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패션의 발자취를 담은 두툼한 책 한 권을 펴보라.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될 테니까.
< Dior by Avedon >(위), < Dior: New Looks >(아래)
< Dior by Avedon >(2015, Rizzoli)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은 누구도 입은 적 없는 뉴룩을 디자인했고, 포토그래퍼 리처드 애버든(Richard Avedon)은 누구도 본 적 없는 이미지를 뷰파인더에 담았다. 이 책은 이들의 돈독한 관계를 돌아본다. 디올의 세련된 취향과 상상력으로 그려낸 스케치 그리고 이를 통해 완성한 실제 의상을 입은 여성의 흑백사진을 배치하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말이다. “무슈 디올과 애버든의 우정은 패션 사진의 황금기를 대변합니다. 둘의 창조적 감각 외에는 어떤 기교나 안전 그물도 필요하지 않았죠.” 파리 의상 장식박물관(Palais Galliera) 관장 올리비에 사야르(Olivier Saillard)의 서평이 말해주듯, 낭만적이거나 너저분한 파리의 골목 혹은 거대한 코끼리 사이에 선 순간을 포착한 사진 한 장은 페이지를 쉽사리 넘기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이다.
< Dior: New Looks >(2015, Thames & Hudson)
무슈 디올을 비롯해 이브 생 로랑,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에 이르는 역대 하우스 수장의 디자인을 한 권의 책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의 의상을 오브제로 삼은 헬무트 뉴턴, 파트리크 드마르셸리에, 어빙 펜, 마리오 테스티노와 마리오 소렌티, 데이비드 심스의 비주얼은 디올의 유구한 아카이브와 패션 사진가와의 특별한 유대감 그리고 이들의 감각적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 Valentino: Mirabilia Romae >, 발렌티노 쿠튀르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 Valentino: Mirabilia Romae >(2015, Assouline)
“발렌티노가 없는 로마는 상상할 수 없어요.”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촐리 듀오에게 로마의 탁 트인 장관과 자갈길, 분수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문화 예술적 요소는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내는 동력이다. 컬렉션의 전반적 분위기를 이끄는 무드 보드(mood board) 역할을 하는 도시 곳곳의 풍경과 의상을 만들기 위한 종이 패턴 그리고 쿠튀리에의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탄생한 의상 한 벌이 어우러져 패션의 미적 가치를 서정적으로 묘사한다.

< Fendi by Karl Lagerfeld >(2015, Steidl)
펜디와 칼 라거펠트가 함께 걸어온 50년, 그 세월에 경의를 표하는 책이다. 그런 만큼 라거펠트가 펜디를 위해 그린 스케치 200점을 담은 스크랩 북과 콜라주 형태로 풀어낸 5만점의 스케치를 실은 사진집, 그리고 그가 고안한 120개에 이르는 하우스의 로고 디자인 북처럼 펜디를 향한 디자이너의 애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패션 다큐멘터리 디렉터 로이크 프리장(Loic Prigent)과의 대화록과 라거펠트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줄 50문 50답을 담은 얇은 책자 역시 인상적이다. 여러 브랜드의 디렉터를 겸임하는 동시에 포토그래퍼와 고양이 집사(!)로도 활약하는 그에게 펜디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렇게 답한다. “펜디는 제 창조성의 이탈리아 버전이죠!”

< Volez, Voguez, Voyagez – Louis Vuitton >, 2014년 첫선을 보인 쁘띠뜨 말과 그 궤를 함께하는 루이 비통 트렁크의 역사
< Volez, Voguez, Voyagez – Louis Vuitton >(2015, Rizzoli)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전시명을 딴 제목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에서 예측할 수 있듯, 전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하드커버 북이다. 1854년 가죽 트렁크를 만들던 메종이 패션의 한복판을 거닐게 되기까지 이를 이끌어온 주역들을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이 긴 여정에서 끊임없이 헤리티지를 새롭게 조명하는 이들의 접근법에 감탄할지 모른다.
< J.W. Anderson: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 >
< Chanel by Willy Rizzo >
< J.W. Anderson: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 >(2016, Luis Venegas)
런던 쇼디치에 문을 연 J.W. 앤더슨의 워크숍에서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은 세라미스트, 포토그래퍼, 뮤지션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며 브랜드의 잠재력을 시험하는 중(전형적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그 첫 번째 컬래버레이션의 주인공은 매거진 <캔디>와 <팬진137(Fanzine137)>의 출판인 루이스 베네가스(Luis Venegas)다. 그가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J.W. 앤더슨의 아카이브를 총망라했다.
< Chanel by Willy Rizzo >(2015, Editions Minerve)
1954년부터 1967년까지, 코코 샤넬이 전후 패션 디자인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하면서 커리어의 정점에 달하는 그 시간을 내내 곁에 머무른 친한 친구이자 포토그래퍼 윌리 리조의 시점에서 바라본다. 샤넬이 캉봉 가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원단 더미에 둘러싸여 있거나, 담배를 물고 작업에 열중하거나, 천 조각을 의상으로 재탄생시키는 순간을 포함해 그간 공개한 적 없는 은밀한 모습도 담았다.
< Oscar de la Renta >
< Balenciaga-Master of Lace >
< Oscar de la Renta >(2016, Prestel)
2014년 세상을 떠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50년간 패션 역사를 집필했다. 우아함과 호화로움을 사랑한 디자이너, 그런 그의 패션 세계를 함께 일군 재클린 케네디와 미셸 오바마를 비롯한 수많은 퍼스트레이디와 셀레브러티의 빛나는 순간이 끝없이 펼쳐진다.
< Balenciaga-Master of Lace >(2016, Somogy Editions d’Art)
미래적 웨딩드레스와 코쿤 코트, 정제된 투피스까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패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런 그가 레이스 소재를 다루는 솜씨가 특히 탁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지난해에 프랑스 칼레의 국제 레이스 박물관(La Cite Internationale de la Dentelle et de la Mode)에서 그와 레이스 소재의 관계를 파고든 전시를 지면에 옮긴 책에서 그 섬세하고 정교한 원단을 자유자재로 다룬 천재 디자이너의 손길이 느껴진다.
< Vetements >
< Vetements >(2016, Idea)
베트멍의 2016년 S/S 컬렉션을 파리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선보이기 직전과 그 직후, 포토그래퍼 피에르앙주 카를로티(Pierre-Ange Carlotti)가 촬영한 자유분방한 순간을 담았다. 그간 베트멍 의상을 통해 보여준 유스 컬처와 거칠고 이질적인 감각을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최근 패션의 흐름이 궁금하다고?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에디터 한상은 (hanse@noblesse.com)
사진 박지홍 소품 협찬 윤현상재(대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