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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섬유로 예술을 말하다

ARTNOW

‘밀라노 아트 페어’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 로로피아나와 세계적 섬유 예술가 실라 힉스의 만남을 <아트나우>가 취재했다.

굵은 섬유와 염색 가죽으로 만든 둥근 꾸러미를 컬러 리넨 실로 둘둘 감싼 조형물 ‘Soft Stone Fiber Sculpture’와 아티스트 실라 힉스
ⓒ Lisa Camus

지난 4월 8일부터 10일까지 밀라노 도심에 위치한 피에라밀라노시티 전시장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손님으로 가득 찼다. 1995년 소규모로 시작해 어느덧 국제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밀라노 아트 페어(MiArt)가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영국, 미국 등 16개국에서 154개 갤러리가 근대부터 동시대, 리미티드 디자인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들고 모였다. 로로피아나의 ‘캐시미어 라이프 살로또’ 부스를 포함해 아트 페어 VIP 라운지와 레스토랑 & 바, 매거진 부스와 북 숍도 보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올해로 21회를 맞은 밀라노 아트 페어는 그동안 내실 있는 중·소규모 갤러리가 참가해 쉽게 접할 수 없던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밀라노 아트 페어 2016의 웰컴 부스
ⓒ Paolo Valentini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 부스 옆 게스트 라운지. 디자이너 론 아라드(Ron Arad)의 붉은색 ‘Soft Little Heavy Armchair’가 전시돼 있다.
ⓒ Paolo Valentini

이번 밀라노 아트 페어는 ‘Established’, ‘Emergent’, ‘THENnow’, ‘Object’ 등 총 4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무려 99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Established’ 섹션은 21세기 이전 거장의 작품과 근·현대미술품을 재조명하는 마스터스(Masters), 동시대 미술에 집중한 컨템퍼러리(Contemporary), 올해 처음 참가한 갤러리로 구성한 퍼스트 스텝(First Step),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시기를 나눠 20세기 전반의 미술을 다룬 디케이드(Decades) 구역으로 다시 구분했다. 박기원, 조반니 오촐라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313아트프로젝트도 이 섹션에 있었다. ‘Established’를 큐레이팅한 무제오 마리노 마리니(Museo Marino Marini) 갤러리 관장 알베르토 살바도리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작품부터 신진 작가의 독특한 예술품까지 보다 다양한 국가의 작품을 골고루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유난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섹션은 각각 16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Emergent’와 ‘THENnow’. ‘Emergent’는 개관한 지 5년 미만인 신생 화랑이 참여해 과감하고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했다. 전시장의 중심 구역에서 2개 갤러리가 짝을 이루어 한 부스에서 기획 전시를 연 ‘THENnow’는 이번 밀라노 아트 페어의 백미. 각각 다른 세대 아티스트의 대조적 작품이 역사적·장르적 연결 고리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전시장 서편의 또 다른 핫 스폿 ‘Object’ 섹션에는 수많은 리미티드 에디션을 줄지어 진열했다. 안젤로 만자로티(Angelo Mangiarotti)의 기능적인 이탈리아 모던 가구부터 스패니시 디자인의 전형을 살린 본 펠트(Von Pelt)의 작품 ‘카스텔라노 브루탈리스타(Castellano Brutalista)’ 컬렉션 등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 디자인 오브제가 예술 애호가와 컬렉터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도 현대적 문화 예술이 전역에 퍼져 있는 도시다. 지난해에 문을 연 폰다치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를 비롯해 현대미술 작품을 다루는 무제오 델 노베첸토(Museo del Novecento),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 등 다양한 예술기관은 밀라노를 다른 도시가 따라잡을 수 없는 세련된 상업 중심지로 부각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밀라노 아트 페어는 국제적 규모로 성장해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Established’ 섹션에 자리 잡은 LA 스티브 터너(Steve Turner) 갤러리의 전시장.
Jonas Lund, ‘New Now’ Installation, UV print on plexiglass, metal frame and LED strip, 2016

로로피아나 팩토리의 원단 제작 공정 중 방적한 실을 감는 모습

톱니 롤러로 빗질하면서 엉킨 섬유를 분리하는 과정

로로피아나의 남다른 예술 사랑
밀라노 아트 페어 전시장에 개별 부스로는 가장 큰 규모로 자리한 공간에서 특별 전시가 하나 열렸다. 바로 럭셔리 섬유 브랜드 로로피아나(Loro Piana)가 세계적 섬유 예술가 실라 힉스(Sheila Hicks)와 협업한 작품을 공개하는 자리. 프라이빗하게 단장한 부스에 로로피아나의 경영진과 아티스트 실라 힉스를 비롯해 브랜드 관계자와 VIP 고객,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모였다.
고유의 기법으로 탄생시킨 천연섬유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기는 로로피아나는 2015년 밀라노 아트 페어에서부터 섬유와 예술의 접점을 찾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패 화이트(Pae White)가 로로피아나의 캐시미어와 코튼, 알루미늄과 실버, 폴리에스테르를 혼합해 만든 대형 패브릭 작품 ‘Zaranth’를 전시했다. 다양한 재료로 면과 선을 표현하고 반복적 기법을 활용하는 그녀의 작품 세계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예술관이 만나 “브랜드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호평을 얻었다.
올해는 로로피아나의 인테리어 라인 ‘캐시미어 라이프 살로또(Cashmere Life Salotto)’의 탄생 1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이를 기념하는 협업 작품을 선보이고, 고객과 예술 애호가, 수집가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예술가 실라 힉스를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로 선정했다. 로로피아나 부회장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Pier Luigi Loro Piana)는 “예술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작품은 로로피아나와 아티스트의 공통분모인 섬유 예술에 대한 애정으로 완성한 것”이라고 이번 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로로피아나와 실라 힉스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재료를 탐구하는 열정, 작품을 만드는 장인정신을 결합한 이번 협업 작품은 브랜드와 예술의 만남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예술품 그 이상의 의미를 선사했다.

밀라노 아트 페어 2015에서 선보인 로로피아나와 아티스트 패 화이트의 협업 작품.
Pae White, Zaranth, Loro Piana cashmere, cotton, silver, lurex and polyester, 2015
ⓒ The Artist, Kaufmann Repetto, Milano / New York. Photo by Andrea Rossetti

Sheila Hicks, Reine des Abeilles; Queen Bee, 2016

세계 최고의 섬유를 만들다
밀라노 아트 페어 전시장에 개별 부스로는 가장 큰 규모로 자리한 공간에서 특별 전시가 하나 열렸다. 바로 럭셔리 섬유 브랜드 로로피아나(Loro Piana)가 세계적 섬유 예술가 실라 힉스(Sheila Hicks)와 협업한 작품을 공개하는 자리. 프라이빗하게 단장한 부스에 로로피아나의 경영진과 아티스트 실라 힉스를 비롯해 브랜드 관계자와 VIP 고객,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모였다.
고유의 기법으로 탄생시킨 천연섬유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기는 로로피아나는 2015년 밀라노 아트 페어에서부터 섬유와 예술의 접점을 찾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패 화이트(Pae White)가 로로피아나의 캐시미어와 코튼, 알루미늄과 실버, 폴리에스테르를 혼합해 만든 대형 패브릭 작품 ‘Zaranth’를 전시했다. 다양한 재료로 면과 선을 표현하고 반복적 기법을 활용하는 그녀의 작품 세계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예술관이 만나 “브랜드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호평을 얻었다.
올해는 로로피아나의 인테리어 라인 ‘캐시미어 라이프 살로또(Cashmere Life Salotto)’의 탄생 1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이를 기념하는 협업 작품을 선보이고, 고객과 예술 애호가, 수집가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예술가 실라 힉스를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로 선정했다. 로로피아나 부회장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Pier Luigi Loro Piana)는 “예술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작품은 로로피아나와 아티스트의 공통분모인 섬유 예술에 대한 애정으로 완성한 것”이라고 이번 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로로피아나와 실라 힉스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재료를 탐구하는 열정, 작품을 만드는 장인정신을 결합한 이번 협업 작품은 브랜드와 예술의 만남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예술품 그 이상의 의미를 선사했다.

Mini interview with Sheila Hicks
섬유 예술가 실라 힉스는 1934년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태어났다. 예일 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1950년대 후반부터 섬유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후 수십 년간 멕시코와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 인도 등 세계 곳곳에 아틀리에를 열고 텍스타일에 대한 연구와 프로젝트 전시를 진행해왔다. 현재는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에서 그녀의 태피스트리 작품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는 1959년 작을 비롯해 10여 점의 구작을 소장하고 있다. 밀라노 아트 페어 프리뷰 행사가 열린 지난 4월 7일, ‘캐시미어 라이프 살로또’ 부스에 마련한 로로피아나와 아티스트 실라 힉스의 협업 작품 공개 현장에서 실라 힉스를 만났다.

지난 50년간 섬유 작품을 만들어왔다. 오늘 공개한 로로피아나와의 협업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작업하며 그곳이 어디든 자연에서 얻은 천연섬유를 찬양하고 그 섬유를 다루는 여러 기법에 집중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다년간 고급 원단 전문 브랜드로 명성을 쌓은 로로피아나와의 협업은 오래 기다려온 기회나 다름없었다. 모헤어나 캐시미어는 인간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찾아 헤매던 아주 먼 옛날부터 존재했다. 나는 이 세상 그 어떤 재료보다 오래된 이 섬유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늘 애착을 느낀다.

작품은 공간 속 오브제 역할도 소화한다. 각각의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솜털이 난 섬유 꾸러미를 실로 둘둘 말아 돌멩이처럼 만든 조형물과 마치 폭포수처럼 원사가 흘러내리는 설치물, 실이 한 올 한 올 구름처럼 퍼진 소규모 작품, 여러 색실을 수평선처럼 나란히 정렬해 만든 직사각형 작품이 있다. 아마 당신의 뒤에 있는 벽면, 머리 위, 걸어 다니는 곳곳에서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아름다운 색의 섬유 원사(linen yarns)로 만들었는데, 이 섬유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방에 있는 로로피아나 방적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다. 이리저리 휘감기고 매듭으로 묶인 채 나의 파리 작업실에 도착했지만 이처럼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연이 준 일상의 선물이다.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무엇인가?
광택이 나는 긴 우븐 섬유를 높은 천장에서 아래로 늘어뜨린 작품 ‘Reine des Abeilles; Queen Bee’다. 전시장뿐 아니라 로로피아나 부티크에도 설치한 이 조형물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가볍게 흔들린다. 혼잡한 도시 밀라노를 떠나 로로피아나가 탄생한 평온하고 아름다운 시골에서 자연을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당신의 작품은 소재만큼이나 독특한 색상이 돋보인다. 레드와 푸크시아 컬러가 블러시 핑크와 애시드 옐로 컬러를 만나 강렬하고 선명한 색조의 섬유 예술로서 자태를 뽐낸다. 컬러 선정 기준이 있는가?
특별한 기준은 없다. 주변 환경이나 그날의 기분이 좌우한다. 이를테면 내가 살고 있는 파리의 날씨가 화창한지, 비가 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컬러는 이성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작품 발표를 앞둔 날이라면, 달콤하고 따뜻한 느낌의 허니 컬러가 어울리겠다.

앞으로 섬유라는 소재로 어떤 예술 세계를 펼치고 싶은지 궁금하다.
나는 작품을 통해 한적하고 조용한 오아시스를 선보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예술이 생명력을 가질까?’ 늘 고민해왔다. 이에 대한 답은 예술과 인간이 사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사람에게 정신적·육체적 휴식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
사진 로로피아나, Mi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