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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이야기

LIFESTYLE

계절의 변화는 늘 우리를 존재론적 고민에 빠뜨린다. 봄은 어떤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에 읽어 내려간 꽃과 청춘과 사랑의 말.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풍부하고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이론을 창작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실존의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_<비욘드 로맨스> 중

3월은 ‘완연한’이라는 단어와 ‘봄’을 붙여 쓰기엔 애매한 달이다. 더 정확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배신의 달에 가깝다. ‘이제 봄이 왔구나’ 한껏 기대에 부풀었을 때, 어김없이 흰 눈을 쏟아내지 않던가. 그럼 3월을 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43종의 꽃을 활용한 다양한 꽃꽂이 방법을 담은 실용서 <플라워 레시피 북>을 펼쳐보니, 봄은 이미 우리 코밑까지 와 있음이 느껴진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의 완벽한 조합’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책은 하나의 꽃을 활용한 세 가지 레시피를 소개한다. 첫 번째 다른 소재와 함께, 두 번째 한 가지 소재로, 그리고 특별한 날에. 그중 헬레보루스라는 꽃이 눈에 쏙 들어온다. 핑크와 보라색, 흰색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이름도 낯선 이 꽃을 책에선 이렇게 설명한다. “정원에서 꽃을 피운 헬레보루스를 보았다면 봄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어레인지 하기란 쉽지 않지만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무언가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킨다. 3월의 어느 ‘특별한 날’, 이 책을 손에 쥔 당신을 떠올려본다.
계절을 인간의 생과 사에 비유한다면, 3월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순간을 상징하지 싶다. 그래서 3월은 세상의 꽃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리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4월보다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지난해에 향년 82세로 타계한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에는 그의 좌충우돌 성장담이 담겨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의사이자 감동적 이야기를 글로 남긴 작가인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지구에 사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며 그 자체가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인생은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지만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돌아봐야 한다”라는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말로 시작한 이 책은 초자연적 힘을 갈망한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그의 주요 저서에 얽힌 뒷이야기와 내밀한 사생활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글쓰기는 해도 해도 새롭기만 하며 변함없이 재미나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거의 70년 전의 그날 느꼈던 그 마음처럼”이라는 끝 문장까지 읽고 나면, 잊고 살던 삶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인간의 존엄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차오른다.
사실 3월은 당신이 무엇을 해도 제격인 달이다. 2월의 한겨울과 4월의 농후한 봄 사이에서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기에도, 덜 여문 철학적 질문을 마구 던지기에도 좋다. 혹은 그 둘 다 가능하다. M. C. 딜런의 <비욘드 로맨스>는 사랑을 철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는 이 책이 내세우는 믿음이자 신조가 “좋은 사랑이 없으면 진실한 삶도 없다”라고 밝히면서, 사랑에 관한 물음은 모두 철학적 질문이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가 누구이고,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 또한 무엇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가에 관한 물음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흔하디흔한 단어의 아주 흔한 정의처럼 들리지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리 가볍지 않다. 그는 고대 철학부터 포스트모더니즘과 현상학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상사를 관통하면서 사랑에 관한 기존의 이상적 모델인 ‘낭만적 사랑’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당신이 3월에 어떤 한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자 한다면, 이 문장은 어떤가? “우리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 아마도 그것이 사랑일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