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차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나온 주요 브랜드들의 흐름을 보니 이제 우리 모두 하이브리드와 전기 자동차를 현실성 있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친환경 차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1 BMW i3 2 포르쉐 918 스파이더 3 아우디 A3 e-트론 4 메르세데스-벤츠 S500 PHEV
자동차 회사들이 친환경적 마인드를 갖게 된 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래의 자동차에 대한 고민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각국의 배출 가스 규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첫 물꼬를 튼 건 1997년 등장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 프리우스였다. 하이브리드 카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쓰기 때문에 성능의 밸런스나 연비 면에서 이상적이라는 이론을 내세우지만 한계가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달리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내리막길 같은 곳에서 모터가 강제로 회전해 저절로 얻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긴 오르막길에서처럼 배터리가 고갈된 상태에선 어쩔 수 없이 엔진을 마구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게 되면서 일반 차보다 기름을 훨씬 더 먹기 때문이다. 사실 현시점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배기량을 줄여 다운사이징한 엔진, 배기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인 클린 디젤엔진 등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카가 나오고 있지만, 미래의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차는 전기 자동차다. 흔히 말하는 전기 자동차는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차지만 현재 좀 더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서 전기 자동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문제는 전면적으로 보급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하이브리드에서 전기 자동차로 가는 과도기에 나타난 모델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하이브리드 카의 전기모터 기능을 좀 더 발전시킨 것이니 큰 범주로 보면 전기 자동차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다. 배터리를 전원 코드에 연결해 직접 충전할 수 있고, 현재 한정된 주행거리(약 100~150km)와 동급 가솔린 자동차 대비 30%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보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 자동차 시대를 앞당길 유망한 옵션이 아닐 수 없다.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살펴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전기 자동차의 형태도 진일보해 좀 더 현실에 가까워졌다. 그 결과 현시점에선 실용성을 중시하는 도심형 소형차는 배터리 전기 자동차가, 럭셔리 고성능 모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채택한 모델이 큰 흐름으로 보인다. 모터쇼에서 볼 수 있던 친환경 차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BMW의 i 시리즈다. 2014년 시판 예정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i8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 중 최초로 전용 전기 자동차 i3를 내놓으면서 다른 프리미엄 메이커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전동화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i3는 올해 하반기 중 유럽 시장에, 국내에는 내년 5월경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우디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A3 e-tron을, 폭스바겐은 배터리 전기 자동차 e-골프와 e-up!을 선보였다. 포르쉐도 파나메라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918 스파이더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한 모델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S 클래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 S500 PHEV를 2015년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e-모빌리티가 미래의 자동차 시대를 어떤 식으로 열지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폭스바겐 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이 e-모빌리티가 그룹의 성장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듯 하이브리드와 전기 자동차는 이제 모든 자동차 회사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이 자명해 보인다. 물론 더 탄탄한 인프라와 기술적 진보가 필요할뿐더러 비용적 측면 때문에 볼륨 모델이 되려면 멀었지만, 다소 멀고 어려운 길이라 생각해온 당신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맞이할 우리 모두를 위해 절대 외면해선 안 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