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이어가다
로마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도시에 녹아든 장인정신을 계승하려는 펜디의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문화재 보존·복원 연구기관과의 협업은 그 새로운 결과물이다.
신중한 손길로 오래된 조각상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단순한 예술적 이해를 넘어 최첨단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완벽한 복원에 이를 수 있다.
“펜디가 탄생한 이탈리아 로마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펜디의 회장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껏 하우스는 이들의 마음가짐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를 충분히 만들어왔다. 현재 펜디의 본사 건물인 ‘팔라초 델라 시빌타 이탈리아나(Palazzo della Civilta Italiana)’를 복원하고, 그런가 하면 트레비 분수를 포함해 로마에 있는 분수를 복원하는 ‘펜디 포 파운틴(Fendi for Fountains)’ 사업까지 펼쳤다. 펜디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보다 예술에 초점을 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바로 문화재 보존·복원 연구기관(Istituto Superiore per la Conservazione ed il Restauro, ISCR)을 후원하기로 한 것.
ISCR은 예술 비평가 줄리오 카를로 아르간(Giulio Carlo Argan)이 설립하고 복원 관련 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체사레 브란디(Cesare Brandi)가 운영해온 기관으로, 예술 작품과 문화유산의 보호와 복원 작업에 특화한 곳이다. 특히 이곳에 속한 전문가 양성 학교(Scuola di Alta Formazione, SAF)는 실질적인 예술 복원가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한 해에 SAF에서 입학 허가를 받는 이는 오직 5명 이내. 이들은 보통 5년간 역사 교육을 비롯한 실무 코스를 거쳐 문화유산 보존과 복원 관련 학위(Diploma abilitante in Conservazione e Restauro dei Beni Culturali LMR/02)를 취득하는데, 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전문적 예술 복원가라는 상징과도 같다. 실제로 SAF를 거친 학생들은 폼페이 유물과 피사의 사탑, 스크로베니(Scrovegni) 예배당의 조토 벽화, 리아체(Riace)의 청동 전사상, 마차라 델 발로의 춤추는 사티르상(Dancing Satyr of Mazara del Vallo) 등을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그뿐 아니라 카라바조(Caravaggio)와 안토니오 비바리니(Antonio Vivarini)의 대형 캔버스화 등 수많은 이탈리아 문화유산이 이들의 손을 거쳐 되살아났다.
펜디는 SAF의 커리큘럼에 과학 코스를 새로이 추가하고 연구실에 특수 장비를 제공하며 이들의 재능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그 덕분에 이제 학생들은 예술 작품 표면의 레이저 클리닝 기법, 미량 화학 테스트를 포함한 분석, 환경의 영향을 받는 작품의 예방 보존 방식과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마이크로 표본에 초점을 둔 현미경 검사 방법처럼 더욱 정밀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펜디의 후원을 통해 학생들은 첨단 기술을 습득하고 깊이 있는 과학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최소한의 손길을 거쳐 원본에 도달하고자 하는 SAF의 본질과 일맥상통하죠.” SAF의 부책임자 안나 마리아 조바뇰리(Anna Maria Giovagnoli)의 설명이다. 에디터가 실제로 ISCR을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저마다 작은 동상과 초상화, 조각품, 모자이크, 그리고 건물의 한 벽면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벽화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로마의 오랜 유산에 숨결을 불어넣는 이들의 신중한 손길이 이어졌다. “전통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신 그 방법만큼은 계속해서 발전해나가야 하죠. 펜디의 정체성도 ISCR과 비슷해요. 하우스의 아카이브와 장인정신을 끊임없이 돌보고, 이를 첨단 기술이나 섬세한 감각과 버무린 컬렉션이 매 시즌 탄생하니까요. 어찌 보면 저희와 펜디가 함께 만든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코스는 당연하게 느껴지는군요.” 보다시피 ISCR의 학문적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로마의 예술적 진가를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랑하며, 보호하는 도시를 대하는 펜디의 우아한 태도다.
에디터 한상은 (hanse@noblesse.com)
사진 제공 ISC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