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을 위한 디자인 가구
경매 회사 필립스의 디자인 스페셜리스트가 신혼집에 추천하는 디자인 가구.
미술 작품뿐 아니라 디자인도 경매로 거래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디자인 경매에서 주로 거래되는 품목은 가구, 조명, 식기를 포함한 20세기 디자인 제품이다. 만든 지 100년이 넘지 않아 ‘빈티지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20세기 디자인이 현대에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는 독창성과 오라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디자이너는 직접 혹은 장인(캐비닛메이커)과 협업해 손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지금처럼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제품이 아닌 만큼 정성을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디자이너의 의도를 적극 반영할 수 있었다.

1 핀란드 디자이너 위리에 쿠카푸로 (Yrjo‥ Kukkapuro)의 모던한 스탠드 조명. 1964년 작품임에도 여전히 스타일리시하다.
2 브라질 형제 디자이너 캄파나 브러더스(Campana brothers)의 ‘스시Ⅲ(Sushi III)’체어.
3 프랑스 디자이너 마르셀 코아르(Marcel Coard)가 곤돌라에서 영감을 받아 1925년에 제작한 의자.
4 스웨덴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브루노 맛손(Bruno Mathsson)의 수려한 커피 테이블.
5 이탤리언 아르데코 디자이너 피에트로 키에사(Pietro Chiesa)의 아름다운 캐비닛.
20세기 디자인으로 꾸민 신혼집
런던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소피아 세이엔 비트겐슈타인은 유럽과 미국의 많은 예비부부가 20세기 가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디자인 경매에 참여하는 커플도 많다. “20세기 가구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물론 과거 누군가 사용한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혼을 위해 반드시 새 가구를 구입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20세기 제품과 현대 가구를 적절히 매치해 신혼집을 꾸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 그는 신혼부부가 신혼집에 아름다운 가구를 들여놓기 위해 원하는 스타일의 가구 리스트를 만들고, 서로 대화하고, 가구를 보며 감탄하는 것은 큰 재미일 것이라고 말한다. “신혼부부는 20세기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 핀 율(Finn Juhl),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 지오 폰티(Gio Ponti), 파보 티넬(Paavo Tynell)의 독창적 작품을 소장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이왕이면 신랑 신부가 모두 좋아하는 가구를 고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부분 현대 가구는 과거 디자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었지요. 그래서 오리지널을 소장한다는 것은 매력적이고, 잘 보관하며 사용한다면 투자 가치도 있습니다.” 소피아 세이엔 비트겐슈타인 역시 집을 꾸미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저는 여러 가지 스타일을 섞어 인테리어를 했어요. 전체적으로 색채가 풍부하며, 여행하면서 세계 곳곳의 마켓에서 구입한 소품으로 장식했습니다. 녹색 벨벳으로 장식한 덴마크산 나무 테이블과 오스트리아 농가에서 구입한 밝은 청록색 캐비닛을 매치했습니다. 거실에는 짙은 파란색 벨벳 소파와 빨간 중국식 커피 테이블을 두었고요.” 이탈리아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핑크 도자기 작품과 영국 도예가 올리버 고트샬크(Oliver Gottschalk) 등의 작품을 몇 년에 걸쳐 수집해온 그의 집에는 커피 테이블과 책장에 디자인 관련 책이 가득하고 싱그러운 식물도 많다. 그는 앞으로 이탈리아 조명을 비롯한 더 많은 디자인 작품을 수집할 생각이다.

6 디자이너 일마리 타피오바라의 커다란 ‘테일(Tale)’ 스툴 세트.
7 마크 뉴슨(Marc Newson)의 미래지향적 디자인 의자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
8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소피아 세이엔 비트겐슈타인.
디자인 문외한 커플을 위한 경매 참여 노하우
디자인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예비부부라면 어디서부터 계획할지 막막할 것이다. 디자인을 잘 모르는 커플에게는 20세기 북유럽 디자이너의 가구를 추천한다. 북유럽 가구는 수려할뿐더러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었다. 북유럽 가구 전문가 덴스크(Dansk) 김효진 대표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피아 세이엔 비트겐슈타인이 추천하는 디자이너는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 알토, 덴마크 디자이너 핀 율·한스 베그너·폴 케홀름(Poul Kjrholm), 일본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Kuramata Shiro)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디자이너이니만큼 이 이름을 염두에 두고 경매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경매는 세계 각국의 디자인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필립스, 크리스티, 소더비 등의 경매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유럽에서는 젊은이들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경매는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눈여겨보는 행사다. 1920년대 장식 예술(decorative art)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디자인 경매가 시작되었으며, 2000년 초반부터 20세기 디자인 경매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9 디핀란드의 거장 일마리 타피오바라(Ilmari Tapiovaara)가 디자인한 의자 ‘크리놀레트(Crinolette)’.
10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의 벌집 모양 조명 ‘비하이브(Beehive)’.
11 아일랜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트랜셋(transat)’ 의자.
디자인 경매는 미술 경매와 진행 방식은 같으나 프리뷰 전시에 가면 가구에 직접 앉아보거나 만져볼 수 있는 점이 다르다. 가구는 눈으로 감상하기보다 직접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편안한지, 그렇지 않은지 경험해보는 것이다. 투자 가치가 있는 디자인 제품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는 좋은 컨디션, 둘째는 디자이너와 캐비닛메이커가 함께 작업한 퍼스트 프로덕션, 마지막으로 이전 소장자의 명성이다. 덧붙여 디자이너의 대표 작품이면 금상첨화다. 제품 컨디션은 직접 살펴보거나 경매 회사에 컨디션 노트를 요청해 확인하면 된다. 이전 소장자가 중요한 이유는 제품 이력을 확인할 수 있고 소장자의 명성이 추후 가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수 스팅과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소장했던 디자인 컬렉션이 필립스 경매에서 판매되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지난해 9월 필립스에서 최초의 온라인 디자인 경매가 열렸다. 첫 번째 온라인 경매는 일본 컬렉터 키코(Quico)의 디자인 소장품 온라인 경매(Design Online: Property from the Quico Collection, Tokyo)였다. 한 사람의 컬렉션을 판매하는 것이어서 추정가가 낮은 편이라 신혼부부에게 적격이었다. 특히 핀란드 디자이너 파보 티넬의 아르데코 조명과 덴마크 디자이너 폴 케홀름의 데이베드(daybed)가 매혹적이었다. 스웨덴 디자이너 잉에보리 룬딘(Ingeborg Lundin)의 세 가지‘애플(Apple)’ 꽃병 세트, 폴 케홀름의 초기 작품인 안락의자 ‘PK11’ 도 인기 있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앞으로 온라인 경매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경매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에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온라인으로 경매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프리뷰 전시에서 실제 가구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디자인 가구에 관심이 있다면 온라인, 오프라인 경매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출품작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혼집 인테리어 구성에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이소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