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s on Wrist
최근 시계에서 케이스나 다이얼 못지않게 스트랩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객은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어울리는 컬러나 소재의 스트랩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브랜드도 고객의 까다로운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스트랩 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눈에 띄는 흥미로운 스트랩의 시계를 만나본다.
디자이너, 혹은 아티스트와의 협업

ROMAIN JEROME, Tattoo-DNA by Xoil
매번 발표하는 주요 컬렉션에 -DNA를 붙이며 독창성을 강조하는 로맹 제롬은 올해 프랑스의 타투 아티스트 그주알(Xoil)과 협업해 탄생한 스트랩을 매치한 한정판 시계를 선보였다. 타투-DNA 바이 그주알 시계는 베이지 컬러의 송아지 가죽 스트랩 바탕에 19세기 삽화에서 영감을 얻은 곤충과 식물 등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타투처럼 새겨 넣었다. 25개 한정 제작한 시계의 스트랩에 그린 그림이 모두 달라 각각의 시계를 유니크 피스로 봐도 무방할 듯. 여기에 로맹 제롬의 유니크한 케이스와 화이트 그랑푀 에나멜링 다이얼 일부로 드러나는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시계에 매력을 더한다.


JAEGER-LECOULTRE, Atelier Reverso
by Christian Louboutin
예거 르쿨트르의 아이코닉 컬렉션 리베르소가 올해 탄생 85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리베르소 컬렉션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유명 슈즈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과 협업한 아뜰리에 리베르소 라인이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뜰리에 리베르소는 예거 르쿨트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직접 다이얼 컬러부터 주얼 세팅 여부, 백케이스 인그레이빙, 에나멜링 소재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로 스트랩 역시 본인이 좋아하는 소재와 컬러를 지정할 수 있다. 루부탱이 디자인한 귀족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의 슈즈처럼 그가 아뜰리에 리베르소를 위해 디자인한 스트랩 역시 범상치 않다. 잎사귀 모양으로 오픈워크(펀칭) 처리한 스웨이드 가죽 스트랩부터 형형색색의 컬러를 조합한 스트랩, 투명한 실리콘과 가죽을 사용한 스트랩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ROGER DUBUIS, Velvet by Massaro
로저드뷔는 수십 년간 샤넬의 오트 쿠튀르 슈즈를 제작해온 프랑스의 커스텀메이드 슈즈 제조사 마사로와 올해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2016년을 여성용 컬렉션 ‘벨벳의 해’로 선언한 로저드뷔는 기존 스트랩보다 호화롭고 개성 넘치는 스트랩을 원했고, 이러한 열망이 마사로와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첫 결실인 벨벳 바이 마사로 시계를 공개했고, 올해 SIHH 현장에서는 스트랩 디자인에 영감을 준 마사로의 슈즈를 함께 전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벨벳 바이 마사로에는 마사로 슈즈 장인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특유의 꼬임 디테일이 있는 골드 컬러 플리츠 스트랩을 장착했다. 벨벳 컬렉션의 독특한 러그 형태를 고려해 스트랩도 케이스 모양에 정확히 맞게 제작한 점이 돋보인다.
가죽의 무한한 변신

APPLE, Apple Watch Hermes Collection
애플은 전통의 가죽 명가 에르메스와 손잡고 애플 워치 에르메스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애플과 에르메스의 협업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그 주인공이 스마트 워치인 애플 워치라는 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기존 애플 워치 중 지름 38mm와 42mm의 스틸 모델에 에르메스가 애플을 위해 특별 제작한 세 종류의 스트랩을 매치했는데 싱글 투어(single tour), 더블 투어(double tour), 커프(cuff)로 명명한 각 스트랩별로 컬러 또한 브라운, 다크 브라운, 블루, 레드로 나누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특히 에르메스의 여성용 케이프 코드 컬렉션에서 볼 수 있는 손목에 두 번 감는 더블 투어 스트랩을 매치한 지름 38mm의 애플 워치는 에르메스가 새로운 스마트 워치를 출시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시계는 기본, 스트랩도 개성 만점!


PANERAI, Radiomir 1940 3 Days GMT Automatic Acciaio 45mm
파네라이는 ‘파네리스티(Paneristi)’라 불리는 열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데, 소위 ‘줄질’(스트랩 교체를 일컫는 은어)을 즐기는 행위가 일찍이 이들 사이에서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파네라이 컬렉션은 볼드한 쿠션형 케이스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류의 스트랩이 잘 어울리는 것이 장점인데, 아무래도 단순미가 돋보이는 파네라이 고유의 디자인 덕분인 듯싶다. 파네리스티들은 자발적으로 스트랩 교체를 즐겼고, 심지어 자신이 제작한 스트랩을 다른 파네리스티에게 판매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현 스트랩 제조 분야에 파네라이가 미친 영향력은 실로 상당하다. 파네라이 스트랩은 그 소재며 컬러, 질감, 명칭까지 매우 다양하다. 컬러풀한 악어 가죽 스트랩은 물론, 빈티지한 느낌으로 처리한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 스트랩, 터프한 블랙 러버 스트랩, 스틸 혹은 티타늄 소재의 브레이슬릿 등 저마다 파네라이 시계에 특화한 스트랩으로 최소 40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U-BOAT, Chimera Net Tungsten(좌), U-BOAT, Flightdeck 925 Elementium(우)
U-BOAT, Chimera Net Tungsten & Flightdeck 925 Elementium
유보트는 시계 제조 분야에서 진정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표방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이들은 무브먼트를 제외한 전 부품을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역 루카에 위치한 자체 시설에서 제조하며, 스트랩도 자체 공방에서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가죽을 사용해 완성한다. 같은 이탈리아 혈통을 이었지만 시계 제조는 스위스 메이드를 고집하는 파네라이와 비교되는 행보이며, 흥미롭게도 컬렉션은 파네라이 못지않게 선이 굵고 마초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개성 강한 컬렉션만큼이나 스트랩도 하나하나 독특하기 이를 데 없다. 일례로 치메라 넷 텅스텐 모델에는 펀칭 디테일이 돋보이는, 흡사 레이싱 장갑을 연상시키는 블랙 컬러 가죽 스트랩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또 플라잇데크 925 엘러멘티엄 모델에는 표면을 의도적으로 거칠게 가공한 송아지 가죽 바탕에 은으로 제작한 십자가 형상의 징을 박았는데, 중앙에 블랙 다이아몬드도 장식해 예사롭지 않은 멋을 뽐낸다.

BELL & ROSS, BR 01 Skull Bronze Tourbillon
독창적인 파일럿 컬렉션으로 유명한 벨앤로스에서 선보인 BR 01 스컬 브론즈 투르비용 시계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웠다. 우선 브랜드 최초로 브론즈(CuSn8, 청동) 소재 케이스를 사용한 점, 그리고 브라운 악어가죽 스트랩에도 파티나(녹)가 생긴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린에 가까운 컬러로 에이징 처리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벨앤로스는 그동안 다양한 스트랩을 선보여왔지만, BR 01 스컬 브론즈 투르비용에 사용한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시도가 돋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녹이 생기는 브론즈 케이스의 특성을 고려해 스트랩에도 녹을 표현하다니 이 얼마나 신선한가.
피부에 착 감기는 독특한 텍스처의 브레이슬릿

CHANEL, Boy.friend Tweed
샤넬은 지난해에 새로운 여성용 컬렉션 보이.프렌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사각에 가까운 특유의 팔각형 케이스는 샤넬 N°5 향수병과 방돔 광장의 모양을 본뜬 샤넬의 아이코닉 여성 시계 프리미에르와 공통된 DNA를 품고 있지만, 보이.프렌드는 보다 모던한 이미지가 강했다. 올해는 스틸 버전을 추가하고 샤넬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트위드 패턴을 모티브로 한 스틸 소재 브레이슬릿을 매치한 보이.프렌드 트위드도 새롭게 선보였다. 보이.프렌드 트위드의 메탈 브레이슬릿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데, 메탈 소재라기보다 트위드 패브릭처럼 유연하고 매끄럽게 가공한 스트랩에서 샤넬의 기술력과 작은 디테일 하나에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DIOR TIMEPIECE, La D de Dior Satine
메탈 브레이슬릿 하면 디올도 빠질 수 없는데, 올해 라 디 드 디올 사틴에 올이 촘촘해 이음매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그 이름처럼 새틴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밀라니즈 메시 스틸 브레이슬릿을 사용했다. 표면을 은은하게 광택 마감 처리해 스틸이 아닌 골드 브레이슬릿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또 아담한 지름 19mm 케이스의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그레이 혹은 핑크 머더오브펄 다이얼을 매치해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디올의 선택은 옳았다.



독자적인 브레이슬릿 공방을 보유하고 있는 피아제

PIAGET, Limelight Gala Milanese
피아제는 라임라이트 갈라 라인에 밀라니즈 골드 메시 브레이슬릿을 매치한 라임라이트 갈라 밀라니즈를 추가했다. 둥근 케이스에 위아래 대칭으로 길게 늘어뜨린 러그, 클래식한 로마숫자 인덱스 등 기존의 특징은 고스란히 계승했는데, 여기에 자체 공방에서 일일이 수공으로 완성한 실크처럼 결이 곱고 유연한 골드 소재 밀라니즈 메시 브레이슬릿이 가세해 한층 세련되고 우아한 시계로 거듭났다. 또 브레이슬릿의 길이를 누구나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슬라이딩 클래스프를 적용해 손목 위에서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
글 | 장세훈(시계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