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Across the City
막스마라의 예술적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7년 프리폴 컬렉션을 위해 이들은 아티스트 류웨이와 손잡고 중국 상하이의 새로운 도시, 모노폴리스로 향했다.
좌 막스마라 + 류웨이 캡슐 컬렉션 우 막스마라 + 류웨이 캡슐 컬렉션.
막스마라는 언제나 도시에 대해 생각한다. 매 시즌 밀라노에서, 때로는 런던과 뉴욕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전 세계 도시 곳곳에서 활약하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의상을 무대에 올린다. “저에게 대도시란 수많은 아이디어가 부유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사람 간의 상호작용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핑퐁처럼 튀어 오르는 새롭고 지적인 생각을 찾기에 더할 나위 없죠.”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언 그리피스(Ian Griffiths)의 말까지 듣고 나면, 막스마라가 가상의 미래 도시 모노폴리스(Monopolis)를 만든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지난 12월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 보인 2017년 프리폴 컬렉션 ‘모노폴리스(Monopolis!)’에서 현실이 되었다.
1 글로벌 인플루언서로 참석한 모델 아이린 2막스마라의 키 컬러 캐멀, 화이트와 블랙 3 류웨이가 완성한 쇼 공간
4 화이트 큐브가 올라가자 쇼가 시작됐다. 5 파스텔 컬러 역시 이번 시즌 주요 색상이었다.
이번 컬렉션이 특히 흥미로운 건 중국 아티스트 류웨이(Liu Wei)가 막스마라의 가상 도시 모노폴리스를 만든 주인공이라는 데 있다. 쇼를 펼친 상하이 전시센터에 설치 작품을 배치하고 전반적 디렉팅을 맡은 것. 실제로 그의 작품은 온통 도시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도시! 이는 이탈리아에 뿌리를 두고 극도로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와 아티스트 류웨이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이 떠올리는 도시는 그 성격이 꽤 다르다. 끊임없이 개발과 발전을 거듭하는 류웨이의 도시와 현대적 여성이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꾸리는 막스마라의 도시, 그 간극에서 보듯 말이다. 하지만 도시에 대해 전혀 상반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의 협업은 모노폴리스라는 이름의 근사한 도시로 보란 듯이 재탄생했다. 2017년 막스마라 프리폴 컬렉션은 클래식하고 우아한 막스마라 우먼이 류웨이가 창조한 가상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Small Talk with Ian Griffiths, Max Mara Creative Director
모노폴리스를 함께 구현한 아티스트 류웨이 2010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그는 마치 도시가 살아 있는 하나의 유기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생동하고, 때로는 종잡을 수 없고 혼란스러우며, 소외감까지 느끼게 하는. 성공한 도시 여성을 위한 브랜드 막스마라에서 일하는 만큼 이를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와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느낌은 사뭇 달랐지만, 그 시너지 효과는 기대해볼 만했다.
상하이 전시센터에서 펼칠 쇼와 새롭게 선보인 막스마라 2017년 프리폴 컬렉션 류웨이는 몇 달에 걸쳐 세트 작업을 이어왔고, 그 속엔 우리가 함께 고안한 미래 도시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게 담겨 있다. 나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여성에 대해 생각했다. ‘모노폴리스’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히로인이 입을 법한 의상이다.
‘see now buy now’ 시스템을 도입한 막스마라 + 류웨이 캡슐 컬렉션 코트와 블루종, 드레스와 니트 톱, 선글라스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아이템을 추천한다면, 진부하지만 코트를 꼽고 싶다. 막스마라면 단연 코트 아닌가! 특히 아티스트 류웨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덕분에 기존의 정제되고 세련된 코트와 달리 덜 다듬은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완벽하지 않은 모던함이라고 할까. 협업의 매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코트다.
매 시즌 꾸준히 유지해온 성향과 거듭 변화시킨 요소 막스마라에서 일한 지 어느덧 30년이다. 그 덕분에 막스마라 우먼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들 역시 막스마라에 대한 유대감과 신뢰감이 돈독하다. 우리는 매 시즌 막스마라 우먼을 바라보는 새로운 앵글을 찾아낼 뿐이다. 이야기의 틀은 유지하되, 끝없는 리서치로 신선한 면모를 조금씩 담는 것이다. 2017년 프리폴 컬렉션은 류웨이의 도시에 대한 아이디어가 그 주인공이다.
1 컬렉션 무드 보드 2 피날레 장면
컬렉션 당일, 상하이 도심 대로변 곳곳엔 막스마라 모노폴리스 컬렉션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 <노블레스>를 비롯한 전 세계 프레스, 중국의 셀레브러티와 VIP 고객을 비롯한 1000여 명의 게스트가 보랏빛 조명으로 치장한 상하이 전시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처럼 어둡고 긴 네온사인 터널을 지나 거대한 쇼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쇼장 한가운데에 놓인 거대한 화이트 큐브가 천장으로 서서히 올라가자 류웨이와 막스마라가 그려낸 미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적인 콘크리트 오브제와 차가운 철조물 그리고 불투명한 금빛 거울이 무심하게 놓인 런웨이에서 처음 맞닥뜨린 것은 막스마라 + 류웨이 캡슐 컬렉션. 반듯하게 구획된 도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패치워크 니트 카디건과 가죽 스커트, 날것의 느낌을 살린 캐시미어 코트와 광택을 머금은 실크 프린트 점프슈트, 아무렇게나 튀어나온 실밥을 프린지처럼 구현한 슬리브리스 드레스에 이르는 제품은 류웨이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큼 기존의 막스마라에서 보기 드문 러프한 면모가 돋보인다. 레이저 커팅 처리한 패브릭을 기계로 겹겹이 수놓거나 실밥을 그대로 두는 식의 색다른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변화를 주었지만, 컬러 팔레트는 막스마라가 가장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캐멀, 화이트와 블랙으로 한정 지었다. 특히 막스마라 + 류웨이 캡슐 컬렉션은 쇼를 선보인 바로 다음 날부터 전 세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의 첫 ‘see now, buy now’ 컬렉션으로 더욱 주목받았다(국내 역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두 곳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 이후 막스마라를 대변하는 캐멀 컬러, 류웨이의 그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파스텔 컬러 팔레트를 내세운 의상이 이어졌다. 정확하게 재단한 코트와 풍성한 모피 코트, 섬세하게 주름 잡은 펜슬 스커트와 드레스, 허리를 죄는 도톰한 레더 벨트를 매치한 룩까지. 이곳, 가상 도시 모노폴리스에서 처음 마주한 스타일은 놀랍게도 세계 곳곳을 거니는 막스마라 우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Small Talk with Liu Wei, Artist
컬렉션의 주제 ‘모노폴리스’를 떠올린 계기 나는 언제나 도시에 관한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 건축적인 면에 초점을 두지는 않는다. 대신 그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혹은 좋고 나쁜 모든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종종 도시를 ‘오늘날의 서사시(epos)’라고 표현하는 이유이자, 이번 컬렉션의 주제인 모노폴리스를 떠올리게 된 이유다.
직접 완성한 모노폴리스 컬렉션 쇼 공간 쇼를 선보인 상하이 전시센터는 1950년대에 새로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된 당시, 중국과 구소련 연방의 우호적 관계를 상징하는 건물이었다. 사회주의국가의 산업적 발전을 과시하기 위한 표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건물이 사회주의국가의 발전을 보여주는 데 사용된 적은 없다. 냉전 시대 중국의 이념적 갈등을 상징하던 랜드마크가 바로 오늘, 예술과 패션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었다. 도시의 일원이 바뀜에 따라 장소의 의미까지 변화한 역설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예술 작업과는 분명 다른,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에 대해 협업에 앞서, 서로 지나친 영향을 주고받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이번 컬렉션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었다.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예술과 패션의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 점을 가장 중요시했다.
자신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막스마라 의상에 대한 감상 그간의 작업을 의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확인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런웨이를 누비는 의상이 마치 ‘모두 당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한 시즌을 위한 의상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준 소감 오늘날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잊히는 일은 불가피하다. 이번 작업이 한 시즌보다는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인식되고 또 소멸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였다.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어떻게 하면 컬렉션 의상이 더 오랫동안 현실에 머물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패션은 속도에 반응하며, 그 긴장감이 패션을 더욱 새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술과 패션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나라, 중국 간단하다.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한 나라가 지닌 불확실한 이념과 일종의 결핍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 말 그대로 모든 일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 1년 가까이 모노폴리스 컬렉션을 위해 많은 생각과 노력을 쏟아부은 탓이다.(웃음)
에디터 한상은(hanse@noblesse.com)
사진제공 막스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