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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LIFESTYLE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라고 명명할 때 따라오는 여러 담론 중 꼭 짚어야 할 이야기를 하는 책 세 권.

<힙한 생활 혁명>은 ‘힙스터’라 불리는, 주류와 공존하면서도 자기표현을 통해 가치관을 주장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런 힙스터가 미국 동부의 포틀랜드와 브루클린 주변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 그들의 문화가 점차 미국, 나아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만들고 있는 문화의 흐름은 대개 이런 것이다. 먹거리는 ‘싸지 않지만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것으로’, 옷을 비롯한 공산품은 ‘지역주의적으로 소량생산해 소비하는 것으로’, 음악 등의 문화생활 향유는 ‘제값을 주고 소중하게’. 조금은 감이 잡히는가? 실제로 이 책은 놀고 있는 학교 부지에 농작물을 심어 아이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에더블 스쿨야드’ 이야기,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내며 ‘대량 소비’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야기 등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문화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직접 만드는 문화로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변해가는 이때,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한편 <소비의 사회>는 <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에 관한 철학을 담은 책이다. 제목에서도 ‘학자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실제로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소비에 관한 깊고 진한 글이 차고 넘친다. ‘소비의 역사’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백화점의 탄생과 기술의 관계, 나아가 소비가 왜 교양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등 모든 백화점에서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이유까지 설명한다.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를 ‘소비의 사회’로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소비’의 의미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소비는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체제(system)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과거엔 계급의 기준에 권력만 있었지만, 현재는 ‘기호와 취향’의 차이가 그 계급의 중심에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사회가 돌아가고 소비가 행해진다는 것. 단 한 번이라도 현대사회가 ‘상품’이 아닌 ‘광고’를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해본 이라면 필독을 권장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소비다>는 소비문화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각도로 고찰한 책이다. 독특하게도 ‘조형’을 공부한 저자는 특유의 예술과 미학적 시선으로 지금 이 사회에 만연한 소비 중심적 삶을 통찰한다. 이 책이 소비문화를 다룬 여타 책과 확연히 다른 한 가지는 ‘예술’을 고급문화가 아닌, 일상의 수준에서 거론한다는 것. 저자가 이렇게 예술을 보는 건 현대에 들어 상품을 소비하는 문화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거 사람들이 예술 작품에서 감정이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고자 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사람들은 소비품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길 원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소비품의 과장된 연출이나 화려한 디자인은 사람을 현혹하는 거짓이 아니라, 아름답게 꾸밈으로써 사람들의 감정을 고양하는 유사 예술 작품으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자나깨나 늘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에 쉽게 현혹되는 쇼핑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현대적 사물의 ‘진짜 모습’은 무엇에 쓰이냐가 아닌, 어떤 의미를 지니냐는 것이다. 고로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얼마나 자신의 의지로 물건을 소비하고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