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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 이상의 아트 페어

LIFESTYLE

아트 페어는 미술 시장, 즉 작품을 사고파는 행사다. 그러나 작품을 사고파는 이들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현장이 또한 아트 페어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의 문화적 영향력에 대하여.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을 선보인 스위스의 에바 프레젠후버 갤러리 부스

아트 페어의 내실을 기할 때
“마이애미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세요. 문화와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도시 전체가 놀랄 만큼 성장했죠. 15년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아트 바젤과 20년이 넘게 오랜 인연을 이어오며 15년 전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가 처음 시작할 당시부터 메인 파트너로서 후원해온 스위스 금융 기업 UBS의 존 매슈스(John Matthews) 이사는 지난 12월 초에 개최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의 개막 행사에서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잖아도 마이애미에 도착하자마자 각종 전시 오프닝과 협업 행사 등 페어장 외부에 펼쳐진 풍성한 문화 콘텐츠를 연이어 맞닥뜨린 참이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가 열리는 컨벤션 센터부터 크고 작은 위성 페어가 열리는 해변가와 호텔, 다운타운의 여러 뮤지엄과 개인 컬렉션까지 페어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마이애미에는 예술적 공기가 가득 스며들어 있었다.
매년 3월 홍콩, 6월 바젤, 12월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리는 세 번의 아트 바젤 중에서도 특히 마이애미비치는 휴양지 특유의 여유와 활기가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쿠바,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이민자들의 영향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이고, 플로리다 주에서도 특히 관광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사우스비치의 분위기 때문. 또 매일 저녁 곳곳에서 아트 피플을 위한 파티가 열리고 셀레브러티들이 즐겨 찾는 아트 페어라는 점도 마이애미비치에 화려한 이미지를 더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매년 이곳을 찾는 아트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파티가 줄었고, 대신 위성 페어와 미술 행사가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머리쇼의 디렉터를 거쳐 2015년부터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를 이끌고 있는 노아 호로비츠(Noah Horowitz) 디렉터는 “미국이 큰 변화를 겪으며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시점인 만큼, 아트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근본적 영향을 되새기며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국 갤러리 중 유일하게 3개의 아트 바젤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국제갤러리의 전민경 대외협력 디렉터는 “지난 여러 해와 비교할 때 주최 측의 내실 있는 페어 운영이 느껴졌다”고 평했다. VIP 초대는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에 애정을 보이며 실질적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많은 컬렉터의 방문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캐비닛 섹터에서 톰 색스의 작품을 공개한 스페론 웨스트워터 갤러리
ⓒ Art Basel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 읽은 키워드
캐비닛_ 이번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는 특히 명확한 컨셉으로 구성한 다양한 섹터가 돋보였다. 29개국의 269개 갤러리가 참여해 4000여 아티스트의 작품을 내건 대형 아트 페어였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 덕분에 컬렉터들은 드넓은 페어장을 효과적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노바(Nova)’는 최근 3년 이내에 제작한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포지션스(Positions)’는 한 작가의 대형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춰 전시한 섹션. 그리고 이번에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부문은 바로 ‘캐비닛(Kabinett)’이었다. 모두 29개의 프로젝트로, 메인 섹터인 ‘갤러리스(Galleries)’나 ‘에디션(Edition)’ 섹터에서 별도로 ‘캐비닛’이라 표기한 부스에서는 심도 있는 미술사적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한 기획 전시를 선보였다. 캐비닛 섹터는 톰 색스(Tom Sachs)의 최근작이나 아트 페어에서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로즈 와일리(Rose Wylie)의 판화 작품 66점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선사했다. 마이애미비치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이 섹터는 오는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개최하는 아트 바젤 홍콩에서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 물론 홍콩에서는 마이애미비치와 달리 아시아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아시아 미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짚어보고 깊이 있게 소개하는 특별한 섹션이 될 것이다.
단색화 행진_ 한국 미술계는 이제 ‘단색화 이후’를 말하고 있지만 세계 아트 신에서는 여전히 단색화의 인기가 한창이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컨벤션 센터에서는 적잖은 컬렉터들이 ‘단색화(dansaekhwa)’를 발음하며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고, 실제로 티나 킴 갤러리와 함께 부스를 마련한 국제갤러리는 하종현, 박서보, 정창섭 등 여러 단색화 작가의 프라이빗 뷰를 시작한 첫날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카멜 므느르(Kamel Mennour) 갤러리에서는 이우환 작가의 대형 신작을 내걸었는데, 멀리서부터 작품에 이끌려 부스로 들어간 이들이 한둘이 아닐 정도. 그의 새로운 대작은 이번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 화제를 불러모은 작품 중 하나다.
예술적 ‘퍼블릭’_ 마이애미비치에서 예술이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소는 퍼블릭 섹터 전시가 열리는 콜린스 파크다. 현재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으로 거론되는 조각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은 퍼블릭 섹터의 작품 20점 중에서도 특히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행인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의 작품은 메인 섹터에도 다양한 갤러리가 출품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자연을 작업의 기본 토대로 두는 이 ‘명상적’ 작가의 작품은 역시 마이애미의 야외 햇살 아래서도 빛났다. 이번 전시는 퍼블릭 아트 펀드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지난 몇 년간 퍼블릭 섹터의 큐레이터로 전시를 이끌어온 니콜라스 바움(Nicholas Baume)이 기획한 마지막 전시였다. 그의 뒤를 이어, 16회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부터는 필리프 카이저(Philipp Kaiser)가 퍼블릭 섹터를 맡을 예정. 독립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인 그는 올해 개최하는 57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스위스 파빌리온에서도 큐레이터로 활약하는데, 마이애미비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콜린스 파크의 퍼블릭 섹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를 모은다.

1 카멜 므느르 갤러리에서 선보인 이우환 작가의 신작 2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가 개최되는 마이애미 컨벤션 센터 내부
ⓒ Art Basel

2017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형 미술 행사가 줄지어 개최된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혹여 세계 아트 피플의 시선이 분산되지나 않을까 각기 나름의 전략으로 무장하고, 미술계는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르는 한편 보이지 않는 전쟁 또한 치르게 될 것이다. 분명한 점은, 마이애미에 비춰보듯 각 미술 행사의 발전이 도시의 위상을 바꿔놓을수도 있다는 것. 아트 페어는 두말할 것 없이 국제적 비즈니스 현장이지만 그로 인한 문화적 파급 효과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개최 지역과 함께 성장해가고 있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