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시간은 흐른다
아우디 코리아의 요그 디잇츨(Jorg Dietzel) 마케팅 이사는 섬세한 차이가 브랜드의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영민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와 마주해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아우디 코리아의 시간이 진보적(progressive) 방향으로 초침을 움직이고 있음을 감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외국인 지사장이나 마케팅 담당자를 심심치 않게 만나지만, 요그 디잇츨 이사는 뭔가 좀 달랐다. 그런 느낌을 확연히 받은 건 지난해 12월 열린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 시상식에서다. 무대에 오른 그는 행사에 대한 설명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어나갔다. 첫인사뿐 아니라 약 10분간 이어진 스피치 전체를 말이다. 매끄럽진 않지만 귀에 또박또박 들릴 정도였으니 모르긴 몰라도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 부단히 연습했을 것이다. 독일인인 그는 20여 년간 여러 나라의 세계적 기업에서 두루 요직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 1990년대부터 아우디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참여하고, 지난 6년간 싱가포르에 머물며 아우디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아우디 코리아에 부임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아 낯설기만 하던 그가 한국어 스피치 덕분인지 훨씬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15년 동안 일해왔어요. 그중 싱가포르에 가장 오래 머물렀는데, 싱가포르는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고 영어가 통한다는 점에서 아시아 시장의 시작점 같은 곳이에요. 한국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한국은 여느 아시아 국가와 다른, 매우 흥미롭고 유니크한 시장이에요. 저에겐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고유의 문화와 언어 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이 강해요. K-pop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즐기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언어를 알지 못하면 문화를 깊이 파고들기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간을 들여 한국어를 배우려고 합니다. 쉽진 않겠지만, 내가 한국어로 말하거나 관심을 표하면 그 이상의 환호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1 아우디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의 수상작 전시 모습
2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 수상자들과 함께한 요그 디잇츨 이사
3 4월 8일에 열리는 ‘아우디 라이브’에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의 하프타임쇼에 등장해 화제가 된 팝 뮤지션 브루노 마스의 내한 공연을 펼친다. 요그 디잇츨 이사는 젊고 감성적인 음악으로 다양한 층에 어필하고 있는 그가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그에게 지난 한 해는 한국인과 한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시간이었던 듯하지만, 한편으론 국내에서의 첫 행보에서 의외의 대담함마저 느껴진다. 지난해 여름에는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열린 아우디 R8 LMS 컵을 위해 아우디 코리아 레이싱팀을 창단, 유경욱 선수를 출전시켰다. “아직 한국에서 모터스포츠가 인기 있는 종목은 아니지만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목포와 용인, 인제 등에 꽤 훌륭한 레이싱 트랙도 있고요. 이미 트렌드가 된 뒤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미리 가능성을 알아보고 선발주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연말에 대대적으로 펼친 디자인 공모전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도 ‘진보’라는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에 그의 아이디어를 녹여내 색다른 방식으로 기획한 행사다. 아우디의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가구나 생활 소품으로 표현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아우디가 추구하는 디자인이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또 아우디가 디자인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올해도 이어갈 이 디자인 프로젝트의 첫 출발은 그 스스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표현할 정도. 그리고 지난 1월 초 뉴 A3 세단 런칭으로 2014년의 포문을 열었다.
“A3 세단은 다양성을 확장한 중요한 모델입니다. A 세그먼트는 해치백 모델이 많은데 이 모델은 세단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든 셈이죠. 그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아우디 브랜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A3 세단을 한번 타보세요. 아마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뀔 겁니다. 멋진 카페를 찾아가고, 패션 아이템도 한층 스타일리시하게 변할 거예요. 그만큼 멋진 차죠. 이 차의 슬로건인 ‘It changes everything’은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차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전 세계에 500대만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션 TTS 컴페티션과 고성능 스포츠카이면서 일상의 드라이브에도 어울리는 멋들어진 디자인의 R7을 출시할 예정. 그의 바람대로 올해엔 다양한 방식으로 아우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듯하다. 단순한 자동차 그 이상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차, 아우디가 여타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매력이 여기에 있다. 엔진이나 소재, 연료 효율 같은 기술적 부분도 최고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보적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브랜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모던하고 젊은 프리미엄 카. 그 특유의 매력이 요그 디잇츨 이사의 섬세하고 영민한 기획력을 거쳐 국내 시장에 어떤 모습으로 전해질지, 또 어떤 모습의 문화적 진보를 이룰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정태호(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