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Calls for Character!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만화 속 주인공은 물론 독창적인 모습으로 브랜드의 얼굴이 된 새로운 캐릭터까지! 개성 가득한 캐릭터와 패션이 만들어가는 유쾌한 이야기를 모았다. 다가올 봄, 몸에 걸친 옷과 손에 든 가방을 보며 슬며시 웃음 짓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Vetements
Dries van Noten
Moschino
Louis Vuitton
Olympia Le-Tan
최근 인스타그램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찰리 브라운 인형을 본 적이 있는가? 맥도날드의 해피밀 세트에 딸려 나오는 이 귀여운 캐릭터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스타워즈>!
10년 만에 귀환한 이 영화의 열혈 컬렉터들은 피겨, 티셔츠, 카탈로그 등 다양한 아이템을 업로드하며 남들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인기를 예상한 듯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겨울, 스타워즈 캡슐 컬렉션을 내놓은 것으로 모자라 화려한 트리 대신 내부 인테리어를 광선검으로 꾸며 컬렉터를 열광케 했다. 여기에 꾸준히 인기를 끄는 마블(Marvel)과 월트 디즈니의 수많은 캐릭터까지 가세하니 2016년은 가히 캐릭터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러한 캐릭터의 인기는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는 하이엔드 패션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런웨이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캐릭터가 패션에 등장한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등장한 돌체 앤 가바나의 ‘미키마우스’ 티셔츠는 당시 잇 아이템이었고, 마크 제이콥스와 꼼데가르송, 카스텔바작이나 오프닝 세리머니 같은 브랜드를 통해서도 큰 귀를 강조한 귀여운 쥐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한편 아퀼라노와 리몬디가 이끄는 페이의 2015년 S/S 컬렉션에는 스누피의 친구 루시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고, 같은 해 ‘아폴로 13호’의 우주 미션을 기념하며 나온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시계에는 스누피가 등장했다(스누피는 NASA의 공식 마스코트다). 몇 해 전 어린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헬로 키티가 주디스 리버의 크리스털 클러치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도 그럴싸한 예가 될 듯(패리스 힐튼이 손에 꼭 쥔 핑크 클러치를 기억하는가)!
Loewe
Valentino
Anya Hindmarch
Rolling Stones & Moncler
Fendi
올해 패션계에는 더욱 많은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만화 속 귀여운 주인공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영화 캐릭터, 할리우드 배우, 게임 속 등장인물 등 그 모습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앞서 언급한 <스타워즈>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대작인 만큼 패션업계도 이를 놓치기는 힘들었을 듯. 신세계백화점의 예처럼 런던의 유서 깊은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도 스타워즈 캡슐 컬렉션을 내놨다. J.W.앤더슨, 아기 앤 샘(Agi & Sam), 피터 필로토(Peter Pilotto) 등 영국을 대표하는 10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이 바로 그것! 지난해 11월 처음 등장한 이 컬렉션은 <스타워즈>의 캐릭터와 무드, 모티브를 티셔츠, 스웨트 셔츠 등에 다양한 모습으로 담아냈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이끄는 베트멍의 2016년 S/S 컬렉션에서도 <스타워즈>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쿨하고 핫한 브랜드답게 브랜드 고유의 스트리트 감성을 입은 스타워즈 룩을 선사했다. 한편 발렌티노가 선택한 캐릭터는 원더우먼.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굽(Goop)과 함께 이 매력 넘치는 여성에게 영감을 받은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여장부의 이미지 대신 그녀가 착용한 헤드피스와 팬츠의 별 모티브를 가지고 로맨틱하고 청순한 의상으로 승화시켰다. 모스키노는 지난해 12월 닌텐도사의 인기 캐릭터 슈퍼 마리오를 이용해 ‘슈퍼 모스키노(Super Moschino)’ 캡슐 컬렉션을 런칭했다. 그간 맥도날드, 스폰지밥, 트위티 등을 가지고 기발한 룩을 선보인 이들의 인기는 여전히 꺾일 줄 모른다. 그리고 공사장과 주유소에서 볼 법한 다채로운 모티브를 의상과 액세서리로 표현한 2016년 S/S 컬렉션까지 인기의 여세를 몰아가는 중! 패션계의 악동 제러미 스콧의 위트가 다시금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번 겨울 리조트 컬렉션을 통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를 그려낸 올림피아 르 탱은 다가올 봄과 여름을 위해 소녀 감성을 투영한 캐릭터를 액세서리로 옮겼다. 헬로 키티, 파스텔 톤 곱슬머리 쌍둥이가 귀여운 리틀 트윈 스타(Little Twin Stars), 미피와 쌍벽을 이루는 귀여운 토끼 캐릭터 마이 멜로디(My Melody)가 그 주인공. 실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캐릭터에선 사랑스러움을 넘어 장인정신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드리스 반 노튼의 남성 컬렉션을 통해선 섹스 심벌의 아이콘 메릴린 먼로를 만날 수 있다. 슈트, 니트, 셔츠, 쇼트 등 여러 룩에 프린트한 그녀의 모습은 1950년대의 추억을 자아내기도! 캐릭터를 논하는 데 안야 하인드마치가 빠질 수 없다. 2014년 켈로그사의 호랑이와 수탉, 다이제스티브를 가방으로 옮겨와 주목을 끈 이들이 올해 선택한 모티브는 프랑스의 대표 유통 기업 까르푸의 로고로 유니폼처럼 느껴질 수 있는 로고 플레이를 기발하게 해석했다. 1970년대 빈티지한 느낌의 스마일과 무지개 역시 여심을 자극할 만한 앙증맞은 캐릭터다. 몽클레르는 전설적 록 그룹 롤링스톤스 결성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컬렉션을 2016년 S/S 시즌 선보였는데, 혀를 내민 위트 있는 입술 로고 라이닝으로 시크한 감성을 은근슬쩍 드러냈다. 참고로 롤링스톤스의 익살맞은 입술 로고는 시계 브랜드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워치에도 새겨져 있다.
브랜드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에도 주목하자. 대표적 주인공은 바로 펜디의 몬스터! 정식 명칭은 백 벅(Bag Bug)이지만 몬스터로 더 친숙한 이 컬렉션은 2013년 11월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해 처음 런칭했고, 현재 퍼 소재 참부터 지갑, 백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선보이며 펜디 인기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조나단 앤더슨의 매니악한 감성을 응축한 로에베 맨의 2016년 S/S 컬렉션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 듯 의상 속 만화 프린트, 액세서리에 달린 로봇, 우주선 등의 공상과학적 모티브가 도드라지는데, 지난해 프랑스의 블록 완구에서 영향을 받아 선보인 컬러풀한 메카노 모티브의 아성을 잠재우고도 남을 듯하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제품을 넘어 광고 캠페인에도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것도 프랑스의 유서 깊은 브랜드 루이 비통에서 말이다.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일본 유명 비디오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등장인물을 광고 모델로 이용한 것. 미래적이고 실험적인 느낌을 더한 2016년 S/S 여성복 컬렉션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도 좋을 듯하다.
이렇듯 2016년 패션계는 디자이너의 창의성에 다양한 캐릭터를 더하며 유쾌한 날개를 날았다. 힘찬 날갯짓을 위해선 이를 즐기고 열광하는 사람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는 더 이상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을 꿈과 환상을 좇는 키덜트족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