛이 영롱하게 어우러지며 그렇게 저물어갔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제공 시바스 브러더스 취재 협조 페르노리카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