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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미술

ARTNOW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작가, 영남 지역의 아트 컬렉터를 공략하기 위해 국내로 진입하는 해외 갤러리가 늘어나면서 오늘도 이곳 미술계는 분주하다.

최한진, outcast, 2014

해외로 간 작가들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동안 갤러리의 해외 전시 혹은 아트 페어를 통해 세계 미술 시장에 소개한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작가가 직접 해외 갤러리의 문을 두드리거나 혹은 예술 단체의 주도로 인한 진출이 활발해진 양상이다. 미광화랑을 통해 지난 3월 개인전을 연 남수정 작가는 4월 1일부터 21일까지 뉴욕 첼시의 아고라 갤러리(Agora Gallery)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개최했다. 그녀는 4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전 세계 영향력 있는 100개의 화랑에 포트폴리오를 보내 스스로를 소개하고, 1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아고라 갤러리의 전속 작가가 됐다. 화선지에 가는 붓으로 수많은 선을 쳐서 잎이나 선인장을 그리고, 분채 물감으로 채색하는 작가의 작품은 한국화인 동시에 서양화적 특징이 있다. 그래서 최근 아시아 미술계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것이 갤러리 관계자의 전언.
한편 올해 9월, 10회째를 맞는 부산비엔날레는 프랑스 파리의 예술인 레지던시 프로그램 ‘시테 국제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e des Arts)’와 협약을 체결해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6명의 국내 작가를 파견한다. 시테 국제예술공동체는 1965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대형 창작 공간으로 320여 개의 아틀리에와 전시장을 갖추었다. “비엔날레가 단순히 전시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부산 미술의 국제화를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 부산비엔날레 문주화 홍보 담당자의 설명이다. 지난 2월에는 30대의 젊은 부산 작가 김종권과 최한진을 이른바 ‘파일럿 팀’으로 선정, 2개월간 시테 국제예술공동체에서 작업하며 파리 미술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최한진 작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파리와 마이애미의 두 갤러리와 1년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6월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성과를 얻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파리와 서울 두 곳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교류전도 눈에 띈다.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학장이자 경북대학교미술관 관장인 임현락 작가는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8일까지 파리 국제예술공동체에서 열린 단체 전시 <메이드 인 코리아>에 참여했다. 대구 누스페어 동시대미술연구소와 프랑스 팡테옹-소르본 파리 1대학교가 함께 주도한 이 전시는 그를 포함해 사운드 아트 작가 김영섭, 한국화 작가 박윤영과 이은실이 현대 한국화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임현락 작가는 최근 5년간 이어온 ‘1초 수묵’ 시리즈를 전시, 반투명 실크와 투명 필름에 단숨에 그려낸 수묵화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유럽에 소개될 기회가 적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한국화의 현재에 대한 의미 있는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평했다. 또한 서울과 지방이라는 국내에 한정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문화 전략을 수립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수정, where how why, 2015

임현락, 호흡-‘1초’ , 폴리에스테르에 수묵, 가변 설치, 시테 국제예술공동체 갤러리, 파리, 2016

거실, 서재와 같은 컨셉형 공간에 작품을 전시한 루마스갤러리 센텀시티점

영남에 진출한 최초의 해외 갤러리, 보데프로젝트@스페이스

해외 갤러리의 영남 진출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아트 페어를 통해 영남 지역 컬렉터를 만나고, 더 나아가 해외 지점을 여는 장소로 부산과 대구를 선택하는 해외 갤러리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 아트 페어 ‘아트부산’을 통해 처음 부산 지역에 입성한 홍콩의 펄 램 갤러리는 올해도 아트부산을 찾았다. 이와 더불어 일본과 싱가포르,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들이 계속 아트부산을 주목하는 것은 바로 영남 지역 컬렉터의 통 큰 구매력 덕분. “작품의 경제적 투자가치보다 개개인의 미적 판단에 무게를 싣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영남 지역 컬렉터의 성향”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아트 페어를 통해 먼저 진출 가능성을 점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대구 앞산에 개관한 ‘보데프로젝트@스페이스’는 영남 지역에 가장 먼저 지점을 낸 해외 갤러리로 기록됐다. 독일 뉘른베르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보데 갤러리(Bode Galerie & Edition)’의 클라우스 보데 대표는 2007년 KIAF를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공간적 제약을 많이 받는 페어에서 독일 작가의 작품을 깊이 있게 선보이기엔 역부족이라 갤러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 보데프로젝트@스페이스 박윤주 실장의 설명이다. 이들에게 전통적 컬렉터가 거주하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도시로 뉘른베르크와 환경이 비슷한 대구는 갤러리 입지로 적격이었다. 그녀는 “서울과 부산을 아우를 수 있는 지리적 위치를 감안할 때, 한국의 전반적 미술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대구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영남 지역에서는 다소 생소한 일군의 독일 작가, 하리 마이어(Harry Meyer)와 크리스토퍼 렘풀(Christopher Lehmpfuhl), 디트리히 클링게(Dietrich Klinge), 클레멘스 하이늘(Clemens Heinl) 등을 소개한다. 또한 갤러리 자체의 청년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대구 출신의 차현욱과 우종택 작가는 지난해에 이곳을 통해 독일에서 첫 전시를 열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문을 연 루마스갤러리는 아시아 두 번째 지점으로 부산을 선택하고 해운대 센텀시티에 자리 잡았다. 루마스갤러리는 2004년 독일에서 시작해 전 세계 18개국에 47개의 지점을 낸 갤러리. 특히 센텀시티점은 ‘The Collector’s Home’이라는 주제로 거실과 부엌, 서재 등 컨셉에 따른 전시 공간을 만들고 그에 맞는 작품을 추천한다. 이들은 한정된 에디션으로 인화한 사진 예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갤러리에 방문한 것처럼 작가의 포트폴리오와 상세한 작품 소개를 볼 수 있고 작가가 직접 추천한 프레임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도 좋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다국적 갤러리인 만큼 루마스갤러리는 웹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미술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에디터 신숙미(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