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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시작, 샤넬 하이 주얼리

FASHION

흔히 주얼리는 패션의 완성이라지만, 샤넬의 하이 주얼리는 단연코 패션의 시작이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블랙 스피넬 장식을 더했다. 별 모티브는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탄생시킨 처음이자 유일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에 사용한 디자인으로, 강력하고 신비로운 미적 힘을 부여받아 시간이 지나도 모던함을 잃지 않는다. 꼬메뜨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블랙 스피넬 장식을 더했다. 별 모티브는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탄생시킨 처음이자 유일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에 사용한 디자인으로, 강력하고 신비로운 미적 힘을 부여받아 시간이 지나도 모던함을 잃지 않는다. 꼬메뜨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블랙 스피넬 장식을 더했다. 별 모티브는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탄생시킨 처음이자 유일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에 사용한 디자인으로, 강력하고 신비로운 미적 힘을 부여받아 시간이 지나도 모던함을 잃지 않는다. 꼬메뜨 이어링.

 Comète, 2018  꼬메뜨
가장 빛나는 보석의 왕, 다이아몬드를 담은 샤넬의 꼬메뜨(혜성). 점성술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가브리엘 샤넬은 늘 하늘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중 그녀가 자주 사용한 꼬메뜨는 아름다움, 이동성 그리고 자유를 상징하며 샤넬의 주얼리에 무한한 영감이 되어주었다. 별 모티브 메인에 반짝임을 담은 꼬메뜨 컬렉션의 주얼리 피스는 블랙 & 화이트 두 가지 컬러만을 사용해 컬렉션을 완성한다. 1932년 찬사받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별이 클래식이라면, 꼬메뜨의 별은 모던하면서 아르데코적 분위기를 풍긴다. 게다가 블랙 & 화이트의 컬러 대비는 무척 도도해 보이고, 쏟아지는 별무리는 영속성을 상징한다고 하니 영원히 반짝이는 꼬메뜨의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인다. 다이아몬드와 블랙 스피넬이 세팅된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의 촘촘한 링크는 착용 시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감기는 디테일에서 샤넬의 뛰어난 세공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위풍당당함이 느껴지는 사자의 모습과 볼륨감을 살린 디테일이 돋보이는 레스프리 뒤 리옹 브레이슬릿.

사자자리에 태어난 가브리엘 샤넬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던 사자를 모티브로 한 레스프리 뒤 리옹 브레이슬릿.

 L’esprit du Lion, 2018 레스프리 뒤 리옹
사자를 메인 모티브로 하는 컬렉션인 만큼 디자인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가 사자자리였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베네치아의 상징이 바로 사자다. 가브리엘은 사자 고유의 특성을 자신의 모습에 투영하거나 내재화하곤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자 모티브를 브랜드에 즐겨 사용했다. 샤넬을 상징하는 트위드 재킷의 버튼에서부터 핸드백의 잠금장치까지 사자 문양을 넣어 완성하며, 샤넬의 역사 속 수많은 작품의 모티브이자 상징적 언어로 사용되었다. 레스프리 뒤 리옹은 파리 캉봉가 31번지에 위치한 샤넬의 아파트에 있는 사자상에서 영감받아 시작되었다. 아파트 테이블 위 금동과 대리석으로 만든 사자상의, 벽난로 위 나무 사자 조각상의 자태와 위풍당당함을 디자인 모티브로 한다. 컬렉션에서 보이는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 사자의 얼굴에서 힘이 느껴진다. 체인의 반복적 링크를 디자인에 활용함으로써 그 에너지는 배가되는 듯하다. 사자의 갈기를 곡선 방향, 스톤의 셰이프와 세팅 방향으로 표현해 아름다운 수사자의 매력을 강조했다. 또 깊이 있는 황금빛 컬러의 베릴과 토파즈를 사용해 볼륨에 포인트를 주었는데, 이런 디테일을 통해 레스프리 뒤 리옹에 대한 디자이너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메인 피스로 사용한 오렌지 컬러 토파즈가 눈길을 끄는 시크릿 드 오리엔트 토파즈 네크리스.

메인 피스로 사용한 오렌지 컬러 토파즈가 눈길을 끄는 시크릿 드 오리엔트 토파즈 링.

메인 피스로 사용한 오렌지 컬러 토파즈가 눈길을 끄는 시크릿 드 오리엔트 토파즈 브레이슬릿.

 Secret D’orients, 2019 시크릿 드 오리엔트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형태. 원형 매듭 모티브의 견고한 느낌과 자유롭게 흘러내리는 진주 스트링. 시크릿 드 오리엔트 컬렉션의 디자인은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이루어졌다. 이 컬렉션은 동양의 풍부한 색채와 디자인에서 영감받아 다양한 컬러의 유색석을 디자인에 활용하면서 오리엔탈 무드를 표현했다. 가브리엘은 동양 예술과 오브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다양한 공예품과 텍스타일을 수집하며 디자인에 반영했다. 디자인을 하나씩 감상하다 보면 백색 진주는 마치 하나의 우주 같고, 독특한 패턴은 비밀스러운 암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오렌지 컬러 에메랄드 컷 토파즈를 메인으로 사용한 브레이슬릿이 눈길을 끈다. 에메랄드 컷은 스톤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스텝 컷 중 하나다. 12.96ct라는 토파즈의 중량 덕분인지, 스톤을 보고 있으면 미지의 세계 오리엔트로 연결되는 비밀 통로 같다. 작품 곳곳에 실루엣과 장식미를 살린 디테일 또한 눈길을 끈다. 시크릿 드 오리엔트는 가브리엘 샤넬이 동양 예술에서 받은 영감을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다양한 보석을 활용해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사용,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강윤정
숭의여자대학교 주얼리디자인과 교수
주얼리 디자이너∙주얼리 칼럼니스트

가격을 매길 수 없는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주얼리, 바로 하이 주얼리에 대한 정의다. 샤넬의 하이 주얼리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가브리엘 샤넬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헤리티지에서 샤넬의 하이 주얼리는 영감을 찾고, 이를 모던한 감성으로 재해석해 하이 주얼리 디자인에 풀어내고 있다. 샤넬은 1932년 그 누구보다 먼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이로 인해 당시 대공황의 암흑기였던 다이아몬드 시장에 가브리엘 샤넬은 구세주와도 같았고, 다이아몬드 시장이 들썩거릴 정도였다고 하니 도대체 컬렉션에 다이아몬드를 얼마나 사용했던 것일까? 대부분 유럽의 주얼리 하우스는 왕족이나 귀족들의 보석을 만들던 작은 공방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샤넬은 하이 주얼리를 패션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샤넬은 지위나 권력의 상징이 아닌, 인간의 신체를 장식하는 가장 기본 정의에 부합하는 주얼리로 시작했다. 소수 장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만의 기술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을 기다리면 원하는 이 모두 가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자원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3000여 종의 광물 중 보석은 100여 종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상급 보석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샤넬의 하이 주얼리는 그중에서도 최고만을 사용하기에 극소수에게만 허락된다. 여성에게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물한 가브리엘 샤넬이 당시 찬사받을 만큼 아름다움을 보여준 1932년의 첫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공개된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컬렉션, 그리고 앞으로 공개될 하이 주얼리의 역사를 빛낼 샤넬 컬렉션까지. 각 컬렉션의 뛰어난 기술을 담은 독창적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 다양한 스토리, 그리고 스토리 속 숨은 가브리엘의 디자인 철학과 라이프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좀 더 깊이 있게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해석하며 풀어보려고 한다.

러시아 전통 의상 루바슈카에서 영감받은 파리 러시아 루바슈카 네크리스.

러시아 전통 의상 루바슈카에서 영감받은 파리 러시아 루바슈카 커프.

러시아 전통 의상 루바슈카에서 영감받은 파리 러시아 루바슈카 이어링.

러시아 전통 민속 무늬가 프린트된 스카프와 패브릭을 떠올리게 하는 파리 러시아 폴라드 브레이슬릿.

 Le Paris Russe de CHANEL, 2019 샤넬 파리 러시아
가브리엘 샤넬은 주변의 러시아 출신 지식인과 예술가, 샤넬 N°5를 만든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대공을 통해 알게 된 러시아를 너무나 사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생전에 러시아를 가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삶과 취향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가브리엘의 사랑, 러시아에 대한 열정과 함께 상상 속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로맨틱한 드라마를 컬렉션의 디자인 모티브로 담았다. 샤넬 파리 러시아의 디자인은 힘이 있고 웅장하며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바로 상상 속 러시아라는 샤넬의 해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컬렉션은 다이아몬드에 옐로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준 디테일이 무척 흥미롭다. 까멜리아와 함께 다양한 러시아의 자수 모티브, 전통 문양, 그리고 벨벳에 진주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러시아의 전통 머리 장식 코코시니크에서 영감받아 디자인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옐로 다이아몬드, 진주, 그리고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부드러우면서 리듬 있는 웅장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사자에게서 영감받아 생기 넘치는 레드, 오렌지, 써니 옐로 컬러로 트위드를 장식했다. 하나는 보석으로 만든 트위드, 다른 하나는 사자 모티브로 장식한 루비 브로치와 링으로 분리해 착용 가능한 트위드 로얄 네크리스.

질감을 살린 직조를 배경으로 파우더 핑크와 푸시아 사파이어로 세팅한 로즈 골드 자수를 더해 까멜리아꽃의 기하학적 형태를 표현한 트위드 까멜리아 네크리스.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위드 꼬르다지 링.

플래티넘과 핑크 골드에 핑크 사파이어와 스피넬,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위드 쿠튀르 네크리스.

 Tweed de CHANEL, 2020·2023 트위드 드 샤넬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샤넬의 트위드. 1920년 웨스트민스터 공작과의 낭만적 인연으로 가브리엘 샤넬은 영국 귀족의 삶을 접한다. 공작이 즐겨 입던 따뜻하고 편안한 매력의 트위드 재킷. 그녀는 여기에서 샤넬의 스타일과 디자인의 가장 핵심 요소를 찾았고, 이를 여성을 위한 재킷과 카디건 등의 소재로 재해석했다. 이후 가브리엘은 ‘여성에게도 활동하기 편한, 그리고 여성미가 돋보이는 슈트’를 위해 트위드 소재를 개발, 디자인에 적용한다. 손으로 짠 스코틀랜드산 울 소재인 트위드처럼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만든 부드러운 패브릭 같은 주얼리.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가 보석으로 세팅한 트위드를 만들었다. 그는 먼저 트위드를 예술로 해석하고, 그것을 주얼리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착용했을 때 패브릭 같은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담은 하이 주얼리. 트위드 특유의 폭신함과 두께감을 보석 세팅의 높이와 힌지를 활용해 표현한 점은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작업한 결과인지 알 수 있다. 규칙적으로 보이지만, 불규칙한 트위드만의 독특한 매력을 샤넬의 시선을 통해 주얼리로 풀어냈다. 짧은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기술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90년이 넘는 샤넬의 노력이 각각의 피스에 녹아 있다. 2020년 컬렉션은 샤넬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금빛 체인과 격자에 대한 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2023년 컬렉션에서는 과감한 컬러의 믹스와 함께 트위드의 격자를 기하학적 패턴처럼 보이도록 오픈워크에 리듬을 더한 디자인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기술과 디자인이 감탄을 자아낸다.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강윤정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