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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 경매의 내일

LIFESTYLE

기술과 온라인이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는 이때, 마침 온라인 예술품 경매에 대해 따져봤다.

온라인 미술 플랫폼의 대표 격인 아트시의 웹사이트

온라인 예술품 경매 회사들이 지금 세계 미술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다. 경기가 나빠져 전통적 오프라인 경매 회사들의 실적이 나빠진 탓도 있고, 부호의 투자를 등에 업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서 활약해 시장 판도가 바뀐 탓도 있다. 어쨌든 지금 ‘온라인의 힘’은 소수의 큰손이 지배하는 미술계의 불투명한 시장을 좀 더 대중에게 개방적인 시장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다시 말해 그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문을 가장 굳게 틀어막은 미술 분야에까지 이제 온라인의 광풍이 불게 된 셈이다.
수많은 온라인 예술품 경매 회사 중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미술계의 구글’이라 불리는 ‘아트시(www.artsy.net)’다. 2009년 카터 클리블랜드(Carter Cleveland)가 만든 아트시는 애초에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가 보유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지금은 중저가(10만 달러 이하) 예술품을 경매로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예술품 경매업체로도 순항 중이다. 물론 이들이 지금과 같이 주목받기까지 운도 따랐다. 세계적 기업가들이 온라인 예술품 경매시장을 낙관해 이들에게 투자한 것이다. 아트시는 사업 초기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잭 도시 트위터 공동 설립자,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등에게 800만 달러(약 93억 원)를 투자받아 미술계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후 탄력을 받아 다양한 해외 투자자에게 총 5000만 달러(약 580억 원)라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해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사업에 강력한 날개를 달았다. 아트시는 예술품 경매를 통해 미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것 외에 일반인에게 예술 정보를 제공하고, 미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웹과 스마트폰을 통해 무료 미술 교육까지 하며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창업한 온라인 예술품 경매업체 ‘옥셔나타(auctionata.com)’의 성장 속도도 아트시에 뒤지지 않는다. 이들은 여느 경쟁사와 달리 온라인 웹과 스마트폰을 통해 자체 제작한 경매 방송을 실시간으로 방영해 호응을 얻은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경매임에도 오프라인에서처럼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 이들은 다루는 경매 물품도 다양하다. 최근 이곳에서 거래돼 여러 인터넷 게시판을 달군 예술품으로 18세기 말 제작한 중국의 희귀한 자동식 회중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심지어 383만 달러(약 43억 원)라는 거액에 낙찰돼 이전의 전 세계 온라인 예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엔 할리우드 형사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인 LA 경찰국(LAPD) 차량까지 매물로 선보여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최근 서울옥션블루의 온라인 경매에 등장한 텍스타일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의 베어브릭

아트시에 투자한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츠 회장

온라인 예술품 경매 시장을 낙관하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한편 세계 15위 부호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이끄는 미국의 유통 괴물 아마존도 현재 미국 내 150여 개 갤러리와 친분을 쌓아 ‘아마존아트(www.amazon.com/Art)’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단돈 몇십 달러짜리 회화 작품부터 최고 35만 달러(약 4억 원)에 이르는 조각 작품까지 살 수 있다. 아직 예술품 경매를 정식으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전 세계 3억 명에 달하는 아마존 회원의 굉장한 머릿수를 등에 업고 언제든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최근 온라인 경매에 뛰어들었다. 그러니까 그 콧대 높은 전통의 오프라인 강호들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한 거다. 소더비는 지난해에 이베이와 총 5건의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다. 뒤늦게 온라인 경매 시스템을 도입한 크리스티도 재작년 1억4800만 달러(약 1800억 원)의 온라인 경매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크리스티 매출 84억 달러(약 10조3500억 원)에 비하면 한없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난 3년간 매년 평균 25% 이상 매출이 오른 걸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 이제 국내의 온라인 예술품 경매 신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국내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란 쌍두마차가 있다. 먼저 서울옥션은 최근 온라인 전문 경매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를 설립해 공격적으로 온라인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온라인 경매 ‘eBID NOW’에서 이들은 예술품은 물론 빈티지 오디오와 고가의 턴테이블, 각종 도자기 등을 섭렵해 국내 온라인 경매 사상 최고 낙찰 총액인 16억 원을 기록하면서 이 시장의 열기를 한껏 부풀려놓았다. 서울옥션 홍보팀의 손지성 수석은 “특히 오디오 기기의 낙찰률은 94%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며 “앞으로 예술품은 물론 디자인 가구, 와인, 보석, 장난감, 자전거 등 보다 다양한 물품을 소개해 누구나 셀러(또는 바이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케이옥션도 얼마 전 기존 온라인 전문 경매 관계사인 옥션온을 ‘케이옥션온라인’으로 탈바꿈시켜 또 다른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이렇게 묻고 싶을 거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온라인 아트 경매 회사들이 활기를 띠는데 우리가 장차 얻게 될 건 무엇인지. 한국미술경영연구소 김윤섭 소장은 이 질문에 “미술 애호가층의 대중적 확산”이라고 답했다. “제일 먼저 예술품 소비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좋아질 거예요. 예술품 유통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까지 개선할 수 있죠. 또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은 기존 미술 시장의 관습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지 않던 이들도 순수한 관점에서 예술품을 보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거죠. 결국 이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일은 훨씬 쉬워질 거예요.” 그럼 다음 질문. 앞으로 온라인 예술품 경매시장에서 우리가 숙지해야 할 건 무엇일까? “온라인을 통한 예술품 경매는 접근성도 쉽고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게 특징이죠. 하지만 그런 편의성을 누리는 만큼 예술품을 손에 넣기 전 그것이 결코 상품처럼 현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인지해야 해요. 경매 입찰자 입장에서 예술품 창작자에 대한 정보와 함께 작가의 역량이 중 .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는지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 때문에 온라인 예술품 거래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늘 오프라인도 잘 살펴야 해요. 결코 정보 수집을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최근 영국의 미술 시장 분석 기관 아트택틱닷컴(Arttactic.com)은 세계 온라인 예술품 경매시장 규모가 2018년 37억6000만 달러(약 4조3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13년의 15억7000만 달러(1조8300억 원)의 2.5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건 그렇고, 우린 지금 이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 중 상당수가 젊은 층이라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1000~10만 달러 금액대의 비교적 저렴한 예술품 경매에 주력해온 ‘패들에이트(paddle8.com)’의 방문자 39%는 현재 18~34세의 밀레니얼 세대다. 이는 장차 온라인 예술품 거래 서비스의 출현이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기던 기존 예술품 투자 시장의 벽을 허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젊은 층이 예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이 사회가 앞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는 계기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기술과 온라인이 삶의 모든 부분을 변화시키는 세계에서 그것에 굳이 반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점점 커가는 온라인 예술품 경매시장,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최근 옥셔나타 경매에 등장한 LA 경찰국 차량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