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im Anatomy
현재 남성 프리미엄 진 시장을 대표하는 9개 브랜드의 아이코닉 데님 팬츠를 선정해 꼼꼼히 비교해봤다. 당신의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20세기 중반 이후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청바지를 단 한 번도 입어보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이는 전 인류의 10%도 안 될 거다. 그만큼 청바지는 세계가 공유하는 복식 문화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며 신분과 재력,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다.(단, 북한에서는 미국과 자본주의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청바지는 단돈 1만 원짜리부터 기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 ‘저게 옷인가?’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것, 드레스 셔츠에 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진중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유행하는 스타일과 주목받는 브랜드의 주기가 매우 짧지만, 언제나 트렌드의 중심에 위치하는 이중성도 갖추었다.
여기에 선정한 아홉 벌의 청바지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보다 신사의 취향을 지닌 남자들에게 어울릴 만한 것이다. 또 티셔츠부터 블레이저까지 폭넓게 소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것이 오래 입어 길들이기 좋다. 개인적으로 남자 나이 서른이 넘었다면 청바지에 관해서만큼은 다양한 브랜드의 것을 섭렵하기보다, 취향에 맞는 브랜드의 것을 1년에 한 벌씩 구입해 경년 변화를 즐기며 에이징 정도에 따라 상황에 맞게 입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 소개하는 것은 모두 그렇게 입기에 적당한 청바지다.
LEVI’S 501
알려진 바와 같이 리바이스는 청바지의 최초 개발사다. 원형의 청바지를 만들어냈으며, 501은 현대 청바지의 기준이다. 501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디자인을 바꾸었는데, 사진의 모델은 1966년 버전을 리바이벌한 LVC 50166이다. 밸런스가 좋은 스트레이트 피트 디자인이다.

앞부분의 포 버튼 플라이와 구리 리벳 등 원조의 디테일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허리선과 원단의 겹침 부분 등 강한 내구성이 필요한 부위에는 여지없이 체인 스티치를 적용했으며, 세부 부품에까지 리바이스 로고를 새겼다.

1966년 버전 501은 리바이스에서 처음으로 뒷주머니 리벳을 없앤 모델이다. 대신 오렌지색 스티치로 보강했다. 전통적인 콘밀의 셀비지 원단을 사용하는 리바이스 LVC 라인은 일반 리바이스 레드 탭 라인과 달리 로고의 ‘e’를 ‘E’로 표기했다.
LEE×THE REAL MCCOY’S BY OHKOOS RIDERS 101 Z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퍼 플라이 방식이다. Riders 101 Z는 1926년 세계 최초로 지퍼 플라이를 청바지에 적용했다. 레몬색과 오렌지색 스티치를 부위별로 다르게 적용해 멋을 부렸다.

뒷주머니에 리벳을 적용하는 대신 X자 형태의 스티치로 보강 처리했다. 종이처럼 얇은 가죽으로 브랜드 탭을 만드는 리바이스와 반대로 두꺼운 가죽을 사용했다. 그뿐 아니라 원단의 직조 방식도 리바이스와 정반대라 데님 원단 특유의 사선 방향이 다르다.

리바이스, 랭글러와 함께 미국 정통 데님 브랜드로 꼽히는 리가 1926에 발표한 Riders 101 Z 모델을 리바이벌한 것. 일본의 리바이벌 전문 브랜드 더 리얼 맥코이와 협업했다. 데님 팬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제임스 딘이 애용한 바지가 바로 이것이다.
TOM FORD STRONG HIGH LOW INDIGO
디자이너 브랜드지만, 클래식 무드에 기반을 둔 컬렉션을 선보이는 톰 포드의 데님답게 기본에 충실하다. 또 하이엔드 브랜드답게 완벽한 마감 처리가 돋보인다. 스트레이트, 슬림, 레귤러의 3가지 피트로 선보이는데, 사진의 모델은 스트레이트 피트다.

밑위가 짧지만 포 버튼 플라이를 유지했으며, 스틸 소재 리벳을 사용했다. 코인 포켓에는 리벳을 사용하지 않았고, 골반 옆 봉제선의 마무리를 브랜드 이니셜인 알파벳 T 형태로 마무리했다.

밑단을 처리한 체인 스티치의 정교함만 봐도 얼마나 완벽한 마감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브랜드 탭의 스웨이드 가죽 또한 품질이 예사롭지 않다. 대부분의 제품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톰 포드지만, 데님만큼은 미국산 원단을 사용해 본고장인 미국에서 만든다.
PORTOFINO BY FINEALTA 1935 SLIM TAPERED JEAN
뒷면 중앙에 드레스 팬츠처럼 V자 절개선을 넣은 디자인이 눈에 띈다. 포르토피노는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의 데님 생산을 대행해온 공장이 2015년 런칭한 브랜드. 밑위가 매우 짧으며 실루엣도 슬림하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청바지 생산을 대행한 브랜드답게 오버로크만으로 끝내는 부분에 일일이 천을 덧대어 깔끔한 마무리를 추구했다. 가벼운 실루엣을 추구하는 만큼 리벳은 모두 생략했으며, 내구성을 높이는 별도의 디테일을 더하지 않은 것이 매우 특이하다.

새파란 색으로 파티나 염색한 가죽 브랜드 탭과 군데군데 적용한 파란색 핸드스티치가 바지를 장식한다. 면 98%에 엘라스틴 2%를 함유한 원단으로 착용감이 편안하며, 엉덩이 부분의 입체적인 패턴감을 느낄 수 있다.
CHAD PROM BY B&TAILOR SHOP MIDWE
장식이 없는 리벳과 한 가지 색상의 두꺼운 실을 사용했다. 밑위가 긴 만큼 파이브 버튼 플라이를 적용했다. 코인 포켓 위로 작은 고리가 하나 있는데 이것에 열쇠를 걸어 코인 포켓에 수납하면 편리하다. 주머니 안감으로 체크무늬를 사용했다.

가운데 벨트 고리가 2개인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허리와 둔부가 맞닿는 부분에 스티치를 두 줄로 적용한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디테일이다. 밑위에 비해 엉덩이 주머니가 높게 달려 있는데, 덕분에 엉덩이가 처져 보이지 않는다.

비스포크 슈트 메이커 비앤테일러가 런칭한 기성복 브랜드 채드프롬의 청바지. 비앤테일러의 드레스 팬츠 하우스 컷은 밑위가 매우 길다. 그 특징을 청바지에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이름도 ‘미드위’로 붙였다.
TRAMAROSSA BY TAILORBLE LEONARDO
트라마로사는 1967년 이탈리아의 재단사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로, 스포츠 코트와 구두에 어울리는 드레시함을 추구한다. 레오나르도는 슬림한 테이퍼드 피트로 밑위가 짧다. 장식적인 디테일 역시 눈길을 끈다.

청바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드레스 팬츠 방식의 버튼 여밈 구조를 채택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레몬색과 오렌지색 실을 평행하게 같은 라인에 사용했으며, 레드 포인트 스티치를 더했다. 코인 포켓에는 고객의 영문 이니셜 두 글자를 금속 장식으로 박을 수 있다.

트라마로사 청바지에는 생산 공정에 대해 상세히 적혀 있다. 이 바지의 뒷주머니 라벨에 적힌 ‘2 Anni’는 리지드 데님을 2년 정도 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워싱된 컬러에 맞췄다는 의미다. 2개의 가느다란 벨트 고리를 딱 붙여 하나처럼 보이게 한 것이 특징.
RRL SLIM FIT
클래식 디자인의 포 버튼 플라이, 내구성이 필요한 부위에 적용한 체인 스티치, 구리 리벳 등 데님의 원형을 추구한 디테일로 무장했다. 코인 포켓에 브랜드 로고를 수놓았으며, 자연스러운 에이징을 더한 것이 강점.

1940년대에 제작한 방적기로 짠 14.7oz의 미국산 셀비지 데님을 사용했다. RRL의 청바지 뒷주머니에는 사진의 모델처럼 아무 장식이 없는 것과 웨스턴풍의 곡선형 스티치 장식을 더한 것이 있다. 가운데 벨트 고리는 일부러 살짝 비껴 사선으로 달았다.

랄프 로렌의 하이엔드 데님 브랜드이자 조니 뎁과 데이비드 베컴 등 패션 아이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RRL의 기본 모델. 흠잡을 데 없는 밸런스가 돋보인다. 기름때와 페인트 튄 자국 등이 터프한 느낌을 주지만 과하지 않다.
SAINT LAURENT ORIGINAL LOW WAISTED DESTROYED SKINNY JEAN
스키니 진의 시대를 연 천재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유산이 그대로 남은 청바지. 바지의 실루엣이 병약해 보일 정도로 마른 몸이 아니라면 입을 수 없는 옷임을 보여준다. 다소 과감해 보일 만큼 찢어놨지만, 특유의 실루엣 덕에 드레시한 상의와도 잘 어울린다.

지퍼의 길이를 통해 밑위가 매우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데미지 가공을 제외하면 극단적 심플함을 추구한 형태로, 단추와 지퍼에서만 브랜드 로고를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죽 소재의 로고 탭은 오른쪽 등허리 부분에 명함 크기로 적용하는데, 바지 내부에 달아놓은 것이 특이하다.

극단적인 심플함을 추구하는 생 로랑 청바지지만,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유일한 장식이 하나 있다. 바로 바지 뒷부분 가운데 벨트 고리 아래 대칭으로 자리한 절개선이다.
JACOB COHEN BY LANSMERE LIMITED EDITION
압도적인 품질의 단추와 리벳을 적용했다. 내구성이 필요한 부위에는 스트라이프 원단을 덧대어 스티치로 마무리했다. 바지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데, 동봉한 향수를 사용해 향을 유지할 수 있다.

98% 면과 2% 엘라스틴으로 만들어 신축성이 있지만, 놀랍게도 셀비지 원단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셀비지 원단은 신축성이 전혀 없는 100% 코튼을 재래식 방적기로 짠다. 그 때문에 이것은 매우 특이한 점으로 받아들여진다. 멋진 초록색 송치 브랜드 탭도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에 잘 어울리는 테일러드 진 메이커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야콥 코헨. 사진의 모델은 최상위 버전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688 모델을 베이스로 했다. 초기 야콥 코헨과 달리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에디터 | 김창규(프리랜서)
사진 | 기성율(제품),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