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 그린 투어리즘
자연에서 누리는 여유로운 휴가와 환경보호를 만족시키는 대안 여행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 투어리즘. 다양한 인프라 구축과 의식적인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대중화될 날도 머지않았다.

농촌 체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스위스 루체른 호수 근처의 모르샤흐 마을
ⓒ 스위스 정부 관광청
바쁜 도시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에서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려는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집을 떠나 비일상적 공간인 자연에서 보내는 장시간의 휴가가 이상향이 된 것. <나는 자연인이다>, <삼시세끼>처럼 자연에서 누리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집에서나마 대리만족하려는 심리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자연에서 누리는 체험 관광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은 좁게는 농촌을 방문해 직접 체험하는 농촌 체험 관광, 자연경관을 답사하고 체험하는 생태 관광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예전엔 그린 투어리즘 하면 으레 농촌 체험 관광을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구체적 컨셉의 친환경 프로그램을 갖춘 생태 관광이 각광받는 추세. 더 나아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해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것까지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자연에서 누리는 여유로운 휴가와 환경보호를 모두 만족시키는 대안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그린 투어리즘은 국토의 80%가 농촌인 프랑스에선 이미 주목받는 산업 중 하나다. 가장 특화된 분야는 자전거 여행으로 ECF(European Cyclist Federation)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요식업과 숙박업 등에서 발생한 2014년 매출이 약 20억 유로(약 2조4767억 원)로, 1만6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정도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프랑스엔 유럽의 도시를 잇는 14개의 장거리 자전거도로 연결망이 있는데, 프랑스 서북쪽 로스코프 항구에서 시작해 대서양의 바스크 해안으로 뻗어 있는 루트인 라벨로디세(La Velodyssee)가 가장 볼거리가 많다. 낭트, 바욘, 비아리츠 같은 도시를 차례로 돌며 자연경관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프랑스 중심부에서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루아르 강 주위로 펼쳐진 라루아르아벨로(La Loire a‵Ve´lo) 루트엔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고성과 아기자기한 집이 즐비하다. 프랑스 왕족이 살던 고성에서 하룻밤을 묵고,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 잠시 들러 와인 한잔 즐기는 여유로운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농업 시설과 알프스 산맥을 기반으로 한 농촌 체험 관광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스위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5만6000여 농가 중 2050개에서 숙박과 레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중 식사까지 포함하는 농가가 1350개다. 1년에 팜 스테이 숙박 일수가 26만 박에 달할 정도. 암탉이 낳은 신선한 달걀로 아침식사를 하고, 소젖을 짜고, 알프스 농장의 건초 더미에서 숙면을 취하는 건 농가 체험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천편일률적인 컨셉의 농가가 아니라 시골의 정취가 묻어나는 소박한 객실, 포도밭을 내려다볼 수 있는 로맨틱한 방 등 다양한 스타일의 팜 스테이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 스위스 취리히와 생갈렌 사이의 조용한 시골 마을 일리그하우젠의 호프 찬넨 농가에서는 말과 토끼 같은 가축을 돌보고, 안락한 더블 룸이나 옥수수밭 한가운데에 있는 로맨틱한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건초 더미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 성인 하룻밤 기준 30프랑(약 3만5000원), 조식을 포함한 더블 룸은 50프랑(약 6만 원)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 루체른 근교, 슈토스 산이 있는 모르샤흐 마을의 페리엔 호프뤼티 농가에서는 아파트형 주택과 농장 내 캐러밴 숙박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슈토스 산이 가까워 하이킹이나 스키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다. 주방이 딸린 아파트형의 경우 2인 기준 1박 60프랑(약 7만 원) 정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에 TV 프로그램 <수상한 휴가>에서 가수 레인보우 재경과 NS윤지는 취리히에서 가까운 고사우 인근의 시골 빌렌 고츠하우스를 방문해 농가의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우핑(wwoofing) 체험을 하기도 했다.

시골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스위스 농가의 건초 더미 숙박
ⓒ 스위스 정부 관광청

1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고성이 즐비한 프랑스의 라루아르아벨로 자전거 루트
2 시골 전역을 누비며 느긋한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프랑스의 그린 투어리즘
ⓒAtout France/Pierre Torset

희귀 동식물을 감상하며 캠핑 체험도 가능한 제주도 동백동산
그린 투어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에 무해하다는 것이다. 슬로베니아는 한 해에 관광업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5%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친환경이라는 큰 주제 아래 특히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춰 수도 류블랴나, 서부의 이드리야, 북부의 마리보르 등 9개 지역에서 그린 투어리즘을 실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호텔 파크 루블랴나(Hotel Park Ljubljana), 호텔 요제프 이드리야(Hotel Jozˇef Idrija), 오르테니아(Ortenia) 등에 슬로베니아 그린 데스티네이션 서티피케이트(Slovenia Green Destination Certificate)를 부여했다. 호텔 내 종이를 재활용하고, 숙박객에게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며, 기차를 타고 온 숙박객에게는 15% 에코 할인을 해주는 식이다. 9개 지역외에 북부에 위치한 트리글라브 국립공원에서는 오직 나무만 사용해 야외 호스텔인 에코 리조트 단지를 조성했으며 태양열 전기만 사용하고 있다. 아직 슬로베니아는 친환경 여행 패키지를 본격적으로 갖추진 않았지만, 슬로베니아 관광청 웹사이트(www.slovenia.info)에서 환경친화적 숙박 시설 목록을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그린 투어리즘은 환경보호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집트는 낙후된 전력 인프라와 자원 부족으로 2010년부터 국가 정전 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등 심각한 전력난을 겪어왔다. 관광자원이 풍부한 나라임에도 환경오염으로 관광 수익이 급감하자 이집트 정부는 2013년부터 쓰레기와 물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의 친환경 정도에 따라 별의 개수로 등급을 매기는 그린 스타 인증제와 태양열 온수·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 30% 절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엔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 농촌 체험 관광을 주목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충남 청양군 알프스마을은 겨울엔 얼음분수축제, 여름엔 세계조롱박축제 등 사계절 축제를 열어 언제나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에는 30만 명이 방문해 농산물 소비로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주도는 예전엔 감귤 따기 같은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한 농촌 체험 관광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엔 생태 관광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그린 투어리즘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1500만 명의 관광객 중 5% 정도가 생태 관광을 즐기러 찾는다. 제주시의 경우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인 동백동산을 품고 있는 선흘1리에서는 팔색조와 원앙 등의 희귀 조류와 센달나무, 참가시나무 등 다양한 동식물을 감상하며 캠핑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아름다운 지류를 드러내는 효돈천을 끼고 있는 하례리에서는 하천 트레킹과 암벽 트레킹 등을 즐길 수 있는 생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는 “그린 투어리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대중화되기까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기획자와 주민은 지역의 본질적 특성을 파악한 후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지역 활성화를 위한 생태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홍보에 힘써준다면 더욱 좋겠지요”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린 투어리즘이 일시적 붐에 그치지 않고 정착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탄소 배출, 오염 정도, 쓰레기의 적정량을 수치화하고, 숙박 시설의 품질도 관리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자연을 즐기면서 보존하려는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이 이어져야 그린 투어리즘을 지속적인 우리의 미래 여행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