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시작이 중요하다
애피타이저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만큼 와인이나 칵테일 등의 안주로 괜찮은 선택이다. 기존의 애피타이저로 만족하지 못했다면 스페인과 중동, 페루의 트렌디한 음식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Spain, Tapas 타파스는 스페인식 전채를 뜻하는 단어다. 식전에 술을 곁들여 먹는 소량의 음식으로 와인잔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시지나 빵을 잔 위에 얹은 것에서 비롯됐다. 쉽게 맛볼 수 있도록 한두 입 크기로 만드는 요리로 재료나 조리법의 제한은 없다.


오스테리아 마티네
오스테리아 마티네는 개업한 지 16년 된 스페인 레스토랑이다. 처음에는 티 카페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업종을 몇 번 바꾸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오래된 가게라 단골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소박한 유럽 가정의 부엌을 표방한 오스테리아 마티네는 타파스로 정평이 난 곳이다. 타파스의 종류는 13가지. 그중 문어 크로켓과 민물장어튀김, 한치구이는 꽤 오랫동안 손님에게 사랑받아온 대표적 메뉴다. 문어 크로켓은 로메스코 소스와 꽃잎 피클을 곁들이고, 민물장어튀김은 카탈루냐 지방의 짧은 파스타 면인 피데우아를 깔고 마늘 향을 입혔다. 톡톡 부러지면서 씹히는 피데우아와 바삭한 장어튀김의 조화가 다채롭다. 새끼 한치구이는 새우와 리코타 치즈를 넣은 한치구이와 오징어 먹물 소스가 잘 어우러진다. 예약 위주로 운영하는데 단골손님이 요즘 즐겨 찾는 포르케타의 경우 사전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4길 17 Tel 02-3444-2673



SMT Seoul
요즘 청담동에서 가장 들썩거리는 레스토랑이다. 이름에서 눈치챈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SMT는 SMTown의 약자다. SM엔터테인먼트의 F&B사업부에서 SM편의점이라 불리는 SUM Market과 함께 야심차게 오픈한 숍으로 다양한 타파스를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SM 소속 연예인과 관계자가 1년에 한 번씩 이곳에서 핼러윈 파티를 연다. SM의 팬들만 찾을 것 같나? 실제로 방문하면 밝은 분위기와 음식의 높은 퀄리티가 선입견을 싹 날려버린다. 1층이 다이닝 레스토랑 분위기라면 2층은 칵테일 바가 있어 술과 함께 좀 더 쾌활한 바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저녁 10시가 되면 디제잉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들뜨는데, 고기류와 해산물 등 상당히 다양한 ‘서울 스타일 타파스’를 자랑한다. 메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비주얼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실제 메뉴와의 싱크로율도 99.9%다. 대부분의 메뉴가 ‘기대보다’가 아니라 ‘기대 이상’이다.
Add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79길 58 Tel 02-6240-9300
Middle East, Meze
요즘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것이 할랄 푸드다. 이슬람 율법상 채소와 과일, 곡류, 해산물 외에는 양과 소, 닭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무스가 널리 알려진 중동식 전채지만 타불레, 파투시 같은 샐러드도 있다. 여러 중동식 애피타이저를 조금씩 모아 내놓는 음식을 메제라고 부른다.


신밧드 키친
할랄 푸드를 현지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태원에서 20년 이상 외식 사업을 해온 오숙자 대표가 4년 전 오픈했다. 해밀턴 호텔 맞은편 2층이라 찾기도 쉽다. 할랄은 유기농 음식이 각광받고 있는 뉴욕에서 건강식으로 유명하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된 식문화가 깊고 담백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중동 요리를 향신료 향이 강한 요리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애피타이저에는 향신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병아리콩과 렌틸콩, 가지, 쿠스쿠스, 파슬리, 수제 요구르트 등이 주재료로 여기에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 식초만 곁들인 여러 애피타이저가 재료 본연의 맛을 강하게 이끌어낸다. 신밧드 메자 콤보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삶아 갈아 만든 후무스, 야채와 구운 가지, 올리브 오일로 만든 바바가누시, 수제 요구르트와 구운 가지를 섞은 모우타발, 그리고 화덕 빵을 함께 낸다. 담백하지만 건강한 할랄 푸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채식주의자도 이용 가능한 레스토랑이다.
Add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80 스카이하이 Tel 02-792-0069


허머스 키친
국내에서 할랄 푸드를 가장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중동에서 사업하던 김현성 대표가 할랄 푸드의 매력에 빠져 3년 전 국내에 허머스 키친을 오픈했다. 이태원 본점과 광화문점이 있으며 강남에 3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할랄 푸드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연령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역시 후무스. 플레인과 블랙 두 종류로 나뉘며 곁들인 디핑 재료에 따라 다시 12가지로 나뉜다. 후무스 자체의 담백한 맛에 양념을 살짝 더해 건강하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찾는 이들은 젊은 층 위주였지만 곧 부모님과 함께 오기도 한다고. 몇 가지 요리를 한데 담아내는 허머스 키친 샐러드와 타불레, 아라비안 코브 샐러드, 파투시가 주요 애피타이저 메뉴다. 허머스 키친 샐러드는 플레인과 블랙 후무스, 팔라펠, 요구르트, 샐러드, 빵을 함께 낸다. 팔라펠은 콩을 갈아 둥글게 빚어 튀긴 요리로 파슬리와 고수, 치피가 들어가 후무스의 담백함과 달리 바삭한 식감과 독특한 향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달콤한 아보카도 스무디와 함께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Add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14-1(이태원점) Tel 02-790-7922
Peru, Ceviche
세비체는 해산물을 회처럼 얇게 잘라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재워 차갑게 먹는 중남미식 애피타이저다. 술과 함께 먹거나 간단한 식사로 즐긴다.


티그레 세비체리아
속칭 ‘한남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순천향대학교병원 뒷골목에 페루 음식점인 티그레 세비체리아가 있다. 해외 구어메이 신에서 각광받고 있는 페루 음식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프렌치 레스토랑 앙티브의 조성범 셰프가 페루 주재원이던 친구 등 3명과 합심해 연 레스토랑이다. 원래 페루식 선술집 컨셉으로 흥청망청한 분위기를 의도했으나 무거운 위스키나 리큐어보다 가볍게 와인을 즐기는 국내 고객의 성향 때문에 본의 아니게 중남미 퀴진 레스토랑처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의 의도대로 저녁 6시에 오픈해 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 해가 지면 커다란 창에 모두 암막 커튼을 쳐 동굴 같은 아지트로 바뀐다. 페루 음식은 생소할 수 있지만 동아시아에서 넘어간 이민자가 많아 아시안 스타일 요리가 많다. 이곳에는 세비체 외에 꼭 맛봐야 하는 페루의 대표 음식 10여 가지가 있다. 감자 샐러드인 무사카가 대표적인데 다진 감자에 아보카도와 아이올리 소스에 버무린 참치나 새우가 들어간다. 아히데가이나는 페루의 솔 푸드로 페루 전통 화이트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 스튜다. 조성범 셰프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계산 후 문을 나서면 ‘페루 음식 맛있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다른 페루 음식점인 합정동 쿠스코가 얼마 전 문을 닫아 현재 서울에서 페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Add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57-77 Tel 02-790-4511
에디터 | 이기원 (lkw@noblesse.com)
글 | 안상호(프리랜서)
사진 | 정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