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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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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류는 선포한다.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전기 차량을 보급하라.

이제 내연기관 차량의 종말론은 좀 지겹다. 인류는 21세기 진입로부터 차세대 에너지로 주행하는 이동 수단을 갈망했다. 물론 조건이 붙는다.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채산성이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개발이 가능해야 했다. 에너지 고갈 문제는 아니다. 인류는 지구에 남은 석유량을 과소평가했다. 여기에 셰릴 가스 채굴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환경은 우려보다 빨리 망가졌다. 미세 먼지와 수질오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의 양극에선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이젠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 차세대 에너지 후보론 여럿이 거론됐다. 옥수수부터 꽃잎, 동물의 뼈, 분뇨까지 물망에 올랐지만 결승에선 원자번호 1호 ‘수소’와 이젠 식수보다 흔한 ‘전기’가 맞붙었다. 공급으로만 따지자면 수소가 월등히 우월하다. 물(H2O)을 만드는 필수 원소이며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노다지다. 그러나 핵융합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수소는 자칫 커다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경미한 사고도 테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수소에너지로 작동하는 차량을 연구하는 곳이 여럿이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의 승자는 전기가 될 확률이 높다. 재촉하지 않아도 내연기관 차량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위대한 터닝 포인트 2017
2017년은 훗날 위대한 터닝 포인트로 기억될 것이다. 환경을 혹은 미래를 위해 전 세계가 하나 된 해, 또는 다음 세기를 향한 위대한 첫걸음 정도로. 과장이 아니다. 그간 친환경이 모터쇼와 자동차 기업들의 ‘패션(Passion)’이었다면 올핸 대대적 행동의 시기다. 구체적 목표가 나왔고 실행 플랜이 정해졌다. 그 선두엔 독일이 있다. 독일 의회는 최근 2030년부터 독일에서 내연기관으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을 금지하는 법안을 협의했다. 2200년도 아니고 2030년이라니, 고작 13년 후의 일이다. 물론 유럽연합과의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 결정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도 그 위대한 발걸음에 동참한다. 지난해에 국내에 등록된 전기 자동차(EV)는 1만 대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국내 누적 차량 등록 수는 전년 대비 81만 3000대 늘어난 2180만3351대로 집계됐다. 그중 EV 계열 차량의 등록 대수는 24만 4158대다. 이제 고작 1% 조금 넘는 수치지만 보급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특히 국내 EV 관련 인프라가 전무하던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 성장세다. 정부는 올해 총 1만4000대의 전기 자동차를 추가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는 혼란스러운 시국에도 서둘러 전기 차량 지원 및 보급 정책에 힘을 실었다. 예산은 총 2642억 7400만 원으로 지난해(1485억2400만 원) 대비 거의 2배가 늘어났다. 올해 전기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은 최대 23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대당 지급하는 국고 보조금 1400만 원에 지방자치단체별로 평균 50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구매 보조금과 별도로 개별소비세 최대 200만 원, 교육세 최대 60만 원, 취득세 최대 140만 원 등 최대 400만 원의 감세 혜택까지 주어진다. 이러한 특혜는 2018년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는 한술 더 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6월 한반도가 미세 먼지로 떠들썩할 때 미세 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통해 2020년까지 신규 차량 판매의 30%를 전기 자동차로 대체하고 주유소의 25% 수준으로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떤 의미에서 독일보다도 단호한 정책이다. 고작 3년 후 대한민국에서 전기 자동차는 대세가 될 수 있을까?

현실적 질문이 필요한 시간
이제 현실적 질문을 던지자.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특히 서울)에 정말 충전소가 급진적으로 늘어날까?’ 인프라는 그리 쉽게 갖춰지지 않는다. 특히 국내 전체 차량의 50% 이상(어느 땐 70%)이 이동하는 서울에서 단기간에 충전소를 부족함 없이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높은 땅값이 문제다. 전기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미국의 경우 주요 판매 지역은 동부보다 남부나 서부가 압도적으로 많다. 주거 비용이 높은 빌딩 숲보단 차고가 딸린 넓은 주택 지역에 인프라가 먼저 갖춰진다는 것이다. 배선을 잇고 충전기를 세우는 비용은 1평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땅값에 비할 것이 아니다. 제주도나 지방, 일부 위성도시에선 당장 실행이 가능하겠지만 서울로 한정한다면 장기적 플랜을 세우고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두 번째 질문. ‘현재 정부의 정책은 과연 옳은가?’ 현재 정부의 전기 자동차로의 이사 계획은 전부 보조금에 기대고 있다. 물론 가장 빠르고 확실한 유도 방안이 돈이라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우선 제조사들은 자유로운 연구·개발보다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비슷한 공산품을 찍어낼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매출에 목을 매고 소비자는 싼 가격에 발품을 판다. 2000만 원이나 싸게 살 수 있는 차량을 두고 다른 것을 쳐다볼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로 국내 공식 인증을 앞둔 테슬라의 S 90D는 배터리 용량문제로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국내에선 테슬라의 T자도 만나보기 힘들다.
셋째, ‘전기 자동차는 정말 친환경적인가?’ 전기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없다. 고로 외부로 뿜을 이산화탄소도 없다. 무엇보다 원료를 위해 석유를 채굴하고 유통시키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내 전기의 80% 이상은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만든 에너지를 쓰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40℃ 가까이 치솟는 한여름날 ‘블랙아웃’을 걱정하며 에어컨도 못 켜는 상황에서 단기간 전기 자동차의 대중화를 외친다? 모순이다. 10년 내에 원전을 한 10개쯤 늘리거나 반도에 남은 석탄을 전부 긁어낼 굴을 곳곳에 파지 않는 이상 기름보다 전기가 몇 곱절은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라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전기 자동차 왕국이 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우선 장기적 플랜을 두고 충전소 인프라를 차근차근 늘려나가야 한다. 물론 이는 도시 개발 계획과 동행해야 한다. 거주 지역과 인구밀도,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에너지 개발 수단도 원전이나 화력보단 풍력, 수력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정부 정책을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어떤 것이 좋을지 정부와 산학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매력적인 전기 자동차에 감전되지 않도록 플러그를 살필 때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김흥수,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