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과 부츠 사이
다가오는 S/S 시즌에는 발목을 모두 덮어도 관능미를 마음껏 뽐낼 수 있다. 양말인 듯 부츠 같은 너, 삭스 부츠와 함께라면.

1 프란체스코 스코냐밀리오 2 리처드 말론 3 스튜어트 와이츠먼 4 살바토레 페라가모 5 에밀리오 푸치 6 베트멍 7 구찌 8 DKNY 9 발렌시아가 10 펜디
명확한 트렌드가 없다는 게 요즘 패션 트렌드라지만, 2017년 S/S 시즌 디자이너들이 의기투합해 보여준 슈즈 트렌드는 명확했다. 양말과 부츠, 그 경계의 어디쯤에 있는 삭스 부츠(sock boots)가 그 주인공. 소수의 브랜드에서 발목을 타이트하게 조여 관능미를 부각하기 위해 고안한 부츠가 봄여름 시즌에 맞게 컬러부터 소재, 형태의 다채로운 변주를 통해 강력한 트렌드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삭스 부츠라는 타이틀에 가장 충실한 디자인은 베트멍이 작년 S/S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부츠. 클래식한 스포츠 양말을 날렵한 힐과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스포티한 이미지와 관능미를 동시에 부각시켰는데, 최근에는 매치스패션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에서 이를 1990년대 스포츠 패션을 떠올리게 하는 화이트·블루·레드 등 원색적 컬러로 출시했다. 베트멍의 상징적 아이템인 오버사이즈 티셔츠, 리워크드(reworked) 데님과 매치하면 금상첨화.
2017년 S/S 컬렉션에서 삭스 부츠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펜디는 지난해 오트푸뤼르(Haute-Fourrure) 쇼에 등장한 삭스 부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이번 S/S 시즌에 부활시켰는데, 장식적 요소를 덜어내고 페퀸 스트라이프 니트 삭스와 레드·민트·핑크 등 낭만적인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코르크 웨지 플랫폼에 크로셰 니트를 접목해 스타일과 활동성을 동시에 챙긴 완벽한 서머 슈즈를, 구찌는 가녀린 스트랩 힐과 가죽 소재 스타킹을 믹스한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뎀나 즈바살리아는 자신이 이끄는 또 다른 브랜드 발렌시아가에서 레깅스 팬츠와 뾰족한 스틸레토 힐의 일체형 슈즈라는 다소 충격적인 스타일로 이목을 끌었다. 몸을 빈틈없이 조이는 모양새와 연두, 보라, 오렌지 등 톡톡 튀는 팝 컬러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한 것.
일명 ‘스타킹 부츠’로 이 트렌드를 앞서 선도한 스튜어트 와이츠먼은 이번 시즌 블록 힐과 슈즈 전체를 은은한 광택의 새틴 소재로 감싼 클린저(Clinger) 부츠로 또 한 번의 히트를 예고했다. 이 밖에도 뮬에 얇은 스타킹을 뒤집어쓴 모양의 슈즈를 S/S 쇼의 모든 룩에 매치한 리처드 말론, 슬립온과 니삭스를 이어 붙여 스포티함을 강조한 DKNY, 저지 소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주름진 부츠를 완성한 에밀리오 푸치 등 많은 디자이너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삭스 부츠 열풍에 합류했다.
에디터 엄혜린(eomering@noblesse.com)
사진 Imax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