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理想)의 실현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모델 S 클래스에 과연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까? 한여름에 들어서던 지난 7월 첫 주, 캐나다 토론토에서 The New S-Class와 처음 만난 후 새삼스러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S 클래스만큼 자타공인 ‘최고의 프레스티지 세단’임을 인정받는 차는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떠오르는 표현은 전부 당연하기도, 식상하기도 하다. 그런데 The New S-Class엔 다소 진부할지라도 더 큰 찬사의 멘트를 보내고 싶어졌다. 벤츠가 품은 원대한 이상의 실현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평범한 대부분의 드라이버에겐 자동차의 수치적 제원이나 최첨단 기술의 이름 따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잘 달리고, 잘 서고, 편안하게 탈 수 있는 게 자동차의 최대 미덕 아니던가. S 클래스 같은 최고급 세단을 굴리는, 특히 뒷좌석을 점령하는 ‘그분들’에겐 더더욱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형 S 클래스에 대해선 기술적 측면부터 얘기를 풀어놓아야 할 것 같다. 8년 만에 선보인 완벽한 신형답게 최첨단 신기술로 무장한 채 돌아왔고, 이것이 곧 이 차를 탈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과 품격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그 신기술이 어떤 식으로 실현되었는지 안다면 S 클래스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프레스를 맞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문가들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기술과 기능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 자세한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다양한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The New S-Class의 특징은 3가지로 집약해 표현할 수 있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intelligent drive), 고급스러움의 진수(esssence of luxury), 그리고 효율적인 테크놀로지(efficient technology).
1 퍼스트 클래스를 연상시키는 뒷좌석
2 리어 램프가 돋보이는 S500의 후면부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는 차내의 모든 주행과 안전 보조 장치를 포함한 통합 솔루션을 이른다. 이전 세대 S 클래스를 통해 익숙하게 들어온 프리세이프(Pre-Safeⓡ), 주행 중 운전자가 급제동해 추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승객이 다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벨트로 승객의 몸을 당겨주고, 열려 있던 창문이나 선루프도 제자리로 되돌려 외부의 위험물이 날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능)와 디스트로닉 플러스, 차선 이탈 경보와 방지 장치는 물론 나이트 뷰 적외선 카메라와 자동 주차 보조 장치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어떤 사고 상황도 미리 인지해 능동적으로 예방하고, 불가항력의 경우에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인텔리전트’한 눈과 귀를 전 방위로 달아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전방을 관찰하는 장치만 5개에 이른다. 짧은 거리를 살피는 레이더와 더 먼 거리를 넓게 살피는 카메라, 그리고 180도 범위의 장애물을 감지하는 초음파 센서까지 더한 것. 뒤쪽도 범퍼에 달린 카메라가 일정 거리를 빠짐없이 살핀다. 이런 기능을 360도 스크린과 시뮬레이션용으로 설치해놓은 S 클래스에 타 간접경험했다. 야간 운전 시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하이빔을 일부분만 로빔으로 바꿔주고(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플러스), 교차로에서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 감쪽같이 멈춰 선다(BAS 플러스와 프리세이프 브레이크). 72km 이내의 주행 중 차가 갑자기 나타날 경우에는 먼저 경고를 보낸 후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제동력이 커지고,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내 차와 부딪칠 것 같으면 안전벨트 텐션을 단단하게 조여주며 강한 제동을 걸어 충격을 완화해주기도 한다(프리세이프 플러스). 그저 시뮬레이션일 뿐인데도 너무 실감 나 시야에 장애물이 나타날 땐 나도 모르게 스크린을 바라보며 오른발을 꾹 누르게 되고, 급제동을 걸 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물론 절대 안전이 우선인 실제 주행 시엔 이런 기능을 수시로 작동시키지 않아야겠지만, 예상한 것보다 훨씬 주도면밀하고 스마트해서 체험하는 내내 절로 탄성이 나왔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의 영역은 사고를 미리 감지해 예방하고 승객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선 앞에 달리는 차의 주행에 따라 속도를 조절해주고 스티어링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선을 따라 움직인다(디스트로닉 플러스). 주행 중 차선을 이탈할 땐 알아서 제어해주며(액티브 레인 키핑 어시스트), 일방통행 표지판 앞에선 진입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계기반에 띄워준다. 캄캄한 밤길 운전 시에도 든든한 보호자가 된다. 보행자는 물론 동물(국내에선 시골 국도에서도 동물이 나타날 일이 거의 없지만)까지 인식하는 장거리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나이트 뷰 어시스트 플러스) 덕분이다. 혹여 운전자가 잠깐 정신줄을 놓거나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엉뚱한 실수를 하려 할 때도 경각심을 일깨워 차 안의 운전자와 승객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지켜주는 셈이다. 가장 신기한 기분이 든 건 전용 코스에서 직접 작동해 봤던 주차 보조 장치인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다. 일렬 주차를 돕는 자동 장치는 이미 다른 브랜드 자동차에서도 선보였지만, 신형 S 클래스에는 T자형 후진 주차까지 가능한 장치를 적용했다. 스티어링은 물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도 조작할 필요가 없다. 주차 공간 앞에 차를 대고 그저 우아하게 앉아 있기만 하면 모든 걸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주차할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리저리 살피는 일이 힘들던 운전자에게 더없이 유용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이 장치 또한 안전제일주의다. 주차 중 차 문을 열거나 주차 공간에 사람이 나타나면 기능이 자동으로 종료된다.
1 은은한 무드 등이 들어간 실내
2 S350 블루텍의 엔진룸
다양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기능을 간접체험한 후 드디어 The New S-Class의 키를 손에 쥐었다. The New S-Class의 진보적 변화는 출장 전 사진으로 볼 때부터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위엄과 권위가 느껴지는 모습은 변함없지만 더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기다란 보닛, 유려한 곡선의 루프 라인을 따라 비스듬히 기울어진 후면부의 실루엣은 대형 세단임에도 한층 세련되면서 스포티한 쿠페를 닮은 듯하다. 멈춰 있을 때 고요하고 위엄 있어 보이면서 마치 움직이는 듯한 다이내믹한 분위기도 일품이다. 다임러 AG의 디자인팀 바이스 프레지던트 고르덴 바게너(Gorden Wagener)의 표현에서 신형 S 클래스에 대한 자부심이 여실히 느껴졌다. “럭셔리한 위엄을 갖춘 S 클래스의 디자인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입은 모델이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순수한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지닌 진정한 디자인 아이콘이에요.”
시승을 위해 차에 오르자마자 굳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고급스러움의 진수(esssence of luxury)’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벤츠는 왜 시승 장소로 독일이나 이탈리아같이 다양한 형태의 도로가 많은 곳이 아닌 심심하기 그지없는 캐나다 토론토를 선정했을까? 이에 대한 본사 담당자의 설명. “이제 북미도 중요한 마켓이 되었고 캐나다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나라이기도 하고요.” 그 이유에 완벽히 공감하진 못했지만, 막상 토론토 시내 도로에 들어서니 한적하고 조용해서 뉴 S 클래스의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을 느끼기에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 S 클래스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리무진 같다. 단종된 마이바흐에 대한 아쉬움을 쏟아부은 걸까. 무엇보다 서스펜션의 느낌이 굉장히 좋다. 단단하면서 부드러워 속도를 높여도 흔들림 없이 편안한 주행 감각이 지속된다. 게다가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 노면에선 도로 상황을 스테레오 카메라가 감지해 서스펜션의 상태를 즉각 그에 맞게 조절해주는 매직 보디 컨트롤(8기통 모델인 S500에 옵션으로 들어간다) 기능 덕분에 오랜 시간 장거리를 운전해도 전혀 피곤할 것 같지 않다. 클래식하면서 아주 세련된 살롱을 연상시키는 실내는 비용과 노력을 쏟아부은 느낌이다. 널찍한 공간에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 안락한 시트는 기본.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을 포함한 실내 곳곳에 우드 트림을 적용했고, 스위치까지 펄감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메탈로 마감한 섬세한 터치가 돋보인다. 특히 뒷좌석이 압권이다. 많은 럭셔리 세단이 ‘퍼스트 클래스 같은’ 뒷좌석을 강조하지만, 이 차에 타면 호화로운 객실에서 온갖 귀한 대접을 한 몸에 받는 기분이 든다. 독립적으로 분할한 시트, 12인치 모니터, 도어 패널, LED 등까지 최고 수준의 사양으로 완성했다. 아, LED 얘기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신형 S 클래스에 아낌없이 들어간 LED 조명은 ‘효율적인 테크놀로지’를 실현한 대표적 요소다. 요즘 자동차 램프에 LED 조명을 넣는 게 대세이긴 하지만, 벤츠는 새로운 S 클래스를 통해 기존의 전구 조명에서 LED로 확실히 전환한 듯하다. 각각 56개, 35개의 LED가 들어간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포함해 거의 500개에 달하는 LED가 들어갔다고 하지만 그리 과도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외부에서 보면 은은한 발광으로 전체적인 실루엣이 아름다워 보이고, 무드 등을 포함해 약 300개나 들어간 실내도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헤드램프에 촘촘히 박힌 LED 조명 덕분에 사고 방지를 위해 전후좌우를 살필 때도(앞서 언급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기능에 의해) LED 램프가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여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또 라이트를 켰을 때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마주 오는 차의 운전자가 흔히 겪는 과도한 눈부심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데, 특히 리어램프는 다양한 단계의 밝기 조절이 가능하다. 운전 상황이나 외부 환경이 얼마나 밝은지 혹은 어두운지에 따라 빛의 강도가 달라지는 것. 이를테면 밤 운전 시에는 브레이크 등의 밝기를 자동으로 줄이는 식이다. 이 LED 효과는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같은 정도의 밝기여도 할로겐이나 제논 라이트보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 훨씬 탁월하다.
1 뒷좌석 모니터를 통해 차량의 옵션과 상태를 확인, 컨트롤할 수 있다.
2 전용 코스에서 액티브 레인 키핑을 체험하는 모습
3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4 디스트로닉 플러스
토론토에서의 시승은 짧지만 강렬했다. 벌써 4개월 넘게 지났는데도 LED 헤드램프 덕분에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던 인상적인 앞모습과 내리기 싫을 정도로 흡족한 뒷좌석 시승의 순간, 깨알같이 무장한 신기술을 접했을 때의 놀라움이 잊히지 않는다. The best or nothing,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신감 넘치는 철학을 오감으로 확인한 기분이다. 얼마 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홍보 담당자에게 신형 모델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재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전 예약을 한 고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존 고객과 잠재적 오너들이 S 클래스에 얼마나 큰 신뢰와 충성도를 보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S 클래스는 그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이미 수개월 전 채비를 마쳤다. 마치 점잖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버틀러가 최고의 정찬을 내놓고 언제라도 즐기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사고율 제로를 꿈꾸며 첨단 편의 장치를 풀 세팅했고, 부족함 없이 완벽한 프라이빗 드라이브를 보장해줄 것이다. 흔들림 없는 명성,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의 선봉,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진보. 여전히 이런 거창하면서 구태의연한 표현만 생각난다. 그러나 The New S-Class는 그런 찬사를 받을 만하다. 목 빠지게 기다리던 국내 런칭 시기가 드디어 11월 말로 잡혔다. 믿은 만큼 기대해도 좋다. 확정된 라인업은 S350 블루텍과 S350 블루텍 롱, S500 롱과 S500 롱 에디션 1, S500 4매틱 롱, S63 AMG 4매틱 롱까지 6가지 모델이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