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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피어난 명작

LIFESTYLE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재발매 기념 딥 리스닝 전시.

아르보 패르트. © Kaupo Kikkas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ECM 뉴 시리즈(ECM New Series)’ 탄생의 서막을 알린 에스토니아 출신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art)의 음반 딥 리스닝 전시가 열린다. 리빙룸 마이알레에서 [TABULA RASA: 침묵(沈默), 그 이전>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한 전시는 1984년 ECM에서 발매한 40주년을 맞아 오랫동안 절판된 앨범의 재발매를 기념하는 자리. 약 한 시간 동안 오롯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아르보 패르트의 예술 세계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 이를 통해 ECM은 오늘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접하는 음악적 경험을 넘어 한 공간에서 음악을 온전히 느끼고, 감상하는 입체적 방식을 제안할 예정이다.
딥 리스닝은 리빙룸 마이알레를 무대로 정원, 거실, 서재, 욕실 등 일상의 공간 곳곳을 유영하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음반에 수록된 네 곡이 순차적으로 플레이되며 자연스럽게 관객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인도하는 것. 풍부한 공감각적 경험을 위해 바이닐, CD, 카세트테이프, 디지털 음원 포맷까지 다양하게 활용해 한 장의 음반이 어떻게 다채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도 전개한다. 이를 위해 뱅앤올룹슨의 플래그십 스피커와 소니 빈티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BBC 방송국 설계의 모니터 스피커 등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러한 플레이 방식은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가 일생 고심해온 정체성과 경험한 혼돈 속에서 침묵의 시간을 거쳐 완성한 음악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한편, 아르보 패르트는 소위 ‘변방의 예술가’라 불리며, 현대음악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로 손꼽힌다. 그가 명성을 얻는 데 큰 힘이 된 것은 바로 음반 . 당시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 속에서 전자음악과 컴퓨터 음악 실험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을 때, 패르트는 복잡한 음악적 구조에서 벗어나 단순한 리듬과 선율을 통해 인간 내면과 정신적 차원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전시명 ‘침묵’은 종교적 작품 제목 때문에 옛 소련의 탄압을 받으며 약 8년간 작품 활동을 중단한 시기에서 차용했다. 그는 이때 그레고리오 성가와 러시아 정교회의 예배 음악 형식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으며, 이를 발판 삼아 1970년대 말부터 개성을 한껏 드러낸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후 ECM을 통해 발매한 는 2개의 바이올린과 프리페어드 피아노,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구성했으며, 현대음악사의 마일스톤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전시가 열리는 리빙룸 마이알레는 미국의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의 1940년 작품 ‘Living Room Music’에서 영감받은 공간이다. 이와 공명하듯 자연과 사람, 창작자 그리고 예술가를 연결하는 이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에 귀 기울이며 영혼의 울림을 경험하길 바란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ECM, 아르보 패르트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