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Happy Room
아름답고 예술적인 디자인은 우리의 일상을 넘어 생각까지 풍요롭게 한다. 지난 12월 초 디자인 마이애미를 찾아 이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펜디가 협업 프로젝트로 공개한 이동식 VIP 룸 ‘행복한 방’
마이애미의 찬란한 햇살을 눈부시게 반사하는 흰색 텐트. 이곳은 2016년 12회를 맞은 디자인 마이애미가 열린 곳이다. 12월 초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와 20개에 달하는 위성 페어, 브랜드나 매체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개최해 마이애미 전역에서 아트와 디자인을 만끽할 수 있는 기간. 그중에서도 디자인 마이애미는 세계적 디자인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성대한 디자인 페어이자 축제, 포럼으로 전 세계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아트 컬렉터,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관람객이 모여든다. 10개국에서 31개의 갤러리가 모인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갤러리도 늘어난 만큼, 곳곳에서 독특한 재료와 디자인,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시선을 끌었다. “올해는 플로어 구성을 포함한 모든 요소를 새롭게 생각하는 ‘리디자인(redesign)’을 추구했습니다.” 본격적인 행사가 개최되기 하루 전, 디자인 마이애미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드먼 프리맥(Rodman Primack)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은 창의적 변화를 멈추지 않는 이 대규모 디자인 행사의 아이덴티티를 시사했다. 그리고 그는 디자인 마이애미와 협업을 해오고 있는 오랜 파트너 중 한 브랜드를 특별히 언급했다. “펜디는 이번에도 주목할 만한 디자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우리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며 매번 혁신적 시도를 보여주는 펜디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로드먼 프리맥의 인사말은 협업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펜디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전시장의 중앙에 위치한 펜디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스에 다다르자 에디터를 반긴 것은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의 VIP 룸. 펜디는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Cristina Celestino)와 손잡고 ‘행복한 방(The Happy Room) 컬렉션’을 선보였다. 펜디가 만든 최초의 이동식 VIP 룸인 이 컬렉션은 전 세계 펜디 고객에게 우아하면서도 친근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첫인상은 온화하고 은은한 컬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느낌. 겨자색, 핑크, 민트그린 등 부드러운 컬러의 매치가 조화를 이룬다. 곧이어 각 가구의 둥근 형태감과 펜디의 디테일을 반영한 세심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로마에 있는 펜디의 유서 깊은 본사 건물,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Palazzo della Civilta Italiana) 특유의 아치 형태는 벽과 탁자의 대리석에 등장한다. 또 낮은 탁자와 소파, 안락의자는 귀고리의 걸쇠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흥미로운 곡선 장식이 시선을 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펜디의 상징인 모피. 소파와 안락의자 테두리에는 펜디의 자체 모피 공방에서 만든 모피를 둘렀다.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는 펜디를 위해 합성수지를 사용한 특수 모피 처리 기법을 최초로 실험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모피 패널 장식의 대형 거울 칸막이를 완성했다.
펜디가 그동안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선보인 디자인 협업 프로젝트는 건축과 패션의 만남을 시도하거나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로 새로운 기법을 실험하는 등 동시대 예술과 적극적으로 교류한 결과물이었다. 펜디의 장인정신과 혁신, 우아함을 반영한 협업은 3만8000여 명이 방문하며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공을 거둔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에서도 큰 역할을 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12회 디자인 마이애미의 전시장 입구

펜디와 협업해 ‘행복한 방’을 만든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
행복한 방에서 만난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
펜디의 전통을 그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의 접근법은 가구의 기능성을 뛰어난 소재, 정교한 제작 기법과 결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 ‘행복한 방’에서 그녀를 만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펜디와의 협업을 수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와 펜디는 꽤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컬러나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 디자인에서 숨은 반전을 추구하는 면이 그렇죠. 무엇보다도 이탈리아의 위대한 장인정신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작업한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브랜드와의 협업은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게 중요한 과제일 듯합니다. ‘행복한 방’에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했나요? 이탈리아 건축가 조 폰티(Gio Ponti)의 ‘빌라 플란차르트(Villa Planchart)’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모던한 이탤리언 건축물인데, 다양한 컬러의 마블을 명민하게 접목하는 등 컬러나 소재의 사용이 정교하고 조화롭죠. 이 건물에 이탈리아의 장인정신과 스타일에 대한 찬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펜디를 위해 ‘행복한 방’을 만들면서 조 폰티에게 얻은 교훈을 되새겼고, 컬러와 소재의 믹스, 뛰어난 기술력 등 모든 부분에서 참고했습니다. 작업하면서 ‘행복한 방’의 주요 테마로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펜디의 다른 아트 작업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고급스러움’이 가장 중요한 컨셉입니다. 이 우아한 VIP 룸에서 고객이 누리는 시간은 온전히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죠.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보는 모든 사람 역시 품위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사용하던 소재 외에 이번 프로젝트에 특별히 적용한 소재나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로마에 있는 펜디의 모피 공방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확인하곤 펜디에 대해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번에 모피와 그것을 다루는 새로운 기술을 처음으로 작품에 접목해봤어요. 가림막에 사용한 모피 패널에 그 기술을 반영했죠. 제게도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가운데 회전 거울이 달린 가림막. 바깥 날개는 혁신적인 기술로 모피를 가공해 만든 모피 패널로 이루어졌다.

다양한 컬러의 오닉스와 대리석을 새겨 넣은 낮은 탁자. 귀고리 걸쇠 모양의 테두리가 인상적이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사진 제공 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