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England
159년 전 탄생해 지금까지 전 세계 남녀노소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다. 버버리 트렌치코트 한 벌에 담긴 기나긴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유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1879년, 버버리가 개발한 개버딘 원단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방수 효과를 위해 원단에 고무를 입히거나 왁싱 처리해 무겁고 불편하던 기존의 소재 가공 방식과 달리, 개버딘은 가볍고 통풍성이 탁월하며 치밀하게 짜인 조직이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 비 오는 날에 제격이었다. 그리고 이는 버버리의 개버딘 소재 트렌치코트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독보적 기능성과 클래식한 디자인 외에도 오래도록 전통 제작 방식을 고수해왔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먼저 2개의 얇은 원사를 꼬는 더블링(doubling) 방식으로 뛰어난 강도의 개버딘 원단을 제작하고, 직물 공장 전문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하우스 특유의 컬러로 완성한 원단만이 합격점을 받는다. 그리고 이 원단은 영국 북쪽의 캐슬퍼드(Castleford) 지역에 위치한 유서 깊은 공장의 트렌치 장인에게 전달된다. 이들은 무려 100단계가 넘는 공정을 거쳐 3주간 코트를 제작한다. 여기에는 장인이 깃을 따라 1인치마다 11.5개의 바늘땀을 내어 칼라를 목 부위에 부착하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섬세한 과정도 포함된다. 인체의 곡선에 맞춰 가장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또한 안감의 버버리 시그너처 체크 패턴도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루도록 꼼꼼하게 배치하는 등 코트 한 벌에서 허투루 다루는 부분은 찾을 수 없다.
지난해 봄부터 버버리는 트렌치코트의 역사를 더욱 완벽하게 계승하기 위해 하우스 아카이브를 면밀히 연구하고 코트를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우선 컬러는 허니, 스톤, 블랙 3가지. 스타일은 샌드링엄(Sandringham), 켄싱턴(Kensington), 윌셔(Wiltshire),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로 나누어 명명했고, 각각 쇼트와 롱 그리고 클래식 3가지 피트로 선보인다. 이처럼 재정비 과정을 거치며 159년간 클래식한 행보를 이어온 버버리 트렌치코트. 이 코트 한 벌이 지닌 근사한 이야기라면 계속해서 귀 기울여도 좋다. 문의 3485-6500


에디터 한상은 (hans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