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Trend Keyword 10
2016년 S/S 시즌, 언제나 그렇듯 패션계는 다양한 이슈로 가득했다. 라프 시몬스와 알버 엘바즈가 디올과 랑방 하우스와 작별을 고하고 알렉산더 왕이 발렌시아가에서 마지막 쇼를 선보이는 동시에 베트멍의 뎀나 즈바살리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소식이 들리며 술렁였으니까. 하지만 이렇듯 많은 이슈 속에서도 가장 설렌 사실은 캣워크를 장식한 새로운 의상일 터.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4대 도시에서 선보인 컬렉션을 통해 찾은 10가지 트렌드 키워드를 전한다.
Dior
Dries van Noten
Chole
Ermanno Scervino
Underwear Out
“어머! 망측해라”라며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도 있겠다. 야사시한 레이스와 속살이 비치는 시폰 그리고 컬러풀한 브라톱까지. 급하게 나오느라 속옷만 입고 거리로 뛰어나온 듯한 란제리 룩이 과감하게도 트렌드의 전면에 섰다. 셀린느, 끌로에, 디올, 로샤스 등 평소 여성의 우아함을 강조해온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반항기 가득한 얼굴로 터프함을 강조해온 생 로랑까지 합류했으니 이만하면 메가톤급 유행이다. 시즌 특징이라면 단순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더해 건조한 느낌으로 연출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끈적하지 않고 보송보송하라는 말씀!
Alexander Wang
Chanel
Salvatore Ferragamo
Burberry
Walk This Way
스포티브 아이템에 대한 하이패션의 구애는 이번 시즌에도 뜨거울 전망. 지금 당장 운동장을 뛰어도 무탈할 것 같은 집업 티셔츠는 물론이고 캐주얼한 오버올과 스웨트 팬츠 등 활동성을 강조한 의상이 알렉산더 왕, 로에베, 샤넬, 베트멍의 런웨이에 대거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 스포티브한 룩과 매치하기 좋은 슈즈도 관심을 모으는 중. 지난여름 아디다스와 이자벨 마랑의 화이트 스니커즈가 대거 인기를 모았다면 올여름에는 샤넬 컬렉션에 등장한 투박한 샌들이 그 바통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몸과 마음 모두 편한 스타일을 찾는다면 바로 이거다.
Balenciaga
Rochas
Proenza Schouler
Balmain
Alexander McQueen
Ruffle Fever
‘짝! 짝! 짝!’ 캐스터네츠 혹은 손바닥으로 절도 있게 박자를 맞추며 플라멩코를 춰야 할 것 같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요란하게 팔랑이는 러플 디테일로 꾸민 화려한 드레스, 팬츠, 톱 등 다채로운 아이템이 캣워크에 등장했다. 발맹, 랑방,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프로엔자 스쿨러가 대표적 예인데, 재미난 점은 디자이너마다 이를 연출하는 스타일이 제각각이라는 사실. 이를테면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선보인 오렌지 브라운 톤의 오프숄더 드레스는 서부영화의 무법자가 떠오르는 반면, 화이트 드레스에 블랙 리본으로 허리를 살포시 묶은 프로엔자 스쿨러의 드레스는 순결한 결혼식이 연상된다. 같은 재료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도 참 다르다.
Gucci
Chloe
Kenzo
Over the Rainbow
저 멀리에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비비드한 컬러라면 모두 유행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색이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어떤 컬러를 하나 꼽을 수 없다는 것이 되레 이번 시즌 특징이라면 특징일 터. 하나의 색을 부각시키기보다 끌로에, 겐조, 구찌 등의 쇼에서 보듯 한 벌의 의상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컬러를 총동원한 룩이 등장했으니 이번 시즌 컬러 트렌드는 무지개라고 하는 편이 옳을 듯!
Stella McCartney
Anteprima
Alexander McQueen
Sheer Sensation
10년 전만 해도 속살이 비치는 시스루 의상은 기함할 일이었다. 하지만 10년 세월에 강산이 변했고, 이는 S/S 시즌 트렌드의 정점에 자리한다. 로에베, 프라다, 구찌를 비롯해 메종 마르지엘라와 마르니까지 “여름옷은 원래 바람이 솔솔 통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외치는 듯하다. 특히 스텔라 맥카트니와 알렉산더 맥퀸 쇼에 등장한 피시넷, 일명 그물을 의상 전면에 사용해 속을 드러낸 룩도 이목을 끈다. 햇볕 쨍쨍한 날 입으면 그물에 잡힌 사람처럼 요상하게 그을릴 것 같지만 한 번쯤 입어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
Valentino
Kenzo
Sacai
Alberta Ferretti
Haute Africana
디자이너의 다른 말은 몽상가가 아닐까? 늘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모험을 꿈꾸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컬렉션을 완성하니까. 이번 시즌 역시 겐조, 사카이, 이자벨 마랑 등 다수의 디자이너가 패션 판타지를 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났다. 그리하여 당도한 곳은 아프리카! 향토색이 강하게 묻어나는 패턴과 더운 지방 특유의 낙낙한 실루엣 그리고 수공예 느낌 물씬 나는 디테일에서 열대지방 특유의 무더운 날씨가 전해지는 듯하다. 한편 발렌티노의 마리아 그라치아와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이를 일시적 트렌드로 볼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이 현재 겪고 있는 난민 문제를 언급하며 전 세계인의 관심을 요청했다. 패션의 기능 중 하나, 메시지 전달이 있으니!
Haider Ackermann
Vetements
Dries van Noten
New Balance Tailored
테일러드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톰 포드의 날 선 슈트가 생각난다면 그 시야를 좀 더 넓혀야겠다. 디올과 폴 스미스에서는 여전히 여성미가 폴폴 풍기는 단아한 슈트를 선보이지만 하이더 아크만, 드리스 반 노튼, 베트멍 쇼에 등장한 것처럼 넉넉한 실루엣으로 긴장을 풀고 상·하의를 한 벌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언밸런스하게 표현한 룩도 매력적이기 때문. 박시한 테일러드 재킷에 샤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클래식한 브라운 슈트에 형광색 부츠를 더한 코디네이션, 적당히 포멀하고 적당히 자유롭다.
Prada
Acne Studios
J. Mendel
Pleats & Stripe
주름과 줄무늬. 이 둘이 없다면 패션계는 무척 심심했을 거다. 가로 혹은 세로로 이어진 줄이 주는 경쾌함이란 언제 봐도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선사해서다. 야외 활동이 많은 S/S 시즌에 잘 어울리는 디테일답게 어김없이 캣워크로 돌아온 이들은 스트라이프 두께를 두껍게 키우거나 주름을 더욱 촘촘하게 넣은 것이 특징. 컬러 역시 레드, 그린, 옐로 등 다양한 변주를 거쳐 신발과 가방에도 적용한 결과, 선택의 폭이 한결 넓어졌다.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Isabel Marant
Lanvin
Moncler Gamme Rouge
Louis Vuitton
Sonia Rykiel
Loewe
Shining Star
‘빛난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를 눈치챈 영민한 디자이너 하우스는 이에 전폭적으로 동의하며 금사와 은사 그리고 반짝이는 메탈 실로 짜 광택이 흐르는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루이 비통과 생 로랑, 몽클레르 감므 루즈의 스타일링이 흥미롭다. 밤하늘의 별을 따온 듯 빛을 발하는 의상에 크리스털 장식의 왕관을 더한 것. 대체 남자 디자이너들이 여자의 마음속 욕망, 공주로 살고 싶은 욕구를 어떻게 알았을까?
Hermes
Chanel
Celine
Ralph Lauren Collection
B/W Bicolor
블랙과 화이트, 늘 극단을 오가며 대결 구도를 펼치는 이 둘의 경합은 캣워크에서도 계속된다. 블랙이 강세다 싶으면 바로 다음 시즌에 화이트가 복수하듯 몰아치고, 그럼 또다시 블랙이 영광의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준비하니 말이다. 최근에는 그 주기가 빨라져 과거 한 시즌씩 번갈아가며 엎치락뒤치락하던 것과 달리 같은 시즌에 동시 등장, 힘겨루기에 열을 올린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많은 디자이너가 서로의 취향을 흑백으로 극명하게 표현했다. 그 덕분에 올 블랙 룩과 올 화이트 룩이 쏟아져 나온 것은 물론! 그렇다 보니 흰 코트의 안감을 검정으로 하거나 흰 롱 드레스에 블랙 뷔스티에를 착용하는, 흑과 백을 동시에 활용하며 이 치열한 경합에서 중립을 선언한 이들도 있다. 셀린느, 샤넬, 발렌티노가 바로 그들!
에디터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