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플라스틱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의 자리를 대신할 이 소재의 매력을 파헤친다.

1 다비트 데르크선 디자인 2 크리스틴 메인데르츠마 3 알키 4 바스트베리 5 머릴루 밸렌테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세제나 음료수병 같은 일상용품부터 가구, 가전, 자동차까지 주변을 둘러보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거의 없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어 디자이너가 상상하는 거의 모든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만능 소재! 플라스틱이 환경에 주는 해악을 잘 알면서도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자연을 생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친환경적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다. 성질은 플라스틱과 비슷하지만 환경호르몬 걱정 없이 자연에서 스스로 분해되며 이산화탄소 발생률도 낮다. 최근 카이스트와 롯데케미칼은 공동으로 음료수병에 쓰이는 페트(pet)를 대체할 바이오 플라스틱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드는 차체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 삼성전자는 이미 TV와 가전 액세서리 포장재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극 사용해왔다. 리빙업계에서도 이 소재를 주목하는 추세다. 프랑스 가구 브랜드 알키(Alki)가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쿠스코아 바이 체어가 대표적 제품이다. 실험적으로 만든 프로토타입 제품이 아니라 판매를 위한 양산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가구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옥수수 껍질과 식물성 지방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제작했고(당연히 제작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 물질도 없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해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하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크리스틴 메인데르츠마(Christien Meindertsma)는 2016년 더치 디자인 어워드에서 플렉스 체어로 제품 디자인 부문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한 인터뷰를 통해 “디자이너라면 제품이 지속 가능한지, 폐기할 때 환경을 해치지 않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철학에서 비롯된 플렉스 체어는 아마섬유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 폐기 후에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인 스튜디오 다비트 데르크선 디자인(David Derksen Design)이 발표한 라이트니스 테이블은 생분해 가능한 상판을 얹었다. 천연 소재인 황마와 리넨,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판은 우드나 코르크 재질처럼 따스한 감성을 전한다. 여기에 파스텔 톤의 이동식 알루미늄 다리를 매치하면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플라스틱의 가변성에 주목한 디자이너도 있다. 영국 디자이너 머릴루 밸렌테(Marilu Valente)는 녹말을 비롯한 천연 성분을 함유한, 점성이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해 땅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 기둥 같은 모양의 바이오모르픽 테이블을 탄생시켰다. 조명 분야에서도 바이오 플라스틱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스웨덴 조명 브랜드 바스트베리(Wastberg)에서 선보인 테이블 스탠드 조명 w127 빙켈은 100% 생분해 가능하진 않지만 유리섬유보강플라스틱(FRP)과 피마자유 추출물(60%)을 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얼마 전에는 네덜란드 건축 회사 뒤스 아키텍츠(Dus Architects)가 아씨유를 함유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어번 캐빈을 지었다고 발표했다. 패키지와 포장재, 가구와 조명뿐 아니라 건축에까지 착한 플라스틱의 활용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 물론 기존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플라스틱의 물리적 특성과 가공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따라잡을 수 있느냐와 높은 생산 단가다. 전문가들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연구와 개발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지금보다 생산량이 증가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 플라스틱의 훌륭한 대체재로 지구를 구할 것이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