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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 Cheese!

LIFESTYLE

치즈를 2배, 아니 3배는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것 좀 맛보라며 보르도의 한 와인업자가 친절한 손길로 사슴 치즈를 권했을 때 미안하지만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비교적 맛이 순하고 고소한 소젖 치즈를 제외하곤 특유의 사향 냄새 때문에 염소젖이나 양젖 치즈엔 살짝 거부감이 있던 내게 사슴젖이라. 파르메산 치즈처럼 단단했지만 살짝 푸른 기가 돈 것으로 기억한다. 망설이는 눈빛을 읽은 그는 사슴 치즈가 조금 강하긴 하지만 이렇게 먹으면 괜찮을 것이라며, 어제 직접 사과를 따서 만들었다는 신선한 사과잼을 함께 덜어주었다. 짭조름하면서 꼬릿한 치즈와 새콤달콤한 사과잼은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의 종합 선물 세트 같았다. 여기에 쌉싸래한 레드 와인 한 모금. 놀랍도록 조화로웠다.

치즈는 와인 안주로 어김없이 등장한다. 어느 정도 격식 있는 프렌치, 혹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는 디저트 타임에 앞서 항상 치즈 플레이트를 내는데, 그 덕분에 식사 때 남은 와인을 끝까지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 본지 8월호 스페셜 칼럼을 통해 만난 프랑스의 치즈 장인 프랑수아 부르공은 빵과 치즈, 와인만 있으면 소박하지만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고 말했다. 단, 빵은 치즈와 치즈 사이의 입가심이지 빵 맛이 섞이면 치즈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헉,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바게트나 호밀빵 같은 약간 거칠고 담백한 빵은 치즈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잘 만든 치즈는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스낵이지만 다른 음식과 어울리면 더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리코타, 페타와 같이 신선하고 부드러운 치즈는 지중해산 올리브와 함께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일과 꽃 향이 나는 소비뇽 블랑(특히 상세르)이 이 치즈의 크리미함과 잘 어울린다. 우리가 대중적으로 즐기는 브리, 카망베르처럼 겉은 쫄깃하지만 속살은 진득하니 부드러운 숙성 치즈는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나인스게이트 그릴의 이준행 소믈리에는 멜론, 사과 등 달콤하면서 약간 산미가 느껴지는 과일을 추천한다. 말린 망고나 살구, 진한 베리 콤포트와도 좋은 매치를 이룬다. 라는 책에서는 사과 슬라이스를 치즈 사이에 끼워 먹으면 약간 숙성이 덜 된 브리나 카망베르도 한결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소개한다. 브리나 카망베르는 냉장 보관보다 실온에 두거나 오븐에 넣었다 꺼낸 것이 더 맛있는데, 치즈에 구멍을 내고 사과 브랜디를 약간 부은 후 약 200℃ 오븐에서 20분간 구우면 특히 별미라고. 향이 강한 염소 치즈의 경우 매콤한 기운이 있는 음식을 매치하라는 것이 서울 신라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 윤준식 주방장의 조언이다. 루콜라나 크레송 같은 알싸한 채소와 함께 샐러드를 만들고 여기에 후추까지 팍팍 뿌릴 것. 또 특유의 시큼한 맛이 있어 레몬이나 사워크림 대신 연어 요리에 가니시로 사용해도 좋다. 푸른곰팡이가 핀 치즈는 호두 같은 견과류가 클래식한 궁합을 이룬다. 강한 짠내를 중화할 수 있는 달콤한 장치가 필요한데, 고르곤졸라 피자를 꿀에 찍어 먹는 것이 일례다. 특유의 쿰쿰한 향미가 고기 맛을 증폭시켜 스테이크에 올려내기도 한다. 소스를 만들거나 버터에 섞기도 하지만 잘게 부숴 솔솔 뿌려도 그만이다. 피자나 파스타에 토핑으로 올리는 파르메산 치즈는 파인애플과 함께 디저트로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파인애플을 슬라이스하고 그 위에 파르메산 치즈를 올린 후 올리브 오일을 뿌리면 완성된다. 파르메산 치즈의 감칠맛과 파인애플의 단맛이 예상을 뛰어넘는 하모니를 선사한다.

치즈와 와인의 궁합은 누구나 아는 조합이지만, 맥주와도 기막히게 매치가 된다. 짠맛과 고소한 신맛이 두드러지는 체다 치즈, 특히 충분히 숙성된 체다 치즈는 견과류의 버터리함도 느낄 수 있는데 달콤하면서 견과류의 뉘앙스를 풍기는 갈색 에일 맥주와 부드럽게 잘 어울린다. 좀 더 맛이 가볍고 산미가 있는 밀맥주에 크리미한 염소 치즈도 괜찮은 선택. 특히 탄산 함량이 높은 헤페바이젠은 염소 치즈의 고릿함을 씻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진한 캐러멜과 블랙커피 향의 스타우트는 버터스카치 맛이 나는 숙성된 고다 치즈와 단짝을 이룬다. 미국 보스턴에 살고 있는 티 소믈리에 신시아 골드는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치즈와 차를 페어링하기도 했다. 유지방 함량이 높은 부드러운 치즈에는 초봄에 수확해 약간 떫은맛이 나는 다르질링이나 일본의 센차와 같이 깔끔하고 신선한 느낌의 녹차를 추천한다. 향기로운 차가 유지방을 만나면 치즈의 끝맛이 다소 시큼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맛과 향이 더 부드러워지고 미묘함을 남긴다는 평. 블루치즈는 달콤한 과일 향의 홍차가 짠맛과의 균형을 찾아줄 거라고 했다. 달콤한 과일 중에서도 사과 향, 여기에 은은한 난꽃 향이 함께 번지는 중국의 기문차는 단단하게 받쳐주는 보디감을 지녀 부르고뉴 와인을 연상시키는 홍차라고 덧붙였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스타일링 이경주  그릇 협찬 정소영의 식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