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소통하는 현재
세계적인 고대 예술 컬렉션을 갖춘 바라캇 갤러리가 런던, 아부다비, 베벌리힐스에 이어 서울에 개관한다. 바라캇 갤러리의 회장이자 화가인 파에즈 바라캇을 만났다.
개관을 앞둔 ‘바라캇 서울’의 작품 설치 현장, 당나라 석조 보살 흉상 옆에 선 파에즈 바라캇 회장
10월이면 삼청동에서 전 세계의 박물관급 고대 예술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1864년 예루살렘에 처음 문을 연 뒤 지금까지 5대째 컬렉팅을 이어오며 4만 점 이상의 작품을 갖춘 바라캇 갤러리(Barakat Gallery)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개관하는 것. 바라캇 갤러리는 예루살렘 외에도 지금까지 1983년 베벌리힐스, 2004년 런던, 2007년 아부다비에 갤러리를 오픈했다. 서울에 문을 여는 ‘바라캇 서울’은 명망 있는 고대 예술 컬렉션 전시 공간과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구성할 예정. 개관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파에즈 바라캇(Fayez Barakat) 회장은 한국에서 고대 예술 컬렉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창의적으로 매개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수십 년간 그림을 그려온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바라캇 서울에서 열릴 개관전은 고대 예술 컬렉션과 함께 그의 작품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될 예정이다.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갤러리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시아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먼저 상하이와 홍콩을 방문했는데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서울에는 그 후 휴가차 잠시 들렀죠. 그리고 삼청동을 둘러보다 아주 마음에 드는 이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은 과거와 현대가 멋있게 어우러진 곳이므로 바라캇 갤러리의 취지와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라캇 갤러리는 대를 이어가는 가족 운영 갤러리인데, 세대가 바뀌면서 컬렉션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내가 4대째, 그리고 내 아들이 5대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죠. 증조할아버지가 성서 시대 예술로 시작해 할아버지가 이집트와 고전 고대 예술 컬렉션을 갖췄고 아버지는 고대 예술품의 주얼리 라인을 확장했습니다. 나는 아프리카, 아시아, 프리 콜롬비아로 컬렉션의 범주를 넓혔는데,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작품을 수집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바라캇 갤러리인 예루살렘 갤러리에 파블로 피카소가 방문했는데, 아프리카 작품을 찾더군요. 그때 난 열여섯 살이었는데 피카소에게 아프리카 작품보다는 유서 깊은 고전 고대 예술품이 더 의미 있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프리카 예술이 역사는 그보다 짧더라도 자연스럽게 얻은 예술적 영감과 기술로 완성된 작품이며, 의식을 위해 만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순수하고 천진한 본성이 깃들었다고 말하더군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해 많은 아프리카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지금은 개인 컬렉터 중에서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아프리카 컬렉션을 갖추고 있죠.
Fayez Barakat, Lovers Fantasy, Acrylic on Canvas, 80×140cm, 2011
바라캇 갤러리는 총 4만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작품이 박물관급인데 예루살렘, 베벌리힐스, 런던의 갤러리에서 각기 다른 컬렉션을 선보이나요? 또 10월 초에 개관하는 ‘바라캇 서울’에서는 어떤 컬렉션을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각 갤러리마다 주력하는 컬렉션이 다릅니다. 예루살렘 갤러리에는 성서 시대, 이집트의 고대 예술품이 있고 베벌리힐스 갤러리에선 현지의 문화적 관심과 지리적 특징을 반영해 프리 콜롬비아와 아메리카 컬렉션을 소개하죠. 런던 갤러리는 성서 시대 예술과 이집트 고대 예술, 고전 고대 예술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요. 2007년에 개관한 아부다비 갤러리와 2011년 팝업 갤러리로 운영한 두바이 갤러리에서는 이슬람 아트와 아프리카 아트에 주력했습니다. 한국에는 소장품 중 핵심적인 작품을 엄선해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서울은 아시아에 여는 첫 번째 갤러리이기 때문에 아시아 아트와 함께 대규모 불교미술 컬렉션을 소개하고 싶네요.
한국에서 유물은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소유라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고대 예술품 컬렉팅’이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의 인식이 그렇죠. 내 경험으로 볼 때, 한국 시장이 처음 베벌리힐스에 갤러리를 오픈했을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30년 전 그곳에 고대 예술 컬렉션을 수집한 개인 갤러리는 없었고 바라캇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현지 박물관과 협업하면서 많은 컬렉터를 양성하는 역할을 했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교육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나 연구기관에서 오래된 고대 예술품을 직접 접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다고 들었는데,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성공한 고대 예술품 딜러이자 컬렉터이면서 동시에 아티스트로도 활약 중인데 바라캇 서울에서 첫 전시로 당신의 작품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여러 지역에서 그린 방대한 작품을 가지고 올 예정이에요. 올해 한국에 와서도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 벚꽃이 흩날리던 풍경이나 시장에서 생동감 넘치는 광경을 보고 영감을 얻었죠. 어디에서든 매 순간 사물과 영적인 교감을 느끼는 편이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관람객들도 그 교감을 함께 느끼기 바랍니다.
당신의 작품은 추상화로 보이지만, 스스로는 사실주의 작품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사람들은 대개 형체가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고 추상화라고 하죠. 내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 눈으로 보는 것은 환영이고 실제는 빛의 반사와 에너지의 파장입니다. 내가 그리는 것들은 작가로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실재하는 것의 형상이기 때문에 추상화가 아닌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각기 다른 하나의 여행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죠. 예루살렘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서 30년간 살았고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정체성과 작품은 어느 문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요?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자랐고, 서른두 살 때 캘리포니아로 갔습니다. 10대에는 아시아와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죠. 영적인 측면에서 아시아 문화와 교감했고, 서구 문화에서는 학문적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중 어느 한 가지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내가 작품에 여러 가지 컬러를 사용하지만 다양한 구성 요소와 컬러의 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바라캇 서울이 어떻게 자리 잡길 바라는지 말씀해주세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컬렉션을 가져와 전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바라캇 서울의 첫 전시 이후 제 작품 세계를 확장해 다른 작가들과 협업하는 형태의 전시를 기획할 예정입니다. 바라캇 갤러리가 컨템퍼러리 갤러리를 런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옛것과 새로운 것,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잇는 접점을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JK(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