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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차의 변신

LIFESTYLE

뒷좌석에 고고하게 앉아 운전을 ‘남 일’처럼 여기던 때는 지났다. 오너의 질주 본능을 자극해 쇼퍼드리븐도 오너드리븐으로 만드는 지금의 대형 프리미엄 세단에 대해.

BMW 뉴 7시리즈

제스처 컨트롤 기능

승객을 태우기 전에 차 안의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항상 작은 실크 손수건을 준비해 가방을 트렁크에 실을 때 바퀴에 묻은 이물질을 닦아내는 것은 기본이요, 운전석에 달린 룸미러 방향을 살짝 위로 틀어 뒷좌석의 승객과 눈이 마주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 운전 시에는 얇은 가죽 밑창을 댄 구두를 착용해 페달을 밟을 때 잡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깐깐해 보이는 이 모든 규칙은 소위 ‘회장님 차’라 불리는 롤스로이스의 ‘화이트 글로브(White-glove)’ 프로그램이다. 자동차를 주문한 오너를 위해 운전사에게 완벽한 애티튜드를 전수하는 일종의 트레이닝이라고 보면 된다. 대형 프리미엄 세단은 쇼퍼드리븐 카라는 별칭에 걸맞게 운전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이런 롤스로이스에서도 권력과 명예를 상징하는 뒷좌석의 안락함과 함께 오너의 ‘운전하는 즐거움’에 주목하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3가지 라인업인 팬텀, 고스트, 레이스 가운데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한 고스트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프리미엄 세단이 달라지고 있다.

제네시스 EQ900의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

제네시스 EQ900의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

올-뉴 링컨 컨티넨탈

펀 드라이빙의 대표 주자 BMW에서 내놓은 6세대 뉴 7시리즈는 첨단 기술로 운전자를 유혹한다.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부터 직접 운전하고픈 욕구를 일으키지만 백미는 따로 있다. 운전석에 앉아 센터 콘솔과 실내 미러 사이에서 손동작을 하면 3D 센서가 이를 인식해 작동하는 신기한 기능을 담아낸 것. 시계 방향으로 손을 돌리면 오디오 볼륨을 키우고, 그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볼륨이 작아지는 식이다. 오디오 음량뿐 아니라 착신 전화를 수신 또는 거부하는 것처럼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6가지 상황을 손동작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도입했다. 대형 차량을 운전할 때 주차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걱정할 필요 없다. 차량 키에 LC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스플레이 키의 버튼 2개를 동시에 누르면 원격으로 자동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내리고 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도 실력을 발휘한다. 현대차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제네시스 EQ900 역시 국내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던 기술로 중무장했다. 먼저 운전석에 앉아 운전자의 키, 몸무게 등 신체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시트를 조정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현재 운전 자세를 분석해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 사이드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를 변경하는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을 갖춰 장거리 운전 시에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국내 브랜드 최초로 3.3 터보 GDI 엔진으로 낮은 rpm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파워풀한 주행감도 멋지지만, 운전자를 홀리는 것은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 아닐까? 막히는 구간에서 차 스스로 차간거리와 차선을 파악해 자동으로 정지하기도 하고, 출발하기도 한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수시로 교차해 밟으며 도로 상황에 예민해질 필요가 없는 것. 그저 속 시원히 뚫린 길에서는 주행을 즐기고, 갑갑한 도로 체증이 시작될 때에는 차에 운전을 양보하면 된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의 뒷좌석에 앉아 있는 이도 가끔은 오프로드를 꿈꾼다. 비포장도로나 경사가 급한 도로, 빗길, 빙판길 등 거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차를. 기존의 대형 프리미엄 세단은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주로 후륜구동 방식을 택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일이 가능해졌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00 4매틱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달린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넓은 실내, 편리한 옵션 등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의 명성에 걸맞은 옷 안에 민첩한 근육질 몸을 숨긴 셈이다. 최대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강력한 힘으로 도로를 박찰 줄 안다. 여기에 파워풀한 주행 성능에도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9 G-Tronic 자동변속기를 S클래스 처음으로 탑재하고, 시프트 패들을 사용해 매뉴얼 모드로 수동 변속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이 정도면 뒷좌석에 앉아 있다가도 핸들을 잡고 싶어질 만하다. 14년 만에 공개한 링컨의 올-뉴 링컨 컨티넨탈도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도어 핸들에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파워 신치 도어(power cinch door)로 우아하게 차에 오른 뒤에는 야성미 넘치는 파워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컴포트, 노멀, 스포츠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좌우 앞바퀴의 회전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 컨트롤로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한 주행이 가능하다. 올가을에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어떤 길에서도 거침없고, 어떤 차보다도 첨단 기술을 집약한 프리미엄 대형 세단. 국내에서는 2009년 이후 다시금 대형 세단의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유가도 한 요인이겠지만, 대형 세단의 쾌적한 실내 환경과 정숙성은 유지하되 운전의 재미까지 불어넣은 지금 이 차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00 4매틱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