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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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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인테리어가 음식의 질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겉은 다소 허름해 보여도 음식의 품질만큼은 서울 최고로 꼽히는 해산물 식당들이 있다. ‘아재’들에게 맛집으로 소문난 해산물 식당 4곳.


한 번 온 손님은 단골 되고 두 번 온 손님은 가족 되는, 마력을 지닌 공간이다. 주인장이 단골 생일이라고 끓여준 ‘차돌박이해물미역국’,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에게 해물을 넣어 끓여준 ‘뻘!이라면’ 등이 나중에 정식 메뉴로 오르면서 이곳 메뉴판은 나날이 복잡해졌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오는 사람을 위해 신메뉴를 개발하기도 해서 참신한 레시피가 여럿 눈에 띄는데 맛도 단연 일품이다. ‘뻘’은 낙지, 꼬막 등 갯벌에서 나는 해산물을 메인으로 하는 술집이다. 아버지가 벌교 조합장인 친구 덕분에 매일 최상급 물건을 산지 직송으로 받아 쓴다. 기본에 충실한 벌교새꼬막데침은 간장 없이도 펄에서 갓 건져낸 꼬막의 짭조름한 풍미와 육즙을 느낄 수 있어 손님들이 안주로 즐겨 찾고, 버섯과 키조개 관자와 차돌박이의 삼합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별미다. 다른 음식점에서 찾기 힘든 생선 요리, 서대구이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트는 음악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센스는 덤이다.
Add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52길 64 Inquiry 02-3442-7573

목포낙지
국내 음식점의 식자재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한 것은 2008년. 그보다 훨씬 전부터 산지를 표기한 곳이 있다. 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30년 전통의 낙지 전문점, 마포구 ‘목포낙지’가 그곳이다. 이곳은 각 지역의 조합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산지 직송으로 해물을 받아 쓴다. 물건만 좋으면 시가가 얼마건 망설임이 없는 데다 재료를 직접 만져보고 점검하는 목포낙지의 사장은 지방에서도 ‘물건 볼 줄 아는’ 큰손으로 통한다. 국내산이라고 다 같은 낙지가 아니다. 황토의 영향을 받은 신안의 펄낙지는 달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고, 물살이 센 바다에서 자란 해남 낙지는 빨판 힘이 어마어마해 산낙지로 먹을 때 부지런히 씹어 삼켜야 한다. 좋은 재료를 골고루 먹어본 단골손님들이 산지는 물론 낙지의 질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인기 메뉴인 철판낙지도 오직 재료로 승부를 걸어 양념이나 조리 방식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쫀득하게 물이 오른 낙지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목포낙지를 찾을 것.
Add 서울시 마포구 삼개로 7-2 Inquiry 02-712-1237

서촌계단집
어머니가 30년 넘게 순대 장사를 한 점포에서 아들이 소라와 비단멍게 등을 팔기 시작했다. 평소 지인들과 갈 만한 술집을 찾기 어려워 아쉬워하던 차에 아예 본인이 좋아하는 해산물로 가게를 운영하기로 한 것. 초기에는 손님이 뜸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여행 작가, 기자, 블로거 등이 아지트 삼아 드나들면서 6개월 만에 서촌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담백한 음식을 내는 게 이 집의 컨셉이다. 짜고 매운 안주로 술을 연거푸 들이켜게 하기보다는 건강한 식자재로 바다 맛을 오롯이 전하려 힘쓴다. 대표 메뉴 소라는 쫀득한 식감에 육즙이 풍부해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소라는 잘못 삶으면 질겨지기 쉬워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연구 끝에 최적의 찜 시간을 찾아냈다고 한다. ‘서촌계단집’에 들이는 재료의 30%는 산지에서 직송한 것이고 나머지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최고 등급으로 구입한다. 연평도 갯가재, 여수 맛조개, 완도 갑오징어 등 당일 도착한 제철 해산물이 스티로폼 박스째 입구에 가득 쌓여 있지만 매일 깨끗이 동난다.
Add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길 15 Inquiry 02-737-8412

필동해물
필동에는 유독 동네 이름을 내건 간판이 많다. 그중에서도 ‘필동해물’은 해산물로 정평이 난 맛집. 세월에 바랜 푸르스름한 간판과 초록색 줄무늬 차양막이 오래된 기억을 부르는 것 같아 벌써부터 술이 고파진다. 미닫이문을 밀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마다 수북한 해물 접시를 두고 술잔을 기울이는 중이다. 수십 년 단골들의 알은체하는 소리도 들린다. 밤공기에 취하고 싶은 이들은 노상 테이블에서 운치를 즐긴다. 해산물은 40년이 넘도록 가게를 지킨 주인장이 매일 가락시장에 들러 직접 장을 보는데 여러 종류를 맛볼 수 있는 모둠 해물이 인기가 좋다. 해삼·멍게·피조개 등은 회로, 더운 날 탈 나기 쉬운 굴은 삶아서 낸다. 소라와 문어도 쫄깃하게 익히고 오징어는 날것과 삶은 것 모두 낸다. 저마다 향과 질감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동국대학교 출신 방송인 이경규도 선배들과 피조개를 먹으러 자주 들렀다고 한다. 오후 5시가 갓 넘은 시각에도 술 한잔과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는 곳이다.
Add 서울시 중구 필동로 30 Inquiry 02-2279-6574

에디터 | 이기원 (lkw@noblesse.com)
글 | 안미리(프리랜서) 사진 | 안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