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날아든 드론
어느덧 일상생활 깊숙한 곳에서 각종 서비스를 담당하기 시작한 드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처럼 이제는 ‘1인 1드론’ 시대를 내다보는 시점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엘프필하모니 함부르크의 내부 전경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 정식 개관한 화제의 공연장, 엘프필하모니 함부르크(Elbphilharmonie Hamburg)는 오픈 직전 건물 내부를 소개하는 특별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이 시작되자 카메라는 건물 입구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고 복도를 지난 뒤 아름다운 홀 구석구석을 보여주다가 휙 천장을 가로질러 어느새 반대편 객석으로 유연하게 이동했다. 음악홀 내부 곳곳을 우아하게 담아낸 이 홍보 영상을 감상하던 관람자는 영상속에 드론이 날아 들어오는 순간, 헤어초크와 드 뫼롱이 완성한 호화로운 건축물을 안내하는 주인공이 다름 아닌 드론에 장착한 카메라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드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힌 것이 무인 장치를 통한 공중촬영이었다면,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드론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의 시야를 확장해주고 있다.

늦은 밤 드론으로 귀갓길을 밝혀주는 가로등 시스템 ‘플릿라이츠’
ⓒJohn Nguyen/PA wire

‘플릿라이츠’ 런칭 행사에 참석한 영국의 쇼 호스트, 수지 페리
ⓒ Matt Crossick/PA wire
얼마 전 영국에서도 드론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장면이 나왔다. 마치 밤하늘에 자그마한 우주선이 등장한 것 같은 신비로운 이미지였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사람의 머리 위로 조명을 장착한 드론이 따라다니며 길을 밝혀주는 것. ‘플릿라이츠(Fleetlights)’라는 장치로, 영국의 보험회사 다이렉트 라인(Direct Line)이 안전 귀가 서비스를 위해 개발한 가로등 시스템이다. 현재 프로토타입으로 나온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GPS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드론을 호출하면 자동으로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고 사용자의 방향을 따라가면서 빛을 비춰주는 방식. 간단하게 경로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목적지에 도착하면 드론을 다시 통제 센터로 돌려보낼 수 있다. ‘가장 진보된 방식의 드론 사용법’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플릿라이츠를 두고 미래학자 이언 피어슨(Ian Pearson) 박사는 “이 획기적인 기술은 안전을 위해 지역사회의 다방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고, 2021년이면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 했다. 정말 그의 말처럼 4년 후면 ‘드론 가로등’과 함께 밤길을 누빌 수 있을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이쯤 되면 드론이 전문가들이 산업용으로 이용하거나 일부 사람들이 고급 취미로 구입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완전히 버릴 때가 됐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파라무어>에 활용된 드론 무대장치
ⓒ 2016, Cirque du Soleil Theatrical Photo by Richard Termine
뮤지컬 무대 위에 등장한 드론을 접하면 이런 확신은 더욱 굳어진다. 드론 기술은 문화 산업과 결합해 엔터테인먼트에까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태양의 서커스 팀이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는 <파라무어(Paramour)>는 색색의 둥근 램프들이 무대 공중에서 군무를 추듯 유영하며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유심히 보면 이 신기한 무대장치가 조명갓을 뒤집어쓴 드론임을 알 수 있다. 브로드웨이 첫 진출을 앞두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길 원한 태양의 서커스 팀이 스위스의 베리티 스튜디오(Verity Studios)와 2년간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한 작품. 최근 라이브 퍼포먼스에 드론이 등장한 예는 또 있는데, 지난 2월 초 미국의 프로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무대에 레이디 가가가 올랐을 때 그녀의 등 뒤로 수백 개의 별이 비췄다. LED를 장착해 빛을 내는 이 무대장치는 ‘슈팅 스타’라는 이름이 붙은 인텔의 드론으로 이를 TV 중계 현장에 최초로 사용한 것.

택배 박스를 배송 중인 드론
드론이 등장한 초기에는 항공촬영을 하며 농약을 살포하는 등 농업에 도움을 주고, 수색이나 정찰에 활용하면 사람이 직접 수색하기 어려운 곳까지 구조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그 활용도를 꼽았다. 그런데 상황은 몇 년 사이 급격히 달라졌다. 드론 산업이 발전하면서 군수 시장뿐 아니라 서비스 시장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다양한 연관 산업이 등장할 것이란 학자들의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 예가 배송 서비스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몇 년간 기술 테스트를 진행해온 프라임 에어(Prime Air) 서비스를 도입했고, 지난 12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근처에서 첫 번째 배송을 시행했다. 성공적으로 마친 아마존 프라임 에어의 첫 배송은 물건이 창고에서 출발한 뒤 13분 만에 배송지에 도착해 드론을 물류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경우 전자 상거래업계의 ‘배송 속도전’에도 혁신적 바람을 불러일으키리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꾸준히 지적되어온 논란과 우려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아마존이 드론 배송을 영국에서 처음 시도한 것만 해도 미국은 아직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 전국적으로 허가 되지 않기 때문(영국은 지난여름 배송용 드론의 시험비행을 허가했다). 관련 법규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드론의 충돌 사고 등 안전에 대한 염려, 안보나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협한다는 인식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기술의 발전이 열어준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작용 사이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므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드론 전시회 ‘2017 드론쇼 코리아’의 콘퍼런스 현장
드론 선진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우, 드론 제작업체 DJI가 보급형인 ‘팬텀’ 시리즈의 성공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며 세계시장에 우뚝 섰고, 현재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내수 시장의 영향도 있지만 기술 개발에 집중적 투자를 한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드론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드론이 사람들의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드론 전시회 ‘드론쇼 코리아’를 마련했다. 지난 1월 부산에서 열린 ‘2017 드론쇼 코리아’에서는 ‘드론의 확장’을 주제로 콘퍼런스와 전시, 이벤트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드론을 체험하고 바로 구입하는 이들도 많아, 드론을 소유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드론콘텐츠협회 회장인 오승환 경성대학교 교수는 “사진이 특정인의 전유물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대가 된 것처럼, 모두가 드론을 날릴 수 있는 ‘1인 1드론’ 시대 또한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드론이 제시하는 가능성은 사람들의 꿈을 실현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밤길을 밝혀주는 드론 가로등이나 환상적인 무대장치로 사용한 드론은 이미 우리가 목격한 일이다. 드론으로 인해 꿈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로 성큼 다가왔다는 데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이유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