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령탑이 하는 일
오메가의 새 대표이자 CEO로 부임한 레이날드 애슐리만(Raynald Aeschlimann)이 방한했다. 2016년 6월 1일 수장이 된 이후 첫 방문으로, <노블레스>를 만나 그간의 행보와 올해 오메가가 펼칠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

몸에 딱 맞는 더블브레스트 슈트 차림에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와 앉더니 인사도 하기 전에 함께 온 본사 직원에게 말을 건넨다. “오, 이것 좀 봐요. 레일 마스터를 손목에 얹었어요. 단종한 모델인데 여전히 패션 기자의 손목에 있네요. 정말 멋지군요! 큰 사이즈 버전을 다시 되살려야 해요.” 1970년에 스위스에서 태어난 젊은 CEO의 첫인상은 그 어떤 수장보다도 강렬했다. 그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해야겠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 오메가에 입사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브랜드와 그가 속한 스와치 그룹에 열정을 바친, 말 그대로 ‘뼛속까지’ 오메가를 위한 사람이다. 인터내셔널 세일즈와 그룹 전체 매니지먼트, 스페인과 미국 지사장 등의 화려한 직책은 오메가뿐 아니라 전 세계 시계 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드러내는 증거다. “저는 오늘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평창 에디션을 손목에 둘렀어요.” 에디터의 시선이 손목으로 향한 것을 눈치채고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2월 8일)은 평창 올림픽 개막을 정확하게 1년 앞둔 날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왔고요. 오늘 서울광장에서 열릴 행사에서도 만나뵙겠죠?” 그의 말처럼 방문 목적은 평창 올림픽의 오메가 카운트다운 클록 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림픽과 오메가는 유수의 하이엔드 시계 명가도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아주 두터운 신뢰감으로 뭉쳐 있다. 평창 올림픽을 더하면 벌써 28번째 올림픽 경기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하는 셈. “자랑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저희가 오랜 기간 타임키퍼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아주 명료해요. 대회를 위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리오 올림픽에서는 무려 120만 건의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계측했어요. 이 기록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텔레비전 시청자, 정보를 알리는 프레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죠. 또 하나의 이유는 오랜 협력 관계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신뢰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IOC와 오메가는 손을 맞잡았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올림픽 정신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없었다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 역시 유지할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현재 평창에는 대회를 1년 앞둔 시점임에도 25명의 오메가 직원이 상주한 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1초에 2000프레임의 사진을 찍는 기술을 선보인 리오 올림픽 때처럼 평창에서도 놀랄 만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인데, 늘 그러하듯 대회가 시작될 즈음에야 공개할 수 있다고. “리오 대회를 준비할 때도 IOC 측의 특별한 요구 사항은 없었어요. 단지 저희는 타임키퍼로서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새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메가가 개발한 기술은 올림픽을 비롯해 스포츠 기록 계측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육상 경기 중 여러명의 선수가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할 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한 라센드 오메가 타이머(1949년), 스포츠 분야에 전자 계측을 최초로 도입한 오메가 타임 리코더(1952년), 물살이 아닌 수영 선수의 접촉에만 반응하는 터치패드(1968년) 등이 그것. 올림픽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CEO로서의 그가 더 궁금해졌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시계 분야인 데다 올림픽처럼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행사에까지 열정을 보이는 회사의 수장이 갖춰야 할 일종의 책무 말이다. “CEO가 됐다고 해서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더 생기진 않았어요. 그리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세일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간 일한 덕에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요.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 저는 CEO가 된 후 무엇보다 팀원과의 튼튼한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직원들이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나가고, 저와 회사를 믿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CEO가 된 후 첫 일정이 경영진은 물론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직원과의 만남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오메가의 가장 큰 강점이 맨파워임을 재차 강조했다.

1 평창 동계 올림픽 오메가 카운트다운 클록 2 오메가의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
한편 오메가는 올림픽 준비 외에도 올해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치는데, 역사상 달에 처음 착륙한 시계, 스피드마스터가 런칭 6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3월에 시계업계 축제인 바젤월드에서도 스피드마스터의 역사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긴 역사는 내일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좋은 영양분이 됩니다. 여기에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소재를 접목하면 또 다른 역사가 창조되죠.” 이뿐만이 아니다. 오메가를 대표하는 씨마스터와 레일마스터 컬렉션 역시 1957년에 탄생한 덕에 이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를 오메가의 전설과 함께 보낼 예정. 에디터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조금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오랜 역사와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보유했음에도 하이 컴플리케이션 제작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의외로 대답은 명쾌했다. “저희는 이미 20세기에 미니트리피터, 투르 비용 등 정교하고 복잡한 기능 개발에 성공한 매뉴팩처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저희가 추구하는 워치메이킹 방향은 많은 사람이 기계식 시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조금 더 대중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죠. 대신 더욱 정확하게 시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리퀴드 메탈, 세드나 골드, 하이테크 세라믹 등 우리의 기술력을 응축한 소재 개발 또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에요. 바젤월드에 오시나요? 그럼 저희의 새로운 시계에 홀딱 반하실 겁니다.” 2017년은 아무래도 그와 오메가와 그에게 무척 바쁜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1 2018개 한정 생산하는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평창 2018’ 리미티드 에디션. 한국을 상징하는 블루와 레드 컬러를 사용했다. 한정 모델이지만 데일리 워치로도 더할 나위 없다. 2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코-액시얼 8900 칼리버를 탑재한 시계의 백케이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에는 평창 올림픽의 공식 엠블럼을 새겼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