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와 함께한 일주일
제네시스 G90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으로는 나파밸리, 남으로는 몬터레이까지 누볐다. 자동차 이상, 하나의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지표’가 되고 싶다는 제네시스와 함께한 어느 여름날의 기억 속으로.
제네시스 G90를 타고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를 달렸다.
제네시스라는 새 이름
제네시스는 지난해 12월 초 수많은 인파가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운집한 가운데 역사적 탄생을 알렸다. 화려한 조명보다 더 눈부신 EQ900의 웅장한 자태를 생생히 기억한다. 하나의 차종으로 존재하던 제네시스가 별도의 브랜드로 출범하며 현대자동차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시작이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 EQ900였다. 완벽을 뜻하는 9라는 숫자에 걸맞게 최상의 기술로, 현존하는 모든 대형 세단의 특장점을 한데 모아 발전시킨 ‘최고의 성능’이 단연 화제였다. EQ900를 직접 체험한 후배는 ‘회장님 차의 변신’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쓰며 이 차는 뒷좌석에 앉는 것도 좋지만 직접 몰아야 제맛이라고 말했다. 덩치가 크지만 둔탁하지 않고 힘차게 뻗어나가며 트렌디한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고속도로 주행 지원)까지 가능하다고. 올봄 폭발적 인기를 끈 한 TV 드라마에서 그 주행 성능을 목도했다. 핸들 놓고 키스 신이라, EQ900는 아름다운 명장면도 가능하게 해주었다. 초여름에 방문한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 EQ900를 테마로 디자인한 ‘아너스 지 플로어’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침대 헤드, 테이블 상판과 의자 커버를 EQ900의 시트와 동일한 가죽으로 제작하고 퍼들램프와 엠블럼 등으로 장식한 점이 눈에 띄었다. 객실 곳곳에 제네시스의 혁신 기술과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경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제네시스 EQ900는 G90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8월 15일, 71주년 광복절,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이었다. G90는 EQ900의 글로벌 모델명이다. 지난주 캐나다 밴쿠버에서 북미 기자단 시승을 성공리에 마치고 갓 미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뒷좌석에 탑승하자마자 습관적으로 둘러보고, 만져보고, 들춰보았다.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지만, 부정적 뉘앙스를 섞는다면 ‘직업병’이 발동했다. 수평형으로 디자인해 안정감이 드는 넓은 실내 공간, 정교한 스티치가 돋보이는 시트에서는 질 좋은 가죽 냄새가 났다. 최상급 베니어로 만든 우드 트림이 조금 고풍스러워 보였고, 메탈 메시로 덮인 렉시콘 스피커가 조금 튀는 인상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느낌이 좋았다.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조작 버튼을 만지작거렸고 암레스트 콘솔 안쪽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와 스웨이드로 뒤덮인 부드러운 천장의 감촉을 느끼며 룸미러의 넉넉한 사이즈까지 확인했다. 시트의 각도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다 몸에 맞는 자세를 찾아 ‘세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수동 마사지 기능을 작동시키며 눈을 감았다. 소음도, 흔들림도 거의 없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음악 소리만 이 작은 공간을 채워준다. 금세 편안함에 젖어들었다. 긴 비행으로 인한 여독이 여기에서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제네시스 엠블럼. 날개는 땅 위를 난다는 의미로 프리미엄 카 브랜드에서 선호하는 상징이다.
제네시스와 함께한 여행의 시작점이 된 샌프란시스코
블랙버드 와이너리. 사진 속 와인은 이곳의 유일한 화이트 와인 디소넌스(Dissonance).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블렌딩했다.
스칸디나비안 색채가 강하게 스며든 골든 메이플 목조 구조물 사이로 콜더의 모빌을 단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모든 것은 균형미로 통한다
제네시스가 가장 먼저 우리를 데려간 곳은 나파밸리의 ‘블랙버드(Blackbird)’ 포도원이다. 블랙버드는 ‘메를로’ 품종을 부르는 애칭. 이름처럼 2003년 오픈한 10에이커(4046m2) 규모의 이 작은 와이너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레드, 그중에서도 메를로다. 소유주는 마이클 폴렌스키라는 인물이다.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한 그는 블랙버드와 함께 아트, 디자인 갤러리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한데 엮어 ‘비스포크 컬렉션’이라 명명,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리버하우스라 부르는 테이스팅 룸을 그가 소유한 인근 에어리 갤러리의 아트 피스로 꾸며놓았다. 친환경 농법, 천연 발효, 프렌치 오크통 숙성, 나파밸리의 소문난 와인 양조가 에런 포트의 손을 거치는 이곳의 와인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부드러운 타닌이 매혹적이다. 15년 이상 숙성 잠재력을 갖춰 ‘수집용’으로도 각광받는다. 프렌치 스타일의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부티크 와이너리에 이어 가장 ‘캘리포니아적인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한 실버 오크(Silver Oak)를 찾았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메인으로 미국산 오크통만 고집해 20개월 이상 충분히 숙성시키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미국산 오크통이 프랑스산보다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와 밸런스를 만들어준다는 오랜 믿음으로 ‘실버 오크’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가성비 좋은 밸류 와인,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손꼽히는 실버 오크 레드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즐겼다. 매콤한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인 채끝 등심 스테이크와 100% 카베르네 소비뇽 알렉산더 밸리 2012의 궁합이 정말 뛰어났다.
제네시스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으로도 우리를 이끌었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지은 건물에 노르웨이 건축 회사 스뇌헤타(SnØhetta)가 2만1832m² 규모의 10층 건물을 덧대어 지난 5월 14일에 재개관했다. 구름 혹은 배의 선체처럼 보이는 신축 건물은 샌프란시스코의 안개 낀 날씨와 해안가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250여 점의 도리스 & 도날드 피셔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SFMoMA의 총괄 디렉터 닐 베네즈라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3층에 있는 알렉산더 콜더 갤러리를 뽑았다. 1920~1960년대 후반에 ‘움직임을 탐구’한 그의 작품 세계가 펼쳐졌다. 모빌을 통해 완벽한 비례로 구현한 운동의 미학, 새로운 조형미의 시대를 연 인물이다. 아트 숍에 들러 데스크톱 모빌을 하나 구입했다.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란 늘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이니까. 문득 미술관 앞에 세워둔 제네시스 G90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긴 보닛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 소위 완벽한 프레스티지 라인을 구현했고, 간결한 선으로 심플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측면 라인을 구성했으며, 패스트백(fastback)의 날렵한 마무리까지. 비례가 뛰어나며 역동적이고 우아했다.
퀘일 로지 & 골프 클럽에서 열린 모터스포츠 개더링 행사장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행사장에 전시한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
주목받아 마땅한 차
사실 제네시스가 8월 중순으로 여행 시기를 잡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매해 이맘때 열리는 몬터레이 카 위크 때문이다. 몬터레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내려온 지점에 위치한, 바다를 낀 소도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 존 스타인벡의 <캐너리 로(Cannery Row)>의 배경이 된 곳. 국가에서 지정한 바다생태보호구역으로 아쿠아리움과 물개 서식지, 카약·스쿠버다이빙·서핑 등의 해양 스포츠로 유명한데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는 진정한 카니발(car-nival) 현장으로서 의미가 각별하다. 올해는 8월 16일부터 21일까지 RM 소더비, 본햄스 등 최상급 퀄리티의 자동차 경매와 함께 다양한 자동차, 모터스포츠 관련 이벤트가 열렸다.
제네시스는 이 행사 주간의 오프닝 리셉션 성격을 띠는 매콜스 모터웍스 리바이벌(MaCall’s Motorworks Revival)의 후원사로 나서며 몬터레이 카 위크의 시작을 함께 알렸다. 25년 전 스포츠카 정비업체를 운영하던 고든 매콜이 지인을 불러모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 이것이 규모가 커져 본격적인 사교의 장이 되었다. 브랜드의 신형 자동차와 클래식 카, 모터사이클, 전세기 등 온갖 탈것과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시계, 주얼리, 부동산, 금융 서비스 등을 소개하며 캘리포니아 와인과 퀴진까지 한자리에서 즐기는 자리. 제네시스에서 흰색 G90를 전시했는데, 많은 이들이 관심을 표했다. 무엇보다 검은색을 탈피하니 한층 젊어 보인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또렷한 헤드램프의 미래지향적이고 강인한 인상도 주목받아 마땅하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안 도로인 17마일 드라이브를 제네시스와 함께 달렸고, 그 종착지인 캐멀오션 애비뉴에 늘어선 쇼케이스 형식의 1940~1970년대 클래식 카 전시를 짧게 감상했다. 퀘일 로지 & 골프 클럽에서 열린 모터스포츠 개더링(The Quail, A Motorsports Gathering) 현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200대 이상의 모터스포츠 카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롤렉스 몬터레이 모터스포츠 리유니언은 라구나세카에서 열리는 올드 카 경주. 1927~1951년 레이싱 카, 1967~1984년 F1 레이싱 카 등 15개 그룹이 코르크스크루 형상의 서킷을 달리며 레이스를 펼쳤다. 그리고 대망의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Pebble Beach Concours d’Elegance). 66회를 맞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클래식 카 이벤트로 몬터레이 카 위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행사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페블비치 골프장 18번 홀 페어웨이를 무대로, 전 세계에서 온 200여 대의 클래식 카를 전시한다. 경연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차량의 역사와 스타일, 처음의 모습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고 기능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등을 심사해 올해의 차(Best of Show)를 뽑는다. 각 차량의 소유주가 어떤 도움도 없이 자비로 차량을 운반해 온다는 점이 놀라웠다. 세계 각지의 부자들은 자신이 소중히 아끼는 클래식 카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다고. 자동차 메이커는 컨셉카를 보여주거나 신차를 발표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제네시스는 2016년 뉴욕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여 화제가 된 ‘뉴욕 콘셉트’를 전시했다. 4도어 스포츠 세단으로, 2.0 T-GDi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8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룬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오묘한 하늘색이 눈길을 끌었는데, 이 차량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한국의 하늘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세라믹 블루’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다. 정제된 라인과 감각적인 볼륨감,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DNA를 충실히 따른다. 범퍼 양쪽에 자리 잡은 에어커튼과 측면부의 쐐기 형상 디자인은 고속 주행 시 공기의 흐름에 최적화한 디자인으로 기능과 디자인의 바람직한 융합을 보여주는 일례다. 지붕선을 따라 매끈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잘 달릴 것 같은 성능을 상징한다. 뒷면은 C 필러를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트렁크 라인이 스포티한 느낌을 더하고 헤드램프의 강렬함을 이어받은 테일램프가 감각적인 마침표를 찍어준다. 내부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로맨틱하다. 21인치 대형 곡면 스크린, 코퍼 컬러의 메탈 메시를 접목한 대시보드, 헤드레스트의 섬세한 곡면과 스티치, 터치 기능과 필기 인식 기능을 탑재한 중앙 제어판 등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각종 인터페이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카이 파크 드라이브 매콜스 모터웍스 리바이벌 행사장에 전시한 G90

제네시스의 디자인 비전을 담은 루크 동커볼케 전무의 스케치

입체감이 느껴지는 대형 그릴

가죽과 코퍼 컬러 메탈 메시를 활용해 미래적인 느낌을 풍기는 실내
지켜보고 싶은 그들의 미래
제네시스 디자인 담당 루크 동커볼케 전무는 “뉴욕 콘셉트는 제네시스 미래의 서막”이라고 말했다. 4년에 걸쳐 탄생시킨 EQ900도 훌륭하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아이코닉한 방패형 그릴의 경우 폭은 넓게, 높이는 낮게 다듬어 안정감을 더하고, 측면 실루엣은 활처럼 휜 포물선(parabolic) 라인으로 긴장감을 주며,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긴 리어라인, 낮은 지붕선 등으로 고급스러우면서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구현할 것입니다. 빅 필러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개인 버틀러처럼 지능적이고 능동적인 편의 장치로 쇼퍼드리븐 카의 요소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에 앞선 핵심은 ‘하이테크놀로지를 입은 슈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슈트 디자인의 기본인 정제된 라인과 정교한 비율, 품질의 결합 등으로 몬터레이 카 위크를 통해 만난 수많은 클래식 카처럼(그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의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타임리스한 가치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를 거치며 유수의 히트 작품을 낳은 그가 아닌가. 벤틀리에서 그와 함께 손발을 맞춘 이상엽 상무가 얼마 전 합류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으니 강한 신뢰가 간다. 제네시스 전략 담당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가 말을 보탰다. “고객의 가치 구매를 위해서는 제네시스가 하이엔드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경쟁이 심한 시장이지만 남다른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무장해 한층 진보한 차량을 선보일 것입니다. 동시에 자연 친화적이면서 인간 중심적인 한국 특유의 정서를 담아낼 것이고요. 그러나 제네시스가 단순히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여행에서 경험하셨듯 삶의 여유와 문화,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제네시스와 함께라면 좀 더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소유의 목적이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는 차가 되길 바랍니다.” 제네시스와 함께 캘리포니아 와인을 마시며 블렌딩 예술을 경험했고, 현대미술과 건축의 조형성을 탐구했으며,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자동차 축제를 즐겼다. 일주일은 누군가를 속속들이 알 순 없어도, 어색함을 극복하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보면 볼수록, 겪으면 겪을수록 이 차,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처음엔 발견하지 못한 장점과 매력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이제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컨셉카와 미래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의 도전정신과 남다른 창의력에 기대감이 생긴다. 늘 마음을 가까이에 두고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제네시스의 팬이 되었다.
에디터 | 이재연 (jyeon@noblesse.com)
에디터 | Bruce Benedi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