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ating the Pioneering Spirit
2016년 몽블랑의 워치메이킹은 20세기 초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북미 대륙을 배로 오가던 황금시대를 기념한다. 이는 올해 창립 110주년을 맞은 브랜드의 역사와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지난해 11월, <노블레스>는 오랜 역사를 축하하는 동시에 혁신을 담은 몽블랑의 새 시계를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빌르레 투르비용 실린더릭 포켓 워치 창립 110주년 에디션을 포함해 거대한 내비게이터를 장착한 유니크 피스
지난해 가을, 편집부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11월 10일 뉴욕에서 진행할 몽블랑 시계 행사의 취재를 요청하는 브랜드 한국 담당자의 전화였다. 보통 시계를 주제로 열리는 행사는 워치메이킹의 근거지인 제네바나 브랜드의 매뉴팩처가 있는 스위스의 조용한 도시에서 열리기에, 전화를 받은 순간 에디터의 머릿속은 설렘과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시계 기사를 제법 다룬 터라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몇 생각은 있었다. 2016년에 공개할 몽블랑의 시계가 ‘뉴욕’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닐까? 스위스에서 생산하는 시계의 꽤 많은 물량을 미국에서 소화하기 때문에 몽블랑의 좋은 이미지를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에 다시 한 번 전파하려는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뛰어난 기술력, 합리적 가격 그리고 신사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브랜드 이미지 덕에 실제로 미국에서 몽블랑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몽블랑의 새 시계를 소수의 프레스에게 선공개하는 자리였고, 브랜드의 근거지인 함부르크에서 뉴욕을 오가던 20세기 초 대서양 횡단의 황금시대를 반추하는 것이 새 컬렉션의 핵심 주제였다.
복잡한 기술력과 정교한 세공이 돋보이는 빌르레 투르비용 실린더릭 포켓 워치. 8점만 생산한다.
2016년 새로 선보인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크로노그래프 콴티엠 애뉴얼 모델. 실용적인 애뉴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를 브랜드 최초로 결합한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르로클에 위치한 몽블랑 매뉴팩처
20세기 초 함부르크를 출발해 뉴욕에 도착한 정기 운항선을 그린 아트 비주얼
기회의 땅에서 열린 몽블랑 4810 클럽
뉴욕에서 열린 행사의 공식 명칭은 ‘몽블랑 4810 클럽 2015 이벤트 인 뉴욕’. 몽블랑은 2014년 세계 각국의 시계 전문 기자 70여 명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초대해 몽블랑 4810 클럽을 결성했다. 클럽의 멤버는 이번 뉴욕 행사와 같이 신제품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접하고, 몽블랑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에 초대되어 한층 깊은 취재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시계 전문지 하나와 <노블레스>가 유일하다.
11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몽블랑
몽블랑은 2016년 브랜드 창립 110주년을 맞았다. 제조업이 급성장한 1906년 개척정신으로 의기투합한 3명의 독일인 청년, 엔지니어 아우구스트 에버슈타인(August Eberstein), 은행가 알프레트 네헤미아스(Alfred Nehemias) 그리고 사업가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Claus Johannes Voss)는 잉크가 새지 않고 피스톤 컨버터를 장착한 필기구를 개발한 후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몽블랑이란 이름을 짓기도 전의 일. 고향인 함부르크로 돌아온 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 몽블랑을 회사명으로 정하고 그 유명한 순백의 ‘스타’ 로고도 완성한다. 그것이 몽블랑의 시작이고, 이들이 지켜온 최고 품질에 대한 열정은 오늘날까지도 브랜드를 이끄는 핵심 가치다. 한편 몽블랑의 시계 역사는 100년 넘는 시간을 이어온 브랜드에 비해 길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짧은 시간 이룩한 파인 워치메이킹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데, 그건 창업자의 개척정신을 현재 몽블랑을 이끄는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몽블랑은 르로클과 빌르레 두 곳의 매뉴팩처에서 복잡함과 정교함을 고루 갖춘 하이 컴플리케이션부터 실용적인 고성능 스몰 컴플리케이션까지 생산 중이며, 무브먼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헤어스프링 생산 능력도 갖췄다(밸런스 휠 안에 감겨 시간의 흐름을 관장하는 헤어스프링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대서양 횡단 시대의 경이로움을 재현한 몽블랑의 2016년
뉴욕 맨해튼의 끝자락, 배터리 파크 근처의 리츠칼튼 뉴욕 호텔에서 몽블랑 4810 클럽의 행사가 열렸다. 신제품 공개가 메인 테마로, CEO 제롬 랑베르가 직접 제품 소개에 나섰다. “20세기 초반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대서양을 횡단하는 상인과 여행자의 증가 덕분에 국제무역과 문화 교류의 새 지평이 열린 시기입니다. 획기적인 발명품과 해양 증기기관의 등장, 첨단 도구의 개발로 항해 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죠. 정기 여객선은 대서양을 가장 빠르게 횡단한 여객선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 ‘블루 리밴드(Blue Riband)’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고요.” 당시 블루 리밴드를 수상한 선박은 강력한 성능의 가장 빠른 배를 원하는 승객과 화물 회사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블루 리밴드는 검푸른 바다를 가르는 데 독보적 위상과 위대한 성취를 상징하게 되었고, 우리 몽블랑은 이 상의 정신을 담아 궁극의 성능과 파인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구현한 새 4810 컬렉션을 2016년 런칭했습니다.” 랑베르의 자신감 넘치는 인사말대로 몽블랑은 4810 컬렉션을 재조명했다. 4810 컬렉션은 2006년 브랜드 창립 100주년을 맞아 처음 선보인 컬렉션으로, 몽블랑 산 정상 고도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다. 드레시함과 스포티함을 아우른 견고한 케이스, 로마숫자와 바를 혼용한 인덱스, 끝이 날렵하게 선 스켈레톤 핸드 등 워치메이킹의 전통적 디자인 코드를 충실히 계승한 모습으로 런칭 이후 몽블랑 시계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 컬렉션이다.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정석을 드러낸 빌르레 컬렉션을 통해서도 창립 11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 나왔다. 원통형 헤어스프링을 탑재한 실린더릭 투르비용과 3개의 타임 존 디스플레이, 북반구와 남반구의 시각을 각각 표시하는 월드 타임을 포함한 포켓 워치로 시계공학 역사상 기념비적 모델임이 틀림없다. 20세기 초 초정밀 해양 크로노미터를 탑재하고 대서양을 오간 정기 운항선에 대한 경의를 담은 것은 물론이다.
몽블랑 4810 창립 110주년 에디션의 빼어난 면모
몽블랑은 4810 컬렉션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창립 110주년을 기념하는 3개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몽블랑의 자랑인 엑소 투르비용을 장착하고 북미와 아시아, 유럽 대륙의 지도를 다이얼 위에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수작업한 ‘몽블랑 4810 엑소 투르비용 슬림’, 듀얼 타임과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를 장착한 ‘몽블랑 4810 트윈플라이 크로노크래프’, 월드 타임 기능과 지도로 낮/밤 인디케이터를 장착한 회중시계 ‘몽블랑 4810 오르비스 테라룸 포켓 워치’가 그것. 이 3종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전 세계 대륙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독특하고 예술적인 다이얼을 통해 대서양 횡단의 황금시대를 기린다.
Montblanc 4810 TwinFly Chronograph 110 Years Edition 몽블랑 스타 로고로 완성한 기요셰 다이얼에 실용적 기능을 가득 채웠다. 12시 방향에 지구본 모양의 낮/밤 인디케이터를 더한 듀얼 타임 존이 자리하고, 6시 방향에는 부채꼴 모양의 날짜 창과 스몰 세컨드가 놓였다. 이 시계는 독특하게 별도의 카운터 없이 중앙의 크로노그래프로 초와 분을 알린다. 시곗바늘의 색을 달리한 덕에 시간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을 수 있다(블루가 크로노 초침, 레드 골드가 크로노 분침). 게다가 크로노 핸드가 제로로 빠르게 돌아가 재측정하는 트윈플라이(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는 몽블랑의 저력을 드러내는 기술.
Montblanc 4810 Orbis Terrarum Pocket Watch 110 Years Edition 매우 사용하기 편한 월드 타임 시계다. 6시 방향의 레드 컬러 화살표에 사용자가 머무는 곳의 도시를 맞추고, 크라운으로 시곗바늘을 조정하면 전 세계의 시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다이얼 가운데 새긴 지구 디스크를 통해 세계 곳곳의 낮과 밤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이 시계는 특별히 포켓 워치로 제작했는데, 손목시계보다 훨씬 큰 케이스(지름 53mm) 때문에 그 안에 담은 디스크를 회전시키는 데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했다고. 백케이스에는 블루 리밴드를 수상한 초호화 여객선을 인그레이빙해 대서양 횡단의 아름다운 역사를 기념한다.
Montblanc 4810 Exo Tourbillon Slim 110 Years Edition 반으로 가른 다이얼 상단에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정교하게 표현한 대륙과 푸른 바다가 자리하고, 하단에는 몽블랑 매뉴팩처의 기술력 중 하나인 엑소 투르비용을 장착했다. 실제에 가까운 지구의 모습과 투르비용의 웅장한 움직임이 남성적 매력을 풍겨 항해의 시대를 기념하기에 제격이다. 북미 대륙, 아시아 대륙, 유럽 대륙 등 세 지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시계는 총 110피스 한정 생산한다.
몽블랑 CEO 제롬 랑베르
Interview with Jerome Lambert, CEO of Montblanc
뉴욕에서 CEO 제롬 랑베르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2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확고한 철학과 빼어난 언변 덕에 몽블랑의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기에 충분했다.
4810 클럽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몽블랑의 한 해는 정말 바삐 돌아간다. 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부티크 오픈을 비롯한 특별한 행사도 많다. 그때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우리 메종에 대해 알리긴 어렵다. 그래서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우리의 시계를 집중도 있게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모임이 몽블랑 4810 클럽이다. 전 세계의 시계 전문가와 함께 양질의 콘텐츠로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4810 클럽의 행사 장소로 뉴욕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110년 전 메종 창립자들은 최초의 혁신적 만년필을 개발한 후 함부르크를 떠나 북미 대륙, 뉴욕으로 향했다. 한마디로 110년 전에 이곳 뉴욕에서 몽블랑의 비즈니스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함부르크에서 뉴욕으로 향한 그 도전정신을 기리고자 이번 4810 클럽 행사를 뉴욕에서 열었다.
그렇다면 신제품 또한 선조들의 도전정신을 담았나? 그렇다. 창립 110주년을 기념하는 4810 컬렉션의 한정 모델은 항해와 개척정신을 다이얼과 백케이스에 직접 드러내며 오랜 역사를 자축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모델은 우리가 평소 철학으로 삼는 ‘파인 워치메이킹의 열정’을 나눌 수 있는 기술력을 응집했다.
2015년 타임워커 컬렉션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E-스트랩을 내놨다. 정통 스마트 워치라 할 순 없지만 분명 기계식 시계 브랜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E-스트랩은 스마트 워치가 아니라 ‘커넥티드 디바이스(connected device)’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고스란히 유지한 채 스트랩을 바꾸는 것만으로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기계식 시계에 달린 작은 장치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과 공유해 일생생활에 도움을 주는 건 분명 편리한 일 아닌가?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워치를 선보일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당신이 CEO로 온 후 드레스 워치의 라인업이 완벽해졌다고 생각한다. 컴플리케이션, 남성, 여성 분야 모두. 몽블랑에서 스포티한 워치를 찾는다면 단연 타임워커다. 우리는 이 컬렉션을 통해 작년에 어반스피드라는 신제품을 선보였고, 2016년 엑소 투르비용과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결합한 시계를 내놓는다. 이 모델을 통해 스포티하면서 테크닉 측면에서 매우 정교한 기능을 볼 수 있는데, 1858년에 미네르바(빌르레 매뉴팩처의 전신)에서 크로노그래프를 개발한 영광의 시절을 재현했다고 해도 좋다. 레저와 스포츠 활동을 위한 시계는 다른 브랜드에도 너무 많다.
한국에서도 보헴의 문 가든과 데이 & 나잇을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여성 컬렉션의 반응은 어떠한가? 보헴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우리 시계 부문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놀라운 결과고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런 반응에 부응해 보헴 컬렉션에서 퍼페추얼 캘린더를 포함해 문 가든, 데이 & 나잇 등 다양하고 매우 크리에이티브한 라인을 선보이는 중이다. 기계식 시계를 즐기는 여성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헴 컬렉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몽블랑의 시계를 세 단어로 정의해줄 수 있는가? 가장 중요한 ‘테크니컬 퍼포먼스(technical performance)’. 파인 워치메이킹의 정통성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우리의 노력은 그 결과물이 대변한다. 두 번째는 ‘우아함의 강조(strong elegance)’. 디자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시계는 탑재한 모든 기술이 균형을 맞추고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은 ‘열정(passion)’이다. 우리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는 ‘고급 시계에 대한 열정을 나누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열정을 강조한다. 모든 과정에 열정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 개발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비즈니스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엑소 투르비용과 크로노그래프의 절묘한 조화로 완성한 타임워커 엑소 투르비용 미니트 크로노그래프 모델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몽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