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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is Coming

LIFESTYLE

오너 셰프 1세대로 한국의 미식 문화를 이끌어온 3인의 프렌치 셰프가 선사한 봄맛. 그들이 말하는 나의 봄, 나의 요리 그리고 우리의 행복한 시간에 대해.

내가 사랑한 프랑스 요리
“20년 넘게 프랑스 요리를 했어요. 종종 사람들이 물어요. ‘‘왜 프랑스 요리죠? 프랑스 요리는 어려운데….’ 제게 프랑스 요리는 만드는 것도, 맛보는 것도 질리지 않네요. 저는 고전적 조리법을 따라 음식을 만듭니다. 한데 그 재료는 반드시 우리 땅에서 난 것이어야 해요. 크게는 사계절을 반영하고, 작게는 그날그날 좋은 식자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수시로 메뉴를 바꾸죠. 매일 도전하는 자세로 요리에 임하는 것, 셰프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기분 좋은 자극’이 일상의 원동력입니다. 라미띠에의 봄을 대표하는 식자재는 아스파라거스예요. 특히 이 계절의 선물,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깊이 애정합니다. 리코타 치즈를 곁들이는 건 기본이고, 지난해에는 수란을 올린 후 트러플 오일을 뿌려 내기도 했죠. 주재료는 같아도 부재료는 늘 변화를 줍니다. 새봄을 위한 새로운 맛이어야 하니까요. 올해 새롭게 섬초의 매력을 발견했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반했습니다. 섬초를 활용해 수프를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봄의 새싹 같은 싱그러운 초록빛 수프를요.” _ ‘라미띠에’ 장명식 셰프

그릇은 Moissonnier 제품

French Shrimp Dumpling with Seomcho Puree
섬초 퓌레를 곁들인 프렌치 스타일 하가우

하가우는 부드럽고 쫄깃한 피에 새우와 생선살이 들어간 중국식 만두, 딤섬의 일종이다. 새우 무스와 함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잘게 다진 전복을 넣고 고운 반달 형상을 빚었다. 이 요리의 포인트는 진한 연둣빛의 섬초 퓌레. 섬초는 남도의 섬에서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생명의 싹을 틔운 시금치의 일종이다. 풋내가 없으면서 일반 시금치보다 깊고 고소한 맛이 난다. 기름에 살짝 데쳐 갈면 크리미한 맛이 나는 근사한 소스가 된다. 가니시로는 향긋한 냉이 튀김을 곁들였다. 과하지 않은 한 점, 그윽한 봄의 향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

그릇은 Moissonnier 제품

Spring Salad with Asparagus Curd and Sea Urchin Roe
봄빛 아스파라거스 커드와 성게알 샐러드

아스파라거스를 갈아서 모양을 잡아 말캉하게 굳혔다. 봄부터 여름까지 제철로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성게알, 어린잎과 식용 꽃, 자몽과 키위 과육을 곁들이고 레몬 퓌레로 ‘화룡점정’을 찍은 요리. 시각적으로 화사한 봄빛 그 자체로 아스파라거스의 부드러운 고소함과 과일의 상큼함, 성게알의 은은한 단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나른한 봄철 입맛을 돋워주는 감각적인 샐러드. 그린 아스파라거스 대신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사용한다면 커드 형태가 아니라 가볍게 데쳐 본래의 색감과 형태를 살려 플레이팅해도 좋다.

사랑과 추억의 봄맛
“프랑스 요리는 어느 날 숙명처럼 다가왔어요. 제가 처음 요리를 시작한 건 한식 분야였지만 당시 한식의 외식 문화는 가정식과 고깃집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었고 요리사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죠. 2000년에 프랑스 파리로 떠나, 르 코르동 블뢰를 거쳐 유수의 레스토랑을 돌며 요리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한국에 돌아와 처음 제 요리를 선보인 곳이 르 까레고, 비앙 에트르에 이어 보트르 메종을 열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프랑스 음식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요리를 만듭니다. 정통 프랑스 요리에 제 삶과 경험을 담아요. 그리고 손님들에게 말을 걸죠. ‘정성을 다해 만들었어요. 이 순간을 진심으로 즐겨주세요.’ 제가 제안하는 봄맛은 추억입니다. 어린 시절 봄이 되면 어머니와 함께 산에 올라 취나물을 뜯던 기억을 떠올렸어요. 담백한 맛이 일품인 봄 생선 도다리와 향긋한 취나물은 밥과 반찬처럼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딸기 또한 이 계절에 어김없이 사용하는 식자재입니다. 파리 유학 시절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맛본 새콤달콤 진한 맛이 나는 산딸기를 구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딸기도 봄맛을 담아내기엔 부족함이 없어요. 해산물이나 푸아그라 요리에 가니시로 곁들이고 전복, 모차렐라 젤리와 딸기를 믹스해 샐러드도 만들어요. 후식으로는 핸드메이드 딸기 아이스크림을 준비하죠. 딸기만 있다면 봄은 더욱 사랑스러워집니다.” _ ‘보트르 메종’ 박민재 셰프

Steamed Flounder Rolled with Chwinamul
도다리 취나물 말이 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 이 계절 가장 맛있는 생선인 도다리를 활용했다. 도다리의 살만 발라 토마토 콩피와 고다치즈를 올린 후 취나물로 감싸 쪄낸 요리. 오징어 먹물과 김으로 만든 스틱을 장식처럼 얹어 감칠맛을 더했다. 풍부한 봄맛과 함께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다. 프렌치의 베이식 버터 소스에 강황 가루를 약간 넣어 노란빛을 입혔으며, 지롤버섯과 그린빈, 토마토, 처빌 등을 가니시로 곁들였다.

그릇은 모두 Bitossi Home 제품

Strawberry Tart
딸기 타르트

타르트 페이스트리에 아몬드 크림을 넣어 굽고 그 위에 마스카르포네 치즈 크림과 바닐라 크림을 섞어 올린 후 딸기, 블루베리, 오렌지 콩피, 피스타치오, 머랭 등을 토핑해 장식했다. 봄을 대표하는 과일인 딸기를 활용해 맛과 멋을 모두 살린 사랑스러운 디저트 메뉴.

나의 살던 고향의 봄
“제 요리 스타일은 이름하여 ‘내추럴 프렌치’입니다. 한국산 식자재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것이죠. 최대한 가공 없이, 본연의 맛을 그대로 보여 주자는 컨셉이에요. 국산 중에서도 제 고향 ‘제주 식자재’를 선호합니다. 해산물은 무조건 제주산이에요. 3월이면 아직 물이 찰 때니 여전히 도미가 맛있을 테고 이제 성게알도 살살 차오르기 시작하겠죠. 성게알로는 수프, 샐러드, 리소토까지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죠. 갈치와 고등어로도 프렌치 요리를 만든다면 상상이 되나요? 살을 발라내고 소스와 가니시를 곁들이면 못할 요리가 없어요. 올해는 제주 외에도 전국 팔도의 식자재를 좀 더 다채롭게 활용할 생각입니다. 3월에는 강원도산 곰취 라비올리를 비롯해 더덕과 곤드레, 두릅을 포함한 11개의 코스 메뉴를 선보이려 해요.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제 주방에도 봄이 피어나죠. 그 어느 곳보다 화사하게요.” _ ‘라싸브어’ 진경수 셰프

1 Jeju Sea Bream Ceviche
제주 도미 세비체

살이 탱탱하고 씹는 맛이 좋은 제주산 도미를 활용한 산뜻한 전채. 순무 슬라이스로 한 송이 봄꽃처럼 플레이팅해 보는 즐거움을 자아낸다. 도미의 살을 곱게 발라 레몬즙을 뿌려서 숙성시키는 것이 포인트로 상큼한 맛이 배어들 뿐 아니라 살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 Braised Black Pork Belly with Dijon Cheese Sauce
디종 치즈 소스를 곁들인 돔베고기

돔베고기는 갓 삶은 흑돼지고기 수육을 나무 도마에 얹어 덩어리째 썰어 먹는 제주 향토 음식이다. 잡냄새를 잡기 위해 계핏가루를 뿌려 마무리한 돔베고기에 씨겨자가 들어간 프렌치 스타일의 치즈 소스를 곁들였다. 김치와 쌈장을 대신할 알싸하면서도 고소하고 부드러운 소스 맛이 일품이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스타일링 김진주