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감탄하게 한 대가들의 마지막 작품.

1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올리버 색스는 의사이자 유능한 작가, 그리고 시대의 휴머니스트였다. 지난해 8월 그의 죽음이 발표되자 전 세계가 앞다퉈 애도를 표한 건 그의 글과 삶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가 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에세이 4편을 엮었다. 죽음을 앞두고 신문에 글을 쓰는 마음은 어떨까. 왜 그는 아까운 일분일초를 타인을 위해 헌납했을까. 차분한 어조로 써 내려간 이 에세이는 삶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준다. 죽음은 아쉬움이나 회한이 아니라 감사의 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현자의 전언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의 디자인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아트 북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라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이다.
2 <에필로그>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은 천문학과 우주과학을 대중화한 주인공이자 전 세계 독자에게 우주의 경이를 알린 스타 학자다. 어려운 이론 대신 풍부한 예시와 비유가 가득한 문장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운 그는 이 마지막 저서에서 좀 더 다양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환경문제, 무기의 역사, 낙태 논쟁, 20세기 과학의 발전에 대한 생각 등은 학자 본연의 시각으로 풀어놓은 생각이다. 정작 눈길이 가는 건 마지막 챕터다.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안 순간부터 2년간 투병 생활 중에 겪은 일과 심경을 차분하게 기록한 그의 문장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3 <파수꾼> 하퍼 리 작가가 마지막에 쓴 작품이 유작일까, 마지막으로 발견된 작품이 유작일까. <파수꾼>은 후자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는 20세기의 대표적 소설이다. 그는 1957년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써 출판사에 찾아갔지만 편집자는 단편소설 중 하나를 장편으로 개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앵무새 죽이기>가 출판되었고, 이 작품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하퍼 리는 그 중압감에 집필 활동을 중단했다. 50년 만에 작가의 금고에서 발견한 이 <파수꾼>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의 초안이다. 그렇게 <파수꾼>은 하퍼 리 최초의 작품이자 최후의 작품이 됐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진 루이즈 핀치가 20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4 <처음처럼> 신영복 “공부는 망치로 합니다. 갇혀 있는 생각의 틀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올 1월 별세한 신영복 선생의 유작 <처음처럼>에 실린 ‘망치’라는 제목의 글 중 일부다. 이 책은 ‘신영복 서화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2007년 초판이 출간되었다. 근 10년 만에 새롭게 펴낸 이 개정판은 부제가 ‘신영복의 언약’으로 바뀌었고, 초판본에 90편 가까운 새로운 원고를 추가했다. 선생이 별세 직전까지 손수 원고를 더하고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글과 그림을 묶었으나 책을 읽은 뒤의 여운은 훨씬 묵직하다. 시대의 스승을 잃은 아픔이 새삼 사무친다.
에디터 | 이기원 (lkw@noblesse.com)
사진 |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